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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작의 꿈 고추밭에 심는 지곡1리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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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작의 꿈 고추밭에 심는 지곡1리 주민들
  • 청양신문
  • 승인 2008.05.12 00:00
  • 호수 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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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의 자연마을과 주민숙원사업 … 목면 지곡1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했습니다.

달달달 경운기 소리가 바쁜 농사철을 알리며 지나간다. 달음박질로 쫓아가 ‘어디가시냐’며 주민의 경운기를 세웠다.
“소 꼴 베러 가는 길인디.”
“아직도 소 꼴 베는 분이 있으시네요.”
“놀면 뭐해. 들에 나가면 죄다 먹을 건디.”
“요즘 한창 바쁘실 땐데 풀 베러 갈 짬이 나셨나 봐요?”
“그렇지 않아도 어제까지 고추 심느라 바뻤시유.”
목면 지곡1리 안못골 주민 정종구씨(65)가 요 며칠 고추를 심느라고 분주했다며 지곡1리 고추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 마을이 고추를 많이 심어유. 근디 고추를 심을 때 우리는 모두 공동 작업을 해유. 그거 하나는 우리 동네가 특이하게 잘되고 있어유.”
고추농가가 70여 호에 가까운 지곡1리는 고추모를 심을 때 내밭 네밭 가리지 않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함께 일한다.
“공동 작업을 하니까 나이든 분들이나 혼자사는 아주머니들이 좋아하세유. 그거 혼자하려면 엄두가 안나는데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함께 하니까 금방 해유.”

이렇게 해서 이 마을 고추심기는 5일이면 끝난다. 고추 심는 날 주민들은 함께 땀 흘리고 준비해온 음식을 나누며 올 한해 고추 농사가 잘되길 기원한다.
정종구씨는 지난 해에 비해 고추를 더 많이 심었다고 한다. 고추 농사 규모를 늘린 것은 지난 해 고추농사 재미가 좋았다는 말로 들렸다.
“아무래도 고추 주문량이 증가하니까 더 심는거지유. 알음알음으로 고추를 사간 이들이 한번 맛보고 계속해서 사가니까 올해는 더 많이 심었시유. 농사 진 거 잘 팔리니까 몸 고되도 하는 거여유.”

고추심기 공동작업 두레 풍습 남아
김기수(66) 노인회 총무에게도 마을 이야기 해주십사 부탁을 했다. ‘말 주변이 없어 제대로 못하는디’ 하시던 김 총무도 지곡1리 고추 자랑을 한다.
“지난 해 명품고추가 많이 나왔어유. 보통 한집당 990제곱미터에서 1650제곱미터 정도 심고, 많은 집은 4950제곱미터 정도 심는데 전체 고추 생산량 중 30% 정도가 명품고추로 판매됐어유.”
고추 생산량이 증가하고 다른 마을에 비해 좋은 품질의 고추를 수확할 수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만큼 신경쓰고, 잘 말리면 좋은 거지유.” 정종구씨는 지곡1리 ‘대표 고추농사꾼’답지않게 너무 싱거운 대답을 한다. 빙그레 웃는 김기수 총무의 얼굴이 ‘그게 다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있는 듯 하여 재차 묻는다. 그래도 정씨는 ‘관리를 잘 하고 부지런하면 된다’는 말 뿐이다. 정씨의 고추밭을 가보니 그의 농사비법을 몇마디의 말로 쉽게 알아버리려했던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요 봐유. 다른 데는 고추모가 나무 젓가락만 한디, 우리 마을 고추 대궁은 이렇게 굵잖아유. 이러면 고추를 빨리 딸 수 있고, 오래 가유. 고추 농사를 오래 짓다보니까 이렇게 된것이지유.  고추모가 이렇게 튼튼하니까 고추가 좋지유.”

오랜세월이 녹아들어 손가락만하게 굵고 틈실한 고추대를 키워낼 수 있었으리라. 어제 심은 고추가 자리를 잡고 있는지 고추를 매만지는 정씨의 손길에 풍성한 수확을 기다리는 마음이 담겨있다. 농사꾼이 고추 농사를 잘 지어놓으면 잘 가공해주는 곳이 있다며 김 총무가 고추 가공공장 이야기를 한다.
“기계가 좋아서 가루가 좋다구 해유. 오래 보관해도 변질이 안되고. 개인 농가들이 여기서 고추 빻아서 파는디 사가는 이들이 다 좋아해유.”

지곡1리에는 지난 2002년도 신농촌마을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고추가공공장이 세워졌다. 조병교(55)이장은 1년에 약 250톤의 고추를 가공하고 있다고 말하며  “공기세척과 철분제거, 살균 과정을 거쳐 보관성이 뛰어나 소비자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 총무가“가격면에서도 이곳에서 가공한 고춧가루는 더 높은 가격을 받아 고추 농가 수익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곡1리가 원래 고추를 심기 전에는 구기자를 많이 심었어유. 그 땐 가격이 좋아서 그걸로 애들 중·고등학교 다 보냈시유. 이제는 고추가 그 역할을 하는 것 같아유.”

두릉윤성 복원 ‘역사마을’ 만들고파
지곡1리 고추가공공장 옆 국도변 위에 비석이 여러 기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간두문비군으로 선정을 펼쳤던 관찰사와 현감들의 공을 기리는 비로서 지곡1리의 옛 역사를 대변해주고 있다.
“간두문은 면사무소와 지서가 있던 곳으로 정산현의 관문이었다고 합니다. 공주에서 올 때 공주에서 청남, 장평 등을 갈 때 꼭 거처가는 곳으로 여러 사람이 드나들던 마을이었습니다. 물길도 가까워 교통이 참 좋았던 곳이지요.”

조 이장은 ‘현재 보건진료소 자리에 곡식을 쌓아두었던 창고가 있었다 하시더라’며 어르신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간두문에서 강이 흐르는 제방쪽을 바라보면 들판에 서 있는 소나무가 보인다.
“간두문 앞들을 소나무가 울창했던 모퉁이 옆들이라하여 솔모랭이들이라 불렀는데 아름드리 소나무가 50그루 정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7주밖에 안남았습니다.”

솔모랭이들에는 마한시대 이전부터 사람이 살았음을 말해주는 고인돌 2기가 있다. 또한 지곡1리에는 마을의 오랜 역사를 말해주는 유적과 유물들이 많이 남아 있다. 지곡1리 안못골은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커다란 표지석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릉윤성을 오르는 진입로이다. 최근에 위령제를 여는 등 두릉윤성을 복원 보전하려는 노력에 힘입어 주민들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한다.

“우리 마을에는 오랜 역사의 유적들이 많이 있는데 관리를 잘 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역사 마을로 만들고 싶습니다. 진입로를 개선하고, 두릉윤성 오르는 길을 잘 가꾸고 싶습니다.”
지곡1리 주민들은 전통문화를 잘 보전하여 교통의 중심지였던 시절, 많은 이들이 마을을 오갔던 것처럼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마을을 꿈꾸고 있다.

김홍영 기자  khy@cy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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