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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일해서 살만한 동네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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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일해서 살만한 동네 됐습니다”
  • 청양신문
  • 승인 2008.05.26 00:00
  • 호수 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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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의 자연마을과 주민숙원사업-장평면 죽림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했습니다.

장평면 죽림리에 도착하여 한참이 지났는데도 사람 구경을 할 수가 없다. 들에서 일하는 이들도 눈에 띄지 않는다.
“인근 마을에서 출경작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이맘때쯤이면 마을에 사람이 없어요.”
고추대를 묶다가 약속 시간에 맞춰온 김중환(63) 이장은 죽림리가 산골마을이라 경작지가 적다며 마을의 특성을 설명한다. 경작지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소득원이 적다는 말, 이런 산골 마을에 몇 해전부터 가구수가 증가하고 있다. ‘한 3~4년전부터 젊은 사람이 돌아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40~50대 가구수가 전체 48가구 중 20여 가구에 이른다.

“도시 나가서 일년에 돈 천만원 모으기 힘듭니다. 여기서는 노력만하면 돈 천만원 버는 거 도시보다 쉽습니다.”
‘살만하니까’ 고향에 젊은이가 돌아온다는 김 이장. 또한 ‘노인양반들도 기반이 잡혀있다’고 말한다. 경작지가 적은 오지 마을이 어떻게 ‘살만해졌고, 기반을 잡을 수 있었는지’ 이 마을만의 대단한 소득원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김 이장의 대답은 대단한 것을 기대한 이의 마음에 아랑곳없이 너무나 간단했다.

“부지런히 일해서 그런 거죠.”
짧은 말이었지만 분명 그 말 속에는 이곳 주민들이 평생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담겨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 이장은 시원한 수박을 쪼개어 쟁반 한 가득 내오더니 ‘부지런히 일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다양한 소득원 개발로 부자마을 돼
“산촌이니 주민들이 농삿일 외에 산에서 나물 뜯어 은산장에 팔았어요. 산으로 다니는 것이 힘드니까 뿌리 채 캐다가 밭에다 심으면 편하겠다 생각하여 번식시켰는데 그게 성공을 한겁니다. 하우스 시설을 해서 팔았는데 한동안 값 좋게 잘 팔았습니다.”
취나물, 원추리 재배 성공으로  20여 년전, 이전과는 달리 살림살이가 피기 시작했고, 2000년도 초반까지 제법 톡톡한 소득원이 되어주었다. 또한 표고버섯을 재배하여 4킬로그램에 7~8만원 받던 시절도 있었다.

“오히려 우리 마을이 경작지가 적고 살기 어려워서 더 열심히 살았던 것 같아요. 살기 편했으면 뭐든지 하려고 하는 마음이 오히려 안들었을 거예요.”
시간 따지지 않고, 계절 불문하고 쉬지 않고 일을 열심히 한 덕분에 살림살이가 나아졌고, 그것이 기반이 되어 밤농사 지을 산도 사들이고, 소도 한 마리씩 늘려가며 살게 되었다.
이제 죽림리는 밤농사와 소를 많이 기르는 마을로 변신했다. 이전에 했던 하우스 작목들이 다른 지역으로 퍼져 나가면서 가격이 떨어지니 마을 사람들도 새로운 작목으로의 변화를 꾀했고 현재 주민들이 밤농사 짓고, 소 기르게 된 이유다. 이장을 따라 나서 마을을 둘러보니 온통 산에 밤나무 뿐이다.

“어찌보면 우리 마을이 산동네이니 밤농사하기에는 딱 좋은 조건인 것 같습니다.”
죽림리 사람들 열명에 여덟아홉은 밤농사를 짓고 있는데 수입이 벼농사 짓는 것보다 낫다고 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도 밤이 과잉생산되어 가격이 많이 떨어진 것을 염려했지만 그만큼 청양의 밤 품질이 밤하면 ‘어디 밤’하고 말하는 다른 지역의 밤에 비해 맛이 더 낫기 때문에 괜찮다고 여기고 있다.

비싼 사료값 대응…한우 농가 단결
현재 죽림리는 전체가구수가 소를 기르고 있고, 소 사육수도 많은 편이다.
“10여 년전 소값 파동으로 값이 폭락한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소를 키우는 것이 잘하는 것인가 걱정도 됐지만 참고 견디면 값 잘 받을 때가 반드시 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때 고생 무지 했어요. 사료값 당해낼 수가 없으니 강변에서 풀 베다 먹이고, 서울까지 가서 비지 사다 먹이고…. 나도 소 먹여 돈 벌었어요.”

소 1킬로그램에 1만 1천~2천원씩 하던 시절, 소 10마리 팔아서 밤나무 산을 5만 제곱미터나 샀다고 한다. 진득하게 키워야지 조금 살 쪘다고, 돈 된다고 팔면 안된다는 김 이장은 자연스럽게 수입 쇠고기로 인한 한우 가격 변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육질 좋게 잘 만들면 괜찮다고 봐요. 오히려 수입 쇠고기에 비해 경쟁력 있죠. 사료값 때문에 걱정하는데 이것도 공동 대응하면 다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이 모두 소를 키우기 때문에 사료값을 줄이면서도 고급육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에 가장 관심이 많다고 한다. 사료값을 절감하기 위해서 이미 사료를 직거래로 공동구매하여 농가의 사료값 부담을 줄이고 있다. 앞으로 사료값 문제를 마을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해 공동 사료배합기를 마련하자는 것이 주민들의 생각이다.

“사료만 먹여서 소를 키우면 수지타산이 안맞습니다. 풀도 베다 먹이고, 비지·밀겨울·쌀겨 등 가격이 싼 부산물 넣고, 보리·밀을 갈아서 배합하여 먹이면 사료값을 50% 정도로 줄일 수 있어요.”
김 이장은 여전히 원가 절감하는 것은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방법 밖에 없다며 비싼 사료값을 해결하는 나름대로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또한 좋은 값을 받기 위해 ‘소를 살찌게 먹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죽림리 주민들도 이같은 방식으로 소를 키우고 있다고 덧붙인다.
마을 공동 차원으로 소득원을 찾는 죽림리 주민들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며 김 이장은 마을 앞 하천으로 길을 잡았다.

“3~4년전에 어촌계를 설립했어요. 마을 앞, 하천에 다슬기가 많이 나거든요. 예전에 주민들이 수시로 다슬기를 잡아서 시장에 내다팔기도 하고, 마을로 사러 오는 이들도 많을만큼 다슬기가 많이 나기로 유명합니다. 앞으로 하천에서 다슬기 채취 행사를 열 계획입니다.”
주민들은 다슬기 가공 식품 개발, 하천에 다슬기 종패를 방류하는 등 ‘다슬기’를 마을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 이장의 말을 듣고 있으니 죽림리 사람들이 어찌하여 지금같은 살림살이를 꾸리고 있는지 조금은 알 듯 하다. ‘노는 사람없이 열심히 산다’는 말에서 이보다 더 확실한 농사비결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마을을 떠났다.

김홍영 기자  khy@cy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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