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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유통조직 혁신으로 농산물유통전쟁 파고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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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유통조직 혁신으로 농산물유통전쟁 파고 넘는다
  • 박태신 기자
  • 승인 2008.07.21 14:18
  • 호수 7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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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농산물 유통혁신 1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농민들은 슬픈 현실에 처해졌다. 생존 수단이자, 자신들의 주특기인 ‘생산'에만 전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상품시장에서 ‘유통'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면서 생산이 유통에 종속되는 경향성도 심화되고 있다. 농산물 시장 또한 같은 과정을 겪고 있다.
농산물 시장을 장악하며 유통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는 1차 생산자인 농가와 생산자조직, 산지유통조직에게 새로운 시련을 주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는 1차 생산자에게는 끊임없이 생산 원가 수준의 출하가격을 요구하고 있으며, 산지유통조직에게는 종속을 강요하고 있다.
농민들은 밖으로는 한미에프티에를 비롯한 정부의 개방농정의 파고와 맞서야 하고, 국내 유통시장에서 대형 유통업체와 경쟁ㆍ협력 또는 독자적인 영역을 확보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절박한 상황에서 오로지 살아남으려는, 그래서 극히 일부만이 활로를 모색하고 나머지는 빈곤의 악순환을 겪게 되는 ‘농산물 유통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 각지의 농민들은 나름의 산지유통조직을 강화하면서 살아남으려 애쓰고 있지만, 청양의 농산물 유통조직은 아직도 후진적 모습에 머무르고 있다.
본지는 청양의 농산물 유통조직을 진단하는 한편 선진적인 영농조합법인, 지역농협, 농협연합사업단, 거점산지유통센터 등을 살펴봄으로써 청양의 유통혁신방안을 모색하는 기획취재를 마련했다.

[글싣는 순서]
1. 산지유통조직 혁신의 필요성
2. 청양 농산물유통조직의 문제점
3~5. 선진 산지유통센터 유형들
6. 청양 산지유통조직 혁신방안

# 강원도 대관령농협은 신선도 유지를 위한 아이스 포장시스템 도입으로 브로콜리 유통시스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평창군연합사업단과 공동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는 대관령농협은 특화상품인 브로콜리를 비롯 파프리카, 토마토, 친환경농산물 등을 상품화해 지난 2006년 129억원의 매출에 1억4900만원의 매출이익을 달성했다.

# 1996년 농민 4명이 11억원의 자본금으로 출발한 전남 무안의 매봉영농조합법인. 양파와 마늘, 배추를 생산, 판매하고 있는 매봉영농조합법인은 규모화와 기계화, 친환경적 생산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철저한 팀제 운영으로 전문성을 확보했다. 지난 2006년에 1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 나주시 농협연합사업단은 13개의 지역농협과 나주배원예농협, 농협중앙회 나주시지부가 공동으로 설립한 공동마케팅 조직이다. 지난해 12개 품목에 124억원의 매출을 올린 나주연합사업단은 올해에는 13개 품목에 200억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주시내 학교급식도 전담하고 있는 연합사업단은 내년 2월 완공되는 거점 에피씨(APC) 운영 주체로 선정되었다.

거대 골리앗에 맞서는 산지유통조직
농산물시장에서 대형유통조직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되면서 농민들은 더 이상 생산만 잘해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특히 유통업체가 원하는 양과 균일한 상품을 연중 공급하려면 규모화와 전문화, 기계화를 갖춘 산지유통조직을 만들어야 했다. 또 공동브랜드와 공통마케팅, 소비자 기호에 맞는 품질개선, 사전 최저보장가격, 전처리시설과 신선편이상품, 친환경학교급식 등 나름의 성공전략을 짜며 서바이벌 게임에 돌입하고 있다.
농민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화였다. 단기필마로 대형 유통업체에 맞서는 것은 곧 처절한 고립을 의미하기에 농민들은 영농조합법인, 농협, 연합사업단의 깃발 아래로 뭉쳐야만 했다.

연합사업단의 경우 농협중앙회가 중심이 되어 한편으로는 지역농협을 묶고, 다른 한편으로 품목별 생산자 조직을 결합시켜 짜임새 있는 생산자 조직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농민들은 생산에 전념하고 품질관리는 지역농협이, 마케팅은 연합사업단이 맡고 지자체는 지원을 담당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특히 연합사업의 의사결정과정에 농민과 지역농협, 농협중앙회 등 3주체가 참여하는 것이 최대의 강점이다. 또 앞서가는 산지유통조직에서는 공동선별, 공동출하, 공동계산이 보편화되고 있다.
실패사례도 있었지만, 연합사업단은 거점에피씨를 운영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특히 나주의 경우 내년 2월에 완공되는 거점에피씨는 전처리시설까지 갖추게 돼 자신만의 시장을 개척하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듯 전국 각지에서 산지유통조직이 규모화와 전문화를 갖춰가고 있는 데 반해 그렇지 못한 지역의 농민들은 불리한 위치에 처하고 있다. 상품의 질이 뛰어나도 일정한 양을 일정한 기간동안 공급하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배척당하고 있다.
공동선별기나 당도측정기 등 기계화에 뒤쳐진 지역의 농산물은 균등한 상품성을 유지할 수 없어 불리한 대형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또 마케팅 조직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면, 당연히 적정한 가격보장이 어렵고 안정적 공급처를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이러한 산지유통조직의 활성화와 연합 또는 공동 사업을 통해 지역농협 역시 조합원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한편 경영개선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처럼 농민, 영농법인, 농협 등 생산자 진영은 뭉치고, 전문성으로 분화하며 규모화와 기계화로 대응하고 있다. 그들은 산지유통센터라는 공동의 옷을 입고 협업과 분업을 통해 거대한 골리앗에 맞서고 있다.
물론, 한계와 문제점도 지적된다. 극히 일부만이 살아남는 경쟁원리는 농민 전체의 연대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와 대형유통업체 중심의 유통시장으로의 편입은 지역 소비(로칼 푸드) 또는 지연순환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회의적 시각이 많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다른 기획을 통해 소개할 것이며, 이번 기획취재의 범위는 산지유통센터로 한정시켰음을 밝힌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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