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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 따라 다시 부르는 희망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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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천 따라 다시 부르는 희망의 노래
  • 청양신문
  • 승인 2008.04.28 00:00
  • 호수 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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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게마을로 유명한 까치내

마을과 사람들   청양의 자연마을을 가다: 장평면 지천리


갈지자(之) 형으로 흘러 가지내라고도 불리는 지천이 마을을 휘감고 도는 장평면 지천리(이장 조정근).
안뜸과 지천을 사이에 두고 자리한 고모래봉 마을이 지천리의 중심으로 낙지터널 입구에 있어 오가는 차량이 많다. 마침 청양장날이라 장을 보고 돌아오는 주민들이 버스에서 내려 지천가에 있는 휴게소 그늘막으로 들어선다.

khy@cynews.co.kr
“여그가 예전에 주막거리였어유. 낙지재도 있고 부여로 가는 길목인데 술도가가 있어 청양으로 가는 이들이 목을 축이고 갔지. 청양ㆍ은산ㆍ미당장으로 장보러 다녔거든. 길 떠나려면 고무신 제대로 된 것 신고가야지 시원찮은 거 신고 길 나섰다간 구멍 나.”
강흥낭(71) 총무가 꽁무니에 짚신 하나 더 차고 다니던 예전 이야기를 꺼내자 고무신에 구멍나던 이야기로 응수하는 김광신(75) 노인회장. 어르신들 이야기를 듣고 있던 조정근(61) 이장이 막걸리 사발 대신 음료수 잔을 들고 나온다. 시원하게 목을 축인 주민들이 멀리 길게 이어지는 지천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족이나 친구 오면 한 20여 마리씩 그냥 줬어. 지금은 인심이 박해졌어.” 지천에서 나던 참게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없으니까 박하지”하며 주민 강희돈(74)씨가 참게 잡던 어린시절로 돌아간다.
“가을에 새끼줄에 수수모가지 죽 달아놓으면 참게가 200~300마리씩 잡혔어유. 통발 한 통 잡히면 돈 5마지기하고도 안 바꾼다고 했어유.”
금강하구둑이 생기면서 ‘손톱보다 적은 놈이 물을 타고 고물고물 올라오는 어린 참게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며 주민들은 광솔불 켜고 참게 잡던 시절을 떠올렸다.
“참게뿐인가. 뱀장어도 나뭇가지 떠내려가다 돌에 걸린 것 맹키로 둥둥 떠다녔는디. 산에 진달래꽃 피는 이맘 때쯤이면 모래무지, 쏘가리, 징개미 매운탕이 밥상에 올라왔지.”
지천 이야기만 해도 ‘배가 그득해진다’는 주민들의 말처럼 지천은 이곳 사람들에게 풍요로움을 주는 곳임에 틀림없다.

농토 적지만 안뜸 쌀은 최고
지천으로 향했던 눈을 뒤로 돌리니 칠갑산이 병풍을 두른 듯 멀리 삼형제봉이 보이고 그 아래 작은 칠갑산이라 불리우는 봉우리가 있다.
“여름에 산에 가면 사촌네 가는 것보다 낫다고 했어유. 으름, 다래, 머루가 월매나 많았는디유. 머루는 없어지다시피했지만 다른 것은 아직 있어유.”
한 주민은 어린시절 배를 채워주던 칠갑산이 여전히 주민들의 살림살이에 보탬이 된다고 덧붙인다. 송이버섯이며, 약초 등을 채취하여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이들이 있다며 칠갑산이 주는 고마움을 표현했다.

칠갑산 아래 위치하여 농토가 적은 지천리이지만 청양에서 지천리 쌀하면 한손에 들 정도로 최고의 미질을 자랑한다는 마을 사람들.
안뜸에서 농사를 짓는 강희돈씨는 “농토가 적지만 청양서 최고 좋은 쌀이 이곳 쌀이라고 알아주잖아유. 안뜸 땅이 워낙 좋아서 밥맛이 월매나 좋은지 몰라유. 오히려 여기사는 이들이 여기 땅 좋은지 몰랐지만 청양 사람들이 땅 한평을 사더라도 안뜸 땅 사야한다고 말할 정도 였다”고 말한다.
“아무 벼를 심어도 맛이 좋아유. 그게 다 흙 때문이지유. 석질을 파도 모래가 없고 땅이 월매나 찰진지. 고모래봉 농토 객토할 때도 다 여그 땅 파다가 했다니까유.”

마을 주민들은 그나마 농토가 없는 지천리에서 안뜸 땅이 있어 다행이라고 말한다.

백사장 넓은 지천 만들자
멀리 지천변 마을회관 옆으로 신축 중인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지난 해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되면서 체험관을 지었는데 5월에 완공될 예정입니다. 지천을 찾아오는 이들이 숙박할 수 있도록 숙박 시설 위주로 만들었습니다.”
조정근 이장은 여름에 찾아올 손님들을 위해 체험관 뿐만 아니라 민박이 가능한 농가도 10여 가구에 이른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얼마 전 열린 부여 유소년축구대회 때도 지천리 마을에서 250여 명의 선수단이 머문바 있다.
숙박시설과 함께 주민들은 넓은 모래사장을 자랑하던 예전의 지천으로 만들고 싶다고 지천으로 길을 잡는다.

“지금은 소 꼴 베는 이들도 없고 큰 비가 내리지 않아 저 넓은 하천이 풀로 가득하여 물길이 좁아졌어유. 냇가의 백사장이 공설운동장만하게 넓었는디. 하천을 정비해서 여름에 피서객들 많이 찾아오게 만들고 싶어유.”
지천을 돌아보던 주민들의 눈에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고기들이 눈에 들어왔나 보다. “그물 갖고 왔으면 한 냄비 잡는 건디”하며 껄껄 웃는 한 주민. 마음이 급했는지 어느새 물가에 앉아 돌 망치질을 한다. 커다란 돌덩이를 들어올리자 내리친 망치질에 기절한 쏘가리가 떠오른다. 소리 내어 웃는 주민들을 보고 있으니 지천은 여전히 주민들에게 넉넉함을 주는 존재라는 것이 느껴졌다.
“넓디넓은 백사장을 자랑하던 지천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길 기대한다”고 헤어짐의 인사를 하는 주민들. 지천 따라 쉼없이 물이 흐르듯 주민들의 바람도 막힘없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김홍영 기자 khy@c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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