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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생각한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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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생각한다 - 2
  • 김명숙
  • 승인 2001.06.03 00:00
  • 호수 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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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짜리 문화마을에 문화가 없다
▲ 지난 99년 시작해 올 상반기에 완공되는 왕진문화마을 사업은 마을사람들이 100여회를 넘는 회의를 하면서 주민들이 사업주체로 참여해 마을의 역사를 살리고 공동체를 추구하는 사업으로 이끌었다. 사진은 주민의 건강을
주민들 사업주체로 적극 나서서 환경과 문화 공동체 담긴 마을로 만들어야

문화마을은 시멘트문화마을?
농어촌지역의 생활환경 및 편익복지시설 등을 확충함으로써 농민의 복지향상과 안정된 삶의 터전을 마련한다는데 목적을 둔 정부의 문화마을사업이 지난 95년 목면 대평1리 부터 시작해 99년 청남면 왕진리, 올해 비봉면 장재리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문화마을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20억이 넘는 사업이지만 완공되거나 진행중인 마을을 보면 환경과 진정한 문화공동체를 추구하기보다는 회관건립, 도로포장, 심지어는 물고기가 살던 하천을 시멘트 옹벽 설치 등으로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시멘트문화를 양산하고 있다.
보통 사업 시작해서 완공까지 2~3년 걸리는 공사에 24~25억의 예산이 투입되는 문화마을사업은 마을회관, 상하수도, 도로포장, 오폐수 시설 등의 사업이 이루어지는데 대평1리는 24억(97년 완공), 왕진리는 25억(올 상반기 완공예정)의 사업비가 들었고 2002년까지 사업이 진행되는 장재리는 현재 24억의 예산이 서 있다.
전국적으로 시·군마다 2~3년에 1개 마을씩 책정되는 문화마을사업은 오지개발 사업이나 정주생활권 사업이 시행중인 마을중에서 선정하며 국비(양여금) 70%, 도비 21%, 군비 9%로 추진되는데 상하수도, 도로포장, 오폐수시설, 마을회관, 다목적 창고 건립 등 기본계획이 정해진 사업이 시행돼 마을마다 특성이 없다.
물론 문화마을사업을 시행하기 전에 공식적인 공청회를 거치기는 하지만 이미 기본계획이 서 있는 상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마을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이 사업에 반영되기는 어렵다
거기다 마을사람들도 자신들이 사업의 주체가 되어 살기좋은 마을, 미래의 희망이 있는 마을사업으로 적극 참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도 진정한 문화마을을 만들어가지 못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전통과 공동체를 추구한 왕진리
선진국과 우리나라 도심에서는 하천주변이 시멘트로 되어 있거나 복개되어 있는 것을 걷어내고 미생물과 물고기들이 산란하며 자랄수 있도록 원래대로 되돌리고 있는 실정인데도 문화마을 사업을 하는 곳에서는 하천정비사업을 이유로 시멘트로 하천을 완전히 둘러싸는 것도 모자라 물고기, 수생곤충 등이 상하류로 오르내릴수 있도록 어도를 설치 하지 않고 오히려 1m이상 되는 콘크리트 옹벽을 하천 군데군데 설치하는 등 자연친화형 하천과는 거리가 먼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마을회관이나 복지회관의 경우도 1, 2층건물에 1층은 할머니, 할아버지방, 주방, 거실 등과 2층은 회의실 등으로 어느마을이던지 정해진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청남면 왕진리의 경우 문화마을 사업을 앞두고 공청회를 한 것을 비롯해 사업진행 틈틈히 마을사람들이 모여 100번도 넘는 회의를 하며 마을에서 필요한 대로 사업을 추진해 나갔고 마을돈도 1천여만원 이상을 보태고 있다.
그결과 다른시군의 문화마을이 복지회관을 덩치크게 지어놓고 일년에 몇차례 마을행사와 단순한 경로당 역할을 하는 것을 벗어나 주민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이용할 수 있는 진료소와 컴퓨터가 있는 학생들 공부방, 도서실, 회의실 등을 만들어 열린공간을 만들어 관리 문제도 해결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원래는 이마을 회관도 타마을과 마찬가지로 설계되어 있었으나 주민들의 강력한 요구로 여러차례 변경된 것이다.
또 진료소가 옮겨오면서 빈 장소로 남게 되는 진료소자리도 하우스농사를 짓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을 감안, 운동기계를 갖춘 건강관리실로 운영할 계획까지 갖고 있다. 또 오랜세월동안 공동체를 엮어오고 있는 마을동제인 용왕제를 지내는 마을 우물에 정각을 세우고, 산신제를 지내는 산신제각을 지어 마을전통을 소중히 하며 후세에 물려줄 계획이다.

10~20년, 100년뒤를 계획하자
그동안 군내에는 정주생활권, 문화마을, 산촌마을조성 사업 등이 실시됐고 올해의 경우 운곡면과 목면에 정주생활권 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이제 이런 사업에 마을사람들이 사업주체로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주민들이 관심을 갖고 100년 계획이 너무 멀다면 10~20년 후를 생각하고 사업을 추진한다면 그결과는 엄청난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민의 제안을 행정당국이 ‘얼마만큼 진지하게 받아 들이냐’와 주민들은 장래성 있는 마을발전에 대해 ‘얼마나 타당성 있는 의견을 내놓느냐’다.
인근 홍성 문당리는 주민들 스스로 환경농업마을로 만들기 위한 100년 계획을 세우고 행정당국을 찾아다니며 사업설명을 하면서 지원을 받아내고 학생들의 생태교육을 담당할 생태학습장과 프로그램 개발, 또 마을전체가 함께가는 환경농업을 추구하면서 현재 42만평의 무농약유기농 벼농사 재배면적을 100만평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앞으로는 회관을 짓고 도로포장 하천정비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촌지역문화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프로그램 개발에도 사업비가 당당히 지원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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