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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 견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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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굴 견학기
  • 청양신문
  • 승인 1990.07.12 00:00
  • 호수 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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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체가 비무장지대가 되기를 기다리며

<김>

 

지난 8일 한국자유총연맹 청양군 지부에서 주최한 전방 및 제2땅굴 견학을 청양군 관․공동단체 여직원들과 읍내리 부녀회원등을 90여명이 다녀왔다.  전날밤부터 게세게 퍼붓던 빛줄기가 천안을 지나면서 그치기 시작하더니 출발후 5시간이 지나 철의 삼각지 전적관에 도착했을때는 맑은 햇살을 볼수 있었다.

 

첫 번째로 들른 철의 삼각지 전적관에는 한국전쟁에 관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었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다음 목적지인 제2땅굴을 향해 출발, 김일성이 이곳을 빼앗기고 3일동안이나 울었다는 넓은 철원평야가 뜨거운 햇살아래 굼실굼실 살아 움직이고 있는 곳을 지나 여러번의 검문을 거쳐 도착한 최전방고지 안의 제2땅굴, 이땅을이 발전되기 전까지는 이곳도 비무장지대였다고 한다.  1974년 11월15일 고량포에서 땅굴이 발견된 것을 비롯 1975년 5월19일 철원, 1978년 1978년 10월17일 판문점, 그리고 올해 3월3일 양구에서 땅굴이 발전되어 현재 공식 발표된 것이 4개이다.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공개된 제2땅굴은 강원도 철원 북방 13㎞ 비무장지대에 위치하며 지하 50~100m에 암석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 길이는 3,200m라고 했는데 우리가 견학할 수 있는 곳은 불과 500m뿐이었다. 더러는 비장한 각오로 더러는 호기심으로 땅굴을 돌아 나오면서 두런거렸다. 그나마 발견한 것이 참 다행이라고, 빨리 통일이 되어서 이곳을 통해 지하철이 생가면 좋겠다고, 아까운 젊음 이땅속에 다 묻어버렸겠다고, 바쁜 시간을 재촉하며 구불구불 흙먼지 풀풀나는 산길을 돌아 철의 삼각전망대에 도착했다.

 

북위 38도 북방 중부의 김화․철원․평강을 연결하는 삼각지대이며 6․25전쟁당시 전략적인 요충지대로 격전지였다는 철의 삼각지대와 길이가 155마일이나 되고 최전선 입초소 나무판에는 3개국어로 ‘경고,당신은 비무장 지대에 접근하고 있다.’라고 우리말, 영어, 중국어로 적혀있는 비무장 지대에 접근하고 있다. 

 

갈수록 비무장지대의 거리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  서로들 내땅을 넓히기 위하여 조금씩 조금씩 총을 겨누고 다가서다가 어느날 문득 통일이라는 이름앞에 네것도 내것도 아닌 우리 공동의 땅으로 만들기 위한 악수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되면 지난 40여년간 잘 보존되어온 비무장 지대안의 귀한 것들을 잃을까 염려하는 사람들도 더러는 있겠지만, 그래도 월정리역에 서있는 녹슨 철마를 다시 기름칠해 분단국에서 태어나 사고마저도 무장되어온 우리의 아이들에게 이땅 끝까지 무수한 꿈을 나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피곤해 지쳐 의자 깊숙이 기대어 눈을 감고 철의 삼각전망대에 설치해 놓았던 망원경 안으로 다시한번 기어들어가 보이지 않고 그저 온통 뿌연 시야,

자- 우리 노래라도 부릅시다.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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