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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학생에게 음식값 깎아주는 청명각 명용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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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학생에게 음식값 깎아주는 청명각 명용식씨
  • 김명숙
  • 승인 2000.08.26 00:00
  • 호수 3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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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사람이 열심히 살면서 노인들에게 잘한다”
“배달 늦어도 기다려주는 손님들이 오히려 고맙죠”
“배달 늦어도 기다려주는 손님들이 오히려 고맙죠”

청양읍 읍내리 십자로에서 우체국을 가다보면 중간쯤에 공간이 작은 중국음식점 청명각이 있다.
그러나 이 음식점을 운영하는 젊은 주인 명용식씨(38)의 마음은 작은 공간이 차고 넘칠정도로 아주 넓다.
“이집이 노인들에게는 짜장면 값을 덜 받는다고 하는데 맞나요?”
“덜 받는게 아니라 우리집 배달이 늦어서 그래요. 사람을 둘 형편이 아니라 집사람과 둘이 하다보니 다른집보다는 많이 늦은 편이죠. 그래도 시켜주시는 분들이 계시고요”
말은 그렇게 해도 주방장도 되고 배달원도 되는 청명각 명사장은 자식에게 용돈 타쓰는 노인들과 부모한테 용돈 얻어 쓰는 학생들에게는 짜장면은 물론 짬봉, 볶음밥 등 대부분의 음식값을 5백원씩 깎아받고 있다.
음식점으로 직접 찾아오는 손님들은 물론이고 경로당이나 노인들이 잘 모이는 부동산사무실 등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당연히 음식값을 싸게 받는다.
그렇게 해도 되느냐고 묻자 사람두고 하면 어렵겠지만 식구끼리 둘이 하니 그냥저냥 괜찮다고 한다.
오히려 손님들께 고마운 것은 명사장이 음식도 만들고 배달도 하다보니 배달이 많이 늦은 편인데 이해하고 계속 이용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런 고마운 마음을 생각하면 더 싸게 드리고 싶지만 자신도 먹고사느라고 그럴수가 없어 미안하다는 말도 덧붙인다.
비록 돈 500원이지만 가끔 시켜먹는 노인들과 장날마다 시골에서 장보러 왔다가 들리는 노인들에게는 돈 보다도 이들 부부가 부모처럼 대우해주는 마음이 더 고맙다고 한다.
그 마음을 보고 장날마다 단골로 오는 손님이 스무명은 된다고 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값을 적게 받아도 가게안이 세련되지 못했다고 잘 안온다고 한다.
명용식씨가 직접 청명각이라는 간판을 달고 중화요리 전문점을 한지는 8년밖에 안되었지만 그래도 이바닥 경력은 15년이 넘는다.
청양읍내에서 산동반점, 황해원, 해빈루 등의 중국집에서 배달부터 시작해 주방보조, 주방장으로 있다가 기회가 닿아 배운기술로 직접 차리게 되었다.
삶의 동반자이자 사업동업자인 아내 박노숙씨(33)와 쌍둥이 아들 광복·광옥(청양중 1년), 초등학생 석(5년), 노걸(2년) 등 네 아들과 청수리서 부모님(아버지 명제현(67), 어머니 임종후(〃)을 모시고 함께 살고 있다.
그리 넉넉한 살림은 아니지만 부모님을 모시고 음식점 하랴, 틈틈히 농사일 하랴, 아이들 키우랴 고생하는 아내가 고맙다고 하는데 그의 야물딱진 아내 박노숙씨는 음식값 조금 싸게 받는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생각하면 안어려운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우리들이 조금만 아껴쓰면 그게 그건걸요. 오히려 항상 찾아주시고 30분이고 한시간이고 배달이 늦어도 기다려주시는 분들이 있어 우리가 먹고 살수 있으니 더 고맙지요”라며 장날이면 늘 오시던 노인들이 계절이 바뀌거나 해가 바뀌면 안 오시는 분이 생길때마다 마음이 않좋다며 노인들이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한다고 말한다.
청명각은 아침에 조금 늦은 10시반에서 11시쯤 문을 연다. 청수리서 농사일을 하고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게가 일년열두달 특별히 쉬는 날이 없고 못자리하고 모심고 벼베고 할때만 문을 닫는다.
어쩌다 그런날 찾아오신 단골손님은 무슨일 있느냐고 걱정스럽게 묻기도 한다.
조금 벌어서 저금하고 먹고 살고 그러면서 얼마전에는 차한대를 샀는데 한 삼년 꼬박 모아서 마련했다고 한다.
부모님께서 어쩌다 장에라도 나오시거나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차 있는 다른 자식을 역부러 오라고 하는게 미안하기도 하고 가게 오고가기도 편하게 큰맘 먹었다고 한다.
소문을 듣고 오후 세시쯤이면 한가하겠다 싶어 취재차 명용식씨를 청명각으로 만나러 간 날도 가서 한참을 앉아있으니 배달통을 들고 들어왔으나 말을 붙이기도 전에 주방으로 들어가 미리 주문받은 잡채밥을 만든다.
익숙한 솜씨로 음식을 만들어 놓자 그의 아내가 잰 손놀림으로 포장하여 철가방에 넣기가 바쁘게 주방에서 나와 가게문을 나서고 한참을 기다리니 또 그렇게 볶음밥을 만들어 음식을 기다리고 있을 단골고객에게 달려간다.

<우리의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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