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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이 위기의 아바나를 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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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이 위기의 아바나를 구하다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08.07.14 15:18
  • 호수 7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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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의 메카 ‘쿠바’를 가다

곡물과 석유값의 급등은 비닐로 지은 하우스와 멀칭, 난방유, 화학농약, 그리고 각종 농기계 등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는 우리나라의 관행농업을 파탄지경으로 몰고있다.
반면, 수입 농수축산물은 최근의 광우병 사태를 비롯 지엠오(유전자조작), 각종 유해성 농약 함유 등으로 인해 안전성에 대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우리 농업을 향해 근본적인 대안을 구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위기에 빠진 우리 농업의 돌파구는 무엇인가? 그 답을 구하고자 유기농업의 메카 쿠바를 취재했다. 
이번 쿠바 취재는 전국의 7개 지역주간신문이 함께 했다.

[글 싣는 순서]
1. 쿠바는 왜 유기농을 택했나
2. 위기를 기회로 바꾼 도시농업
3. 쿠바에서 무엇을 배울것인가
4. 좌담회-청양 유기농업의 현재와 미래
5. 청양 유기농업의 과제

도시 쓰레기장을 농장으로 개간
1991년 이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 노는 땅이 없어졌다. 쓰레기장 등 노는 땅을 개간해 농장으로 바꾼 것이다. 농장과 텃밭 뿐만 아니라 주민들은 심지어 음료수 캔에 채소를 심는 등 식량자급을 완벽히 해결해나갔다.
아바나시에는 가정텃밭, 개인농가, 기업농장, 협동조합농장, 자급농장 등 8000곳이 넘는 도시농장과 텃밭이 있고, 쿠바 전체에는 대규모 농장이 2600곳, 소규모 농장은 3600곳, 자급용 가정텃밭은 9만4000곳이나 된다. 국내 식량 자급률 40%이던 쿠바는 이를 통해 거의 모든 식량을 자급자족 하기에 이르렀다.

공동취재단은 아바나 외곽에 있는 알라마르농장을 찾았다. 1997년에 설립된 알라마르농장은 국가에서 임대한 12헥타아르를 경작하는데 5헥타아르의 개간지도 갖고 있다. 쿠바에선 국가가 공유지를 협동조합에 무상으로 임대해 농사를 짓게 한다.
알라마르 농장 경영을 위해 당초 5명이 모여 조합을 만들었으나 현재는 조합원이 165명에 이른다. 이 중 농업대학 졸업자가 15명이고, 여성조합원도 48명이나 된다. 특히 조합원의 30%가 퇴직자들인데, 쿠바의 협동농장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구조이다.

▲ 국영농장 앙드레 1호의 책임자 로베르토 베르시씨(우)와 통역.
알라마르 농장의 쌀시네스(58) 조합장은 “원래 쓰레기장이었던 이 농장은 채소를 생산하는 아름다운 땅으로 거듭났다"고 밝혔다. 알라마르 농장은 상추 등의 채소경작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허브 등 20여 종으로 재배를 확대했다. 채소뿐만 아니라 분재와 정원수와 양념류, 사탕수수를 발효시킨 식초 등 생산품의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알라마르 농장에서는 수입의 50%를 농장투자비로 사용한다. 조합원들의 임금은 근무연한에 따라 다르지만, 3년 이상 근무한 조합원의 경우 약 800페소~1500페소의 월급을 받는다. 700페소를 받는 농업부장관 월급보다 협동농장의 조합원의 급여가 높은 나라가 쿠바이다.

유기농업의 문제점에 대해 쌀시네스 조합장은 “채소의 영양가와 병해충 방제"라고 설명했다. 쌀시네스 조합장에 따르면, 알라마르 농장을 비롯한 아바나의 협동농장은 농업연구소와 컨소시엄을 맺어 기술력을 제공받고 있다.
알라마르 농장에서는 주로 지렁이 분변토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다. 지렁이는 소똥과 쌀겨로 키우며, 버리는 야채로 퇴비를 만든다.

농법의 특징 중 하나는 천적을 이용하는 것이다. 색깔과 냄새를 섞을 경우 해충이 방향을 잃는다는 점을 이용한다. 예컨대 토마토와 상추, 또는 고추와 상추를 함께 심으면 해충이 도망간다는 것이다. 밭가에 금잔화를 심기도 하고, 담뱃잎에 석회를 섞어 살충제로 사용하기도 한다.
쌀시네스 조합장은 “알라마르 농장의 임금(배당금)이나 근무조건이 좋아 조합원들의 사기가 높다. 농업연구소의 지원을 바탕으로 기술력도 뛰어나 다른 농장을 지도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지렁이, 천적, 미생물로 유기농 실현
공동취재단은 농업부 소속의 국영농장인 ‘앙드레 1호'를 찾았다. 아바나 시내 중심가에 있는 앙드레 1호 농장은 1992년 쓰레기장을 개조해 채소농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 호에 사진과 함께 소개한 바 있는 ‘오가노포니코'를 활용한 앙드레 1호 농장에는 10명의 조합원이 있는데 3명이 농사를 짓고, 3명은 직판장에서 일하며, 나머지는 배양실과 묘목, 청소 담당으로 역할을 나누고 있다.
쿠바의 8000개 국영농장 중 성공한 농장으로 꼽히는 앙드레 1호는 연간 10회 연작을 하고 있으며, 야채 등의 생산물을 인근 주민들과 각국 대사관에 판매하고 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1일 8시간, 주 5일 근무를 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월 평균 1000~1500페소를 받고 있다. 이 농장 수입의 80%가 조합원에게 배분되며, 나머지는 농업회사와 재투자에 사용된다.
앙드레 1호 역시 채소부산물과 축분을 섞어 퇴비를 만들고 지렁이 분변토를 사용한다. 1평방미터당 2킬로그램의 퇴비를 넣어 12킬로그램을 생산하고 있다. 배양실에서 천적을 배양해 활용하고 있으며 담배의 진액에서 추출한 자연농약이나 미생물을 이용해 유기농을 실현하고 있다.
앙드레 1호 농장 책임자인 로베르토 베르시씨는 “금잔화를 심으면 병충해를 없애는 효과가 있으며, 무당벌레가 몰려와 병충해를 잡아먹기도 하고 다른 곳으로 꽃가루를 전파하기도 한다. 옥수수를 농장 주위에 심으면 단맛으로 인해 진딧물이 옥수수에 붙는다"고 말했다.

그는 앙드레 1호에 대해 “쿠바의 국영농장 중 모범적인 농장으로 손꼽이며, 각지에서 벤치마킹하러 우리 농장을 찾고 있다”고 자랑했다. 앙드레 1호는 쿠바농업기술협회의 교육센터로 활용되고 있으며, 캐나다에서도 6명의 학생이 파견돼 실습을 하고 있다.

김근환 / 발행인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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