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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숙원사업:화성면 용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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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숙원사업:화성면 용당리
  • 청양신문
  • 승인 2007.10.29 00:00
  • 호수 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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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압송전탑만 보고 살라구요?”

용곡 큰동네 70가구, 이주대책 절실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우리 마을은 사람이 살 수 없는 동네가 될 것입니다."
화성면 용당리(이장 김순배)를 찾아 숙원사업 이야기를 시작하자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단호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용당리는 고압 송전탑 7기가 건설 중으로 2백여명의 주민들은 당장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숙원사업이 어디 있겠냐며 주민들이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345KV가 흐르는 지역에서 누가 살고 싶겠습니까? 마을에 이미 세워진 5기의 154KV 고압 송전 선로로 인해서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젊은 사람들은 여기서 살려고 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7기가 더 세워진다면 더욱 심각한 상황이 될 것입니다. 사람이 살만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떠나는 것이 아닙니까?"
용곡 큰동네 70가구 중 서너집만 빼고 모든 집들이 철탑이 서있는 쪽으로 자리하고 있어 매일 눈을 뜨면서 잠들 때까지 철탑을 바라보고 살아야한다고 말하는 한 주민은 빨래줄에 빨래 널어놓은 듯이 눈앞에 보이는 것이 모두 철탑인데 젊은이들이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자식을 키우며 살아갈 마음이 어떻해 생기겠냐며 답답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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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집 주변 고압송전탑 통과
용당리 중에서도 용곡 큰동네는 주민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송전탑 선로가 가장 가깝게 지나가고 있다.
김 이장은 “우리 집 앞뒤로 200미터 사이로 철탑이 있다"며 거리가 5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곳에 선로가 지나가는 곳도 있다고 그 심각성을 설명했다. 또 사람이 살고 있는 지역과 이렇게 가까운 곳에 고압송전탑을 세우면 그곳이 사람이 살만한 주거지라고 할 수 있겠냐며 반문하는 김 이장은 이로 인해 마을 사람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땅을 내놔도 매매가 전혀 안되고 있습니다. 누가 땅 사러 온다고 했다가도 고압송전탑 선로가 있다는 마을이라는 것을 알고 아예 땅을 보러 오지도 않습니다."
송전탑으로 인해 재산권 행사의 제약을 받는 것 못지않게 주민들이 염려하는 것은 건강문제. 이에 대해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은 이주 대책을 세워달라는 것.
“불안해서 더 이상 살 수가 없으니 마을을 떠나는 것이 아닙니까? 주민들은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송전탑을 세워달라고 요구했습니다만 그렇게 되지 않았고,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이주 대책을 세워줘야 합니다."
고향을 등지고 고향 사람들이 뿔뿔이 헤어져야 할 상황에 처했다는 주민들은 주민 모두가 안심하고 함께 모여 살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도나 군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길 원하고 있다. 또 “용당리 주민들의 절실한 심정을 알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이주대책에 대한 방안이 찾아질 것"이라며 용곡 큰동네 주민 70호가 이주할 수 있는 공동주택을 마련해주길 원하고 있다.
마을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돌아서는 주민들의 뒷모습에는 대대로 터전을 잡고 살아온 땅에서 그냥 사는 것도,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떠나는 것도 선뜻 선택할 수 없는 막막하기만 한 현재의 심정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여기 있는 농토 다 버리고 가서 어떻게 살아가냐"며 고향 땅 인근 지역에 주거지역이 조성된다면 농사는 계속해서 이곳에 와서 지을 수 있지 않겠냐는 용당리 주민들을 보면서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 들녘의 풍요로움이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이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김홍영 기자  khy@c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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