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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톤짜리 애완용 황소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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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톤짜리 애완용 황소 보셨나요?
  • 이관용 기자
  • 승인 2008.07.28 13:55
  • 호수 7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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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리 김영훈씨의 ‘내 사랑 우동이’ 이야기

“30년 동안 소를 키워오고 있지만 지금만큼 힘든 때도 없었어. 매년 사료 값은 오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축산업은 더욱 어렵지. 내가 왜 이 길을 들어섰는지 후회도 많이 했는데 ‘우동이'가 있어 그나마 위안이 돼."
한미 에프티에이로 한우농가가 어려움에 놓여 있으나 청양읍 장승리 김영훈씨(청양군한우연구회 부회장)는 ‘우동이'가 있어 힘이 난다. 김씨가 말하는 우동이는 29개월 된 황소로 몸무게가 1000킬로그램이나 되는 거구다.

일반 황소는 29개월 됐을 때 보통 700∼800킬로그램이 나가지만, 우동이는 200여 킬로그램이 더 나간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만큼 우락부락한 인상이지만 김씨가 우동이를 가까이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우동이가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처럼 주인을 따른다는 것.
김씨는 “우동이는 다른 소에 비해 크고 생긴 것은 한성격 할 것처럼 보이지만 순둥이여. 내가 외출했다 축사에 들어올 때면 반기는 것은 이놈 뿐이여. 나머지 소들은 밥줄 때 빼고는 모른 채 혀" 하며 우동이 콧잔등을 어루만진다.

그는 우동이가 얼마나 순한지 보여주겠다며 소 우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곧 바로 우동이의 등에 올라탔다.
“봐. 덩치만 컸지 얼마나 순한지. 여태껏 많은 소를 키워왔지만 소 등에 올라탈 수 있는 것은 드물어. 황소는 더욱 그렇지. 황소는 대개 성격이 거친데 우동이는 예외여."
“그동안 소 장사들이 우동이를 팔라고 많이 왔다 갔어. 크기도 크기지만 성격이 온순하다고 웃돈까지 준다고 했고 며칠 전에는 한 소장수가 시세보다 훨씬 높게 준다고 했는디 안 팔았어. 나에게 우동이는 식구와 같은 존재여." 김씨의 우동이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김씨가 우동이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6년 8월 청양우시장에서다. 우시장을 둘러보던 김씨의 눈에 6개월 된 수송아지 한 마리가 들어왔다. 일반 송아지와 별반 다를 바가 없었지만 크고 투명한 눈에 온순해 보이는 모습이 김씨의 마을을 사로잡았다.
김씨는 그 자리에서 소 주인을 만나 군말 없이 240만원 제값을 주고 매매계약서를 작성한 후 송아지를 데려왔다. 송아지는 김씨의 축사에 온 날부터 마치 그 곳이 자신의 고향인 듯 먹이도 잘 먹었다. 더욱이 18개월부터는 성장에서 두각을 보여 한 달 동안 불어나는 체중이 여느 소와 비교햇을 때 10여 킬로그램이나 차이났다고 한다.

김씨는 “다른 소와 달리 주는 먹이도 없는데 이놈은 살찌는 게 차이가 있었어. 몸집이 너무 불어 혹시나 급격히 늘어난 체중으로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걱정도 한다”며 목에 매달았던 끈을 풀고 방목형태로 키운다고 말했다.
“우동이라는 이름은 아내가 붙였어. 얼마나 어린 아이처럼 순하고 잘 따랐으면 이런 이름을 붙였겠어. 우동이는 강아지처럼 쓰다듬어 주며 얼마나 좋아하는지 큰 눈을 꿈뻑꿈뻑 거리지.”
그는 또 “어렵고 힘들 때 나에게 힘이 되는 존재라 앞으로도 같이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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