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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생각한다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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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생각한다 - 1
  • 김명숙
  • 승인 2001.06.03 00:00
  • 호수 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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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공동체 100년 뒤를 꿈꾸는 사람들
▲ 마을주민들이 흙벽돌을 직접 찍고 서까래로 쓰일 나무를 대패질 하는 등 공동작업으로 지은 환경농업교육관이 있는 홍성군 홍동면 문당리 마을은 전국에서 환경교육을 받으러 오고 있는 사람들이 줄을 잇는 희망이 있는 농촌마을
우리가 살고 있는 농촌지역은 경제제일주의 인식으로 이농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오랜 세월동안 아름다운 풍속으로 내려오던 마을공동체까지 잃어가고 자연환경이 급속도로 파괴되어 가는 등 미래를 향한 바람직한 삶의 모습이 사라져가고 있다.
21세기의 초입, 이제 다음세대를 위한 환경과 문화공동체를 준비해 나가야 할 때다.

환경농업마을 100년 계획 실천
20세기 말에서 21세기를 넘어 22세기를 준비한 사람들이 있었다. 홍성군 홍동면 문당리 사람들. 100년 뒤 마을의 환경과 공동체를 설계하고 실천해 가고 있다.
1993년 이마을에 사는 농사꾼 주형로씨(42. 홍성환경농업마을 영농조합법인 대표)가 오리농법으로 새로운 무농약 유기농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무농약 유기재배한 쌀(상표 그옛날쌀)이 무농약 품질인증을 받았으며 전국에서 유일하게 마을단위로 확산시켜 환경농업공동체를 이루게 되었고 마을사람들은 미래를 향한 ‘희망이 있는 농촌마을’을 꿈꾸며 ‘21세기 문당리 발전 백년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이 원대한 계획은 삶의 질과 환경이 낙후되고 농산물의 국제 경쟁력까지 약화돼 미래와 희망이 없는 현재의 농촌을, 희망이 있는 곳으로 만들고 생명 및 환경산업으로 농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생활환경도 환경친화적으로 복원해 농촌의 환경복원이 우리 국토의 환경보전에 큰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실천하기 위해서이다.
문당리 사람들은 백년계획 중 첫째 사업으로 공동체를 엮을 환경농업교육관을 짓기로 하고 영농조합원들이 쌀 수매시 일정액의 기금을 3년간 모아 마을중앙에 있는 땅 3천평의 터를 구입하고 지난해 6월 공사를 시작, 12월에 완공을 했다.
올해 또 풍경이 아름다운 마을로 만들기 위해 살구나무, 매화, 산수유, 철쭉, 개나리 등 3천그루를 심었고 앞으로도 계속 심을 예정이며 2천여점의 생활용품과 농기구 등을 전시할 농업박물관도 짓는다.
흙벽돌 3만2천장을 마을사람들이 직접 찍고 서까래를 말려서 대패질 하는 등 꾸준히 준비한 260평 규모의 환경농업교육관과 80평의 연수, 교육용 숙소를 지었다.‘먹거리, 기술, 정’ 등 모든 것을 나눈다는 ‘나눔의 집’ 환경교육관에서는 전국에서 오는 방문객들을 위한 환경교육, 우리춤 교실, 한글교실, 풍물강습 등의 문화활동이 이루어지고 앞으로 무농약 한약재를 쓰는 문당한의원, 한우원 등을 운영하며 태양열 바이오가스, 태양광 등 자연에너지를 이용한 주택, 자연형 삽교천도 만들 계획이다.
자신들뿐만 아니라 다음세대까지도 염두에 두고 실천해가는 ‘문당리 발전 백년’계획에 마을사람들은 60억원 정도의 예산을 세우고 기금을 적립해 나가고 있다.
90집에 81농가인 문당리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미래농촌의 모델로 생각하고 있는 생명과 환경, 문화공동체가 어우러진 마을을 만들어 가게 된 것은 쌀이 개방되는 2004년이면 농업에 대한 대안은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시작되어 93년부터 환경농업을 추구해오고 7년만에 백년계획을 실천하게 됐다.

“야자나무도 마을의 역사다”
문당마을 사람들이 땅과 사람을 되살리는 환경농업을 추구해나간다면 미국의 작은 마을 체이피의 사람들은 소규모 저예산 조직으로 뚜렷한 목적의식 아래 창의적 기획으로 지역문화 형성을 주도해 오고 있다.
과거보다 현실에 살아 숨쉬는‘문화유산 만들기’를 통해 진정한 지역문화발전을 실천해 가고 있다.
30여년전 철거위기에 몰린 한 교회 건물을 살리려는 이웃모임으로 시작해 지역문화관을 만든 이들은 레몬과 오렌지 농사를 짓는 작은 마을이지만 120년 역사와 문화를 재현한 자연사 박물관을 만들었다.
또 고풍스런 개인주택이나 공공건물 보존사업, 내집 역사 알기 운동을 통한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뿌리 내리도록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20여그루의 야자나무를 지역 역사의 일부라며 2년에 걸쳐 행정당국을 설득한 끝에 보존 승낙을 받기도 했다.
이런 운동은 우리나라 근대건축물이 많은 강경과 목포, 태백, 해남 등지서도 일부 내서널트러스트(국민신탁)운동으로 일고 있기도 하다.

쓰레기하천 되살려 환경교육의 장으로
주민들이 내다버린 온갖 쓰레기로 뒤덮여 버려진 하천을 맑은물이 흐르는 실개천으로 바꿔논 일본의 산겐자야 지역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80년대 당국이 하천정비사업에 나서자 지역민들이 주민협의회를 만들고 전문가를 초빙했다. 복개됐던 하천을 되살리는데 당초 직선으로 되어있던 하천 정비계획안을 원래대로 자연스런 모습을 따라 만들도록 하고 맑은물이 흐르는 실개천으로 부활시켰다.
인도 옆에 맑은물이 흐르고 그 주변에 주민들이 손수 가꾼 꽃과 나무가 어우러지는 등 다양한 주민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 완성하는데 8년 걸린 이 거리는 도쿄의 ‘역사문화 거리’로 지정되었고 또 일본전역이 주목하는 ‘주민들의 마을만들기’ 효시로 26년째 마을가꾸기를 해오고 있다.
홍성 문당리 마을이나 체이피, 산겐자야 지역 사람들은 스스로 마을의 역사와 미래를 생각하며 계획을 세우고 정부에서 하는 사업에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적극 참여한데서 얻어진 결과이다.
우리지역의 경우 20억 이상이 투자되는 문화마을사업, 정주생활권 사업, 산촌마을조성 사업 등이 매년 시행되고 있다.
이제 지역주민들이 사업주체로 적극 참여해 환경과 미래를 생각하고 공동체가 되살아나는 마을로 가꿔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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