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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중앙정치의 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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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 중앙정치의 인질이다
  • 청양신문
  • 승인 2006.06.12 00:00
  • 호수 6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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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지방선거 돌아보기

5.31 지방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5.31 지방선거를 통해 광역단체장 16명, 기초단체장 230명, 광역의원 726명, 기초의원 2,888명 등 모두 3,860명이 선출됐다.

청양군선거구에서도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국민중심당, 무소속 후보들이 선거에 뛰어들어 군수는 국민중심당 김시환 후보가, 도의원은 국민중심당 이정우, 한나라당 최의환 후보가 당선됐다.

군의원 가선거구에서는 열린우리당 김명숙, 한나라당 강석호, 한나라당 심우성, 국민중심당 김종관, (나)선거구에서는 한나라당 이기성 한나라당 최병학 국민중심당 이강용 후보가 피선됐다.

기초의원 비례대표에는 한나라당의 거센 바람에도 불구하고 국민중심당 임순예 후보가 당선됐다.
이같은 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이 정당 보다는 인물과 정책 중심으로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지역 정가는 분석하고 있다.

본지는 정당 공천 등 지방선거 개정에 따른 문제점을 인물과 사상 6월호에 실린 강준만 전북대교수(신문방송학과)의 글을 인용 보도한다.
따라서 본지 편집방향과는 다를 수 있다.                         <편집자주>

5·31지방선거, 출발부터 잘못됐다
5·31 지방선거엔 기대를 걸 게 없다. 출발부터 잘못된 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 여당에게 있다.
 정부 여당과 사이가 나쁘다는 신문들의 주장은 빼고 소개하겠다.

“어제의 국무위원이 하루아침에 무더기로 선거게임, 정치승부의 도구로 동원되고, 이를 당연시하는 풍토와 발상은 구태 구습의 전형이다. 여권 전체가 국정의 안정성이나 신뢰성, 국민의 시선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정권 지상주의에 빠져 있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엔 지방선거 ‘올인'인가(사설)」,『한국일보』, 2006년 2월 21일, 31면.)

“장관직이 논공행상의 전리품이나 표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내각이 선거용 경력관리 기구로 국민들에게 인식될 경우 우리 정치 풍토와 공직문화에 미칠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장관직이 표를 얻기 위한 수단인가(사설)」,『경향신문』, 2006년 2월 22일, 31면.)

“국정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고위 관료들이 철새처럼 집단이탈에 선거에 투입되는 행태야 말로 공직사회의 안정성을 흔드는 원인이다. 이는 결국 장관은 누가 맡아도 상관없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공직사회의 무사안일 등 도덕적 해이는 물론 국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 게다가 각료들이 떼 지어 선거판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정부의 공정한 선거관리 의지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땜질 개각'언제까지 되풀이할 건가(사설)」,『경향신문』, 2006년 3월 3일, 27면.)

“열린우리당이 시작한 전국 순회 정책간담회는 5·31 지방선거를 의식한 선심용이라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여당이라고 해서 오로지 집권당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심산이라면 선거 분위기를 혼탁하게 몰아가는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선거개혁을 부르짖는 정당이 그래서는 안 된다."(「여당 정책간담회 선거용 아닌가(사설)」,『한국일보』, 2006년 3월 9일, 31면.)

한나라당의 ‘공천 장사'
정부여당은 겉 다르고 속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에 바쁜 반면,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공천 장사'하기에 바빴다. 한나라당은 4월 12일 김덕룡(서초을)·박성범(중구) 의원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다고 밝혔지만, 한나라당에 우호적인 언론마저 그걸 ‘빙산의 일각'으로 보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중앙일보』는 “한나라당 아성인 영남 지역에선 공천을 받기 위해 필요한 금품 액수가 공공연한 비밀처럼 떠들고 있다"며 “경남의 한 지역에선 ‘기초의원 1억~3억원, 광역의원은 3억~5억원, 기초단체장 공천엔 10~15억원이 정찰가'라는 이야기가 출마 희망자들 사이에 돌았다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의 증언이다"라고 했다.(최상연·서승욱, 「한나라 공천장사 정착제?」,『중앙일보』, 2006년 4월 14일, 1면)

『조선일보』는 “지금 한나라당 고발센터에는 200여건의 공천비리 제보와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얽힌 비리 의혹이 들어와 있다고 한다"며 “한나라당이 지금 올라탄 열차는 ‘대선 필패' 열차"라고 했다. 이 신문은 “한나라당 사람이 집권 꿈을 접고 저마다 공천 장사로 자기네 곳간이나 채우자고 나선 모양이다"라며 “이 꼴을 보면 한나라당은 국민의 피와 꿈과 목숨조차 못 팔 게 없는 무서운 정당인 듯하다"고 했다.(「한나라당, 집권 꿈 접고 공천 장사로 나섰나(사설)」,『조선일보』, 2006년 4월 14일, A35면)

한나라당은 국민의 피와 꿈과 목숨조차 못 팔 게 없는 무서운 정당인가? 아무려면 그럴까. 아무리 봐도 한나라당이 그렇게 까지 무서운 정당인 것 같지는 않다. ‘대선 필패'의 악몽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아 밤잠을 못 이루는 『조선일보』 논객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중요한 건 한나라당의 ‘대선필패'가 아니다. ‘공천 장사'가 지방자치를 ‘돈 놓고 돈 뜯어먹기 전쟁'으로 전락시킬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단체장·지방의원  정당공천’ 배제해야 한다

6·30 공직선거법 개정의 문제
‘기초자치단체장 정당공천제'도 짚어볼 문제다. 이에 대해선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비판에 대한 대응 자세다. 수없이 제기된 우려에 대해 중앙정치권은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았다.

처음 본격적인 비판이 제기된 건 2005년 4월이었다. 4월 8일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회장 권문용은 ‘정치관계법 개정' 간담회에서 “기초자치단체장은 지역구 국회의원의 공천권과 광역자치단체장의 재정 및 인사권 등에 의해 지나친 간섭과 통제를 받게 되어 지방행정과 지역주민을 위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며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특히 “공천 과정에서 각종 지방선거 부패현상이 발생한다"며 “헌금을 주고 공천된 후 당선된 사람은 재임기간 동안 그 돈을 찾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코리아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선 일반 국민의  59.4%, 단체장의 80%가 폐지를 주장했으며, 이전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국회의원을 제외한 공무원, 시민단체, 언론인 등이 70~80% 이상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05년 6월 30일 국회는 기초의회 의원의 정당 공천이 가능하도록 공직선거법을 바꿨다. 8월 4일 정부가 공포한 지방자치 관련 법률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① 지방자치와 관련된 피선거 대상 중 유일하게 정당공천을 하지 않았던 기초의회 의원들에 대해 정당의 복수공천을 확대하고, ② 기초의회 의원의 선출 방식을 현재의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하고 전체 의석수의 10%를 비례대표로 선출하고, ③ 지방의회(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들에 대해 현재 수당 등의 형식으로 지급하고 있는 금전적 보상을 월정 급여의 형태로 지급하는 유급제화 등이었다.

열린우리당 의원 심재덕은 “정당공천제는 중앙정치가 지방정치를 손에 쥐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당 지방자치위원회 위원장직에서 물러나고 나흘 동안 단식을 했다. 그는 선거법 개정은 “어느 세력이라고 할 것 없이, 4당의 당리당락에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열린우리당은 지금 당장 한나라당과의 대결에서 기초의원 수를 하나라도 더 얻자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지방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류이근, 「“지방정치를 손에 쥐겠다는 것"」,『한겨레 21』, 2005년 9월 6일, 35면.)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 최창수는 “우리 지방자치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며 “지난 10여 년간 우리나라 지방자치 발전의 장애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주요 요인 가운데 하나는 지방자치가 중앙정치권에 예속되어 자율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 인데 이번 개정으로 이러한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최창수, 「지방자치 거꾸로 가는가」,『서울신문』, 2005년 8월 29일, 26면.)

2005년 9월 7일 한국헌법학회와 한국공공자치연구원의 지방자치 토론회는 개정 공직선거법을 ‘국민의 열망을 저버린 악법’으로 규정했다.

인하대 교수 이기우는 “정당공천으로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지방정치인이 중앙정치인의 지배 하에 있게 된다면 지방자치는 이미 장식품에 지나지 않게 된다"며 “발상을 전환하여 정당공천 없이 자유롭게 입후보한 자가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를 공표하는 정당표방제가 해법이다"라고 말했다.(이기우, 「지방선거, 정당표방제가 해법이다」,『서울신문』, 2005년 9월 8일, 26면)

명지대 명예교수 정세욱은 정당공천제의 폐해는 말할 것도 없고 기초의원 선거구를 중선거구로 확대한 것도 ‘근접성의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기초의원을 중선거구에서 뽑으면 인접한 읍·면·동에서 뽑힌 기초의원들 간에 싸움을 붙이게 되고, 인구가 적은 면·동에서는 의원이 뽑히지 않을 수 있다. 주민들 간에 ‘우리 읍·면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소지역주의를 심화시켜 이웃 읍·면·동민들 간에 반목을 부추기고 감정의 골을 깊게 할 것이다. 선거비용도 몇 배나 더 들게 된다."

정세욱은 “열린우리당 당론은 야당 시절에는 정당공천제였고, 여당이 된 후에는 정당공천 배제였으나 지난 6월 말에 정당공천제로 급선회했다.
한나라당 당론은 여당 시절에는 정당공천 배제였으나, 야당이 된 후에는 정당공천 고수로 바뀌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6·30 공직선거법 개정은 이론상으로나 절차상으로 문제가 있고 선진국의 추세에도 역행하는 개악이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속 보이는, 해서는 안 될 개악이었다. 국회의원들을 후안무치한 정치인으로 각인시킬 소지가 있는 이 법을 반드시 재개정해야 한다. 다음 선거에서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이런 비민주적 국회의원들을 낙선시켜야 한다."(정세욱, 「기초의회까지 정당 바람 넣나」,『한국일보』, 2005년 9월 15일, 30면.)

그러나 날이 갈수록 국회의원의 권력이 커져 그게 쉽진 않을 것 같다. 지방에선 지방의원이 점점 ‘국회의원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는 게 정설로 통용되고 있다. 기초의원 정당공천제의 표면적 도입 이유는 “정당이 후보를 검증해 자격 없는 후보가 난립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지만, 현장에선 “이 제도가 실제론 국회의원이 자기 사람을 지역구 내 각 동(洞 )에 심는 역할을 할 것”이란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리는 이렇다. 작년 각 정당이 ‘정치개혁'을 한다며 앞 다퉈 지구당들을 없앴다. 지구당에서 국회의원들의 수족(手足)처럼 일하던 사람 상당수도 졸지에 일자리를 잃었다. 이 ‘국회의원의 사람들'에게 자리를 주기 위한 필요성 때문에 시·군·구 의원 정당공천제 아이디어가 나왔다는 얘기다. 구청장 후보도 지역구 국회의원이 거의 결정하는 게 현실인 만큼, 시·군·구 의원 후보 나눠주기야 국회의원 마음에 달린 것 아니냐는 우려였다."(박중현, 「지방의원은 국회의원의 밥?」,『조선일보』, 2006년 2월 16일, A30면.)

『한국일보』 2006년 4월 8일자는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위상이 달라졌다. 각 정당들이 기초단체장과 의원 공천권을 중앙당에서 시·도 공천심사위원회로 넘기면서 국회의원들의 발언권이 세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일부 지역에서는 기초의원 당선 후 2년간 의정비를 후원금으로 냈다든가, 또 다른 지역에서는 공천헌금은 기본이라는 얘기까지 떠돌고 있다고 했다.(정관진·이정훈, 「‘금배지 전성시대'」,『한국일보』, 2006년 4월 8일, 10면.)
<정리= 최택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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