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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과 근검으로 장평면사무소 22년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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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과 근검으로 장평면사무소 22년 근무
  • 김명숙
  • 승인 2001.06.03 00:00
  • 호수 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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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을 한결같이 7시20분에 출근 민원인들 편의 도와
2장평면사무소
이 은 상 씨
“이분처럼 근면한 사람은 드물겁니다. 말없이 맡은 일은 물론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남의 일이라도 나서서 꼭 도와줍니다.”
장평면사무소에서만 22년째 근무해오고 있는 이은상씨(54)를 아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지방기능 8급 청사관리를 담당하는 이씨를 민원인들은 ‘이주사’로 부르는데 그의 출근시간은 아침 7시20분이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출근시간이 정해져 있다. 이른 출근시간을 맞추기 위해 새벽 6시30분에 정산면 와촌리 집에서 점심도시락을 들고 차 타는데까지 30분을 걸어나와서 버스를 타고 면사무사소로 출근한다.

혹 한겨울 눈이 많이 와 버스가 애경아파트가 있는 큰고개 때문에 운행을 못하면 더 이른 새벽에 나와 미당까지 눈길을 걸어서 간 다음 미당에서 택시를 타고 기어이 출근시간을 맞춘다.

누가 그렇게 출근시간을 정해준 것도 아닌데 22년을 한결같이 스스로 정한 출근시간을 지키며 면사무소 문을 제일 먼저 열어놓고 청소를 하며 다른 직원들을 맞고 있다.

이주사는 장평면사무소 직원중에 최고 오래 근무한 고참으로 장평면 사람들을 훤히 안다. 그래서 민원인들이 찾아오면 담당공무원이 출장을 갔을 경우 꼭 연락을 취해 언제쯤 다시 오면 볼일을 마칠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자신의 업무가 아니므로 담당자가 없으니 다음에 오라고 해도 될 듯한데 어렵게 면사무소로 일보러 온 사람들을 그냥 가라고 하기가 미안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

“저는 청사 관리를 맡은 사람이라 잘은 모르지만 공무원이라면 민원인들이 찾아왔을때 불쾌하게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친절하게 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는게 뭐 있나요. 그냥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오래 있다보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도와드리고 모르는 일은 면사무소를 찾아온 민원인들게 ‘담당자 없네요’ 하는 것보다 ‘언제 다시 오세요’ 하는 것이 더 제 마음이 편해서 그러는거죠”

그뿐만이 아니다. 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 업무는 면사무소 소관이 아니지만 민원인들이 잘못 알고 찾아와서 문의하면 그쪽 담당자와 연결 시켜 주는 등 최대한 민원인들의 편의를 돕고 있다.
이주사는 민원인들에게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 사이에서도 내일네일 가리지 않고 자신이 도울 일이 있으면 나서서 돕고 있다.

이동이 잦은 다른 직원들에 비해 이곳에만 20여년 넘게 있어 갓 발령받아 오는 다른 직원들은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무조건 이주사에게 묻는다.

점심때 다른직원들이 다 볼일을 보러 나가게 될때도 이주사는 “내가 있을테니 모두 다녀오라”며 사무실에 남아 민원인들을 맞고 자신은 뒤늦게 도시락을 먹는다.

술, 담배도 안하고 점심 도시락도 꼭 챙겨올 정도로 성실함과 검소함이 몸에 밴 이주사는 생전 남과도 다투지를 않는다.
때로 사람들한테 서운한 일도 있지만 참고 넘어간다. 다른 직원은 때가 되어 장평을 떠나지만 자신은 붙박이로 있으며 늘 만나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참는게 오히려 낫다고 한다.

1979년 장평면사무소 고용원 자리가 비었다고 해서 취직하게 된 것이 오늘날에 이르렀다. 부인 이양순씨(52)와 2남2녀의 자녀를 키우며 성실히 살아온 이씨.

옛날에는 숙직도 매일하고 일요일도 근무하는 등 근무환경이 열악했지만 지난 89년 8월부터 기능직으로 전환되어 기능직 10등급 사무보조원이 된 이후로는 수당도 늘어나고 대우도 나아졌다.

그러나 성실한 자세로 민원인들을 만날 일도 얼마 남지 않은듯 하다.
정산이 집이지만 새벽에 나와 20년 넘게 장평에서 살아와서인지 고향같고 정이 가는데 정부의 구조조정에 의해 7월에 명예퇴직 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장평사람들과 한식구 처럼 지내는 이씨는 명예퇴직에 대해 “정부에서 하는 일이라 어쩔수 없지만 면사무소를 떠난다는게 못내 서운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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