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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업을 농정정책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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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농업을 농정정책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08.08.04 15:26
  • 호수 7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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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의 메카 ‘쿠바’를 가다 …5

환경농업대학 순환농업 유통체계 로칼푸드 등 과제 산적

곡물과 석유값의 급등은 비닐로 지은 하우스와 멀칭, 난방유, 화학농약, 그리고 각종 농기계 등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는 우리나라의 관행농업을 파탄지경으로 몰고 있다.
반면, 수입 농수축산물은 최근의 광우병 사태를 비롯해 지엠오(유전자조작), 각종 유해성 농약 함유 등 안전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 농업을 향해 근본적인 대안을 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위기에 빠진 우리 농업의 돌파구는 무엇인가? 그 답을 구하고자 유기농업의 메카 쿠바를 취재했다. 이번 쿠바 취재는 5월 17일부터 10일 동안 진행됐으며, 전국의 7개 지역주간신문이 함께 했다.
쿠바의 유기농업에 대해 3회 연재했으며, 지난 호에는 군내 주요 친환경농가와 함께 좌담회를 가졌다. 이번 호에는 국내 타 지자체의 사례와 비교하면서, 농민과 공무원, 농협을 포함한 생산자 조직이 다함께 고민할 수 있는 수준에서 청양 유기농업의 과제를 살펴보았다.

[글 싣는 순서]
1. 쿠바는 왜 유기농을 택했나
2. 위기를 기회로 바꾼 도시농업
3. 쿠바에서 무엇을 배울것인가
4. 좌담회-청양 유기농업의 현재와 미래
5. 청양 유기농업의 과제

주변의 농민이나 농업직 공무원 중에, 유기농업은 단순히 돈을 더 받을 수 있는 기술로 인식하는 이가 적지 않다.
유기농업이란, 화학비료나 화학농약을 쓰지 않는 농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공동체에 안전한 먹을거리를 공급하는 것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 지속가능한 지구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가치 있는 일이다.(걸맞지 않지만, 행정기관의 인증제도가 유기농을 친환경농업의 한 범주로 정하고 있기에 이 글에서 유기농업과 친환경농업을 유사동의어로 사용함을 밝힌다.)

청양에서도 친환경농업을 하는 이가 늘고 있다. 군에 따르면, 올 4월 현재 친환경인증농가는 총 609농가이며, 저농약 인증이 417, 무농약이 137, 전환기가 23, 유기인증이 32농가이다. 10년 전만 해도 무농약 이상 인증 농가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던 점을 보면 놀랄만큼의 성장이다.
하지만, 유기농업에 충실한 일부 농민들은 유기농업이라 볼 수 없는 저농약이 7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갖고 있다. 홍성 등 다른 지역에 비해 유기농업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떨어지고, 군의 농정 또한 관행농 위주여서 청양의 유기농업 수준이 뒤져있다고 주장한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청양군에는 친환경농업 부서가 없다. 인근 홍성군만 해도 농수산과에 친환경농업 담당이 있고, 농업기술센터에 친환경기술과가 또 있다. 최근에는 울진군을 비롯 전국의 많은 지자체에서 친환경농업과 등으로 부서 명칭을 바꾸면서 친환경농업을 농정정책의 중심에 놓고 있다.
경기도 양평을 비롯 전국의 많은 지자체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친환경농민을 양성키 위해 (친)환경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1년 단위로 진행되는 친환경대학을 수료해야만 정책자금 등의 지원 대상이 되며 국내외 견학도 할 수 있다.

쿠바의 유기농을 소개하면서 종자와 퇴비, 미생물, 지렁이 분변토 등 다양한 농자재를 팔기도 하면서, 농법을 지도하는 컨설팅 숍을 소개한 적이 있다. 청양의 유기농이 가능케 하려면, 농업기술센터가 이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청양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친환경농법은 아직 주변부일 뿐이다.
또 유기농업이 가능하려면 유기축산이 존재해야 한다. 예컨대, 볏짚이나 남은 채소 등을 소가 먹고, 그 축분을 논과 밭에 투입하는 순환농업이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청양에는 유기축산도 없고 이를 추진하려는 농업정책 역시 전무한 실정이다. 전북 장수군의 경우 순환농업을 중심에 놓고 농정정책을 펼치고 있다.

청양군 농업기술센터에서도 미생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그 양이나 종류는 아주 미미하다. 인근 보령시는 지난해 친환경농업을 가능하게 할 중요한 시설을 완공했다. 다름 아닌 ‘유효미생물(EM) 공장'으로 연간 1800톤의 미생물을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대의 시설이다.
친환경농산물 유통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최대의 과제이다. 농민들을 만나 물어보면, “친환경농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지만, 판매처가 없어 망설이고 있다"고 답한다. 농산물 시장에서 친환경농산물은 관행농산물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독자적인 판매처를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군과 농협의 역할이 중요하다. 친환경농산물의 저장과 공급을 위한 별도의 시설은 물론이고, 용인의 원삼농협처럼 농협의 친환경농산물 수매가 절실하다. 청양에서는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에도 시설지원과 수매가 없어 작목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지역 농축산물을 지역에서 우선 소비하자는 로칼푸드(local food)운동이 일고 있다. 로칼푸드는 지역농업과 지역경제에 상당한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지역내 유통시스템을 비롯 소비자의식이 필수이며, 지역내 친환경농산물 우선구매 조례 등 사회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청양에서 친환경농업이 확산되려면, 생산주체인 농민 스스로의 의지가 중요하다. 안전한 먹을거리의 생산자이며,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어 나간다는 자긍심이야말로 당국의 지원자금보다 앞서는 필수요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김근환 / 발행인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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