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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양신문
  • 승인 199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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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꿩대신 닭이 아니라 이제는 닭대신 꿩으로 돌아갔으면

사람에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생의 가치관에 따른 철학이 있다. 그 철학중에 예(禮)를 으뜸으로 꼽는다. 생에 최대의 예의를 부모에게 효도하고 나라에 충성하는 충효 사상을 사람의 근본으로 여긴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에는 효도로 모시고 돌아가셨을 때는 제례(祭禮)로서 효도를 표현한다.

 

제사를 지낼때 부모님께 삼헌작(三獻酌)을 올리는데 이때 필요한 제수(祭需)가 적(炙)이다. 적에는 치적(雉炙), 어적(魚炙)등이 있는데 치적을 제일로 친다. 어원을 찾아 올라가면 확실한 문헌은 없으나 옛날에 조상들의 제사에 적을 올릴 때는 치적제일(雉炙第一)이란 말이 있다.  이처럼 옛날에 제상에 적을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꿩을 사용했다.

 

또, 근래의 전통혼례를 보면 폐백상에 닭을 많이 사용하는데 예전에는 꿩을 사용했다 한다. 말하자면 우리 고유 미풍양속의 재래법을 보면 폐백이나 고유명절 설날의 떡국이나 모든 고기는 꿩고기로 사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런데 근자에는 닭을 많이 사용한다.

 

예전부터 전해 내려 오는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있다.  이말의 뜻 속에는 꿩이 닭에 비해 그만큼 귀하기 때문에 구하기 쉬운 닭으로 사용했고 육질면으로서 꿩고기가 닭고기보다 좋다는 것이며 그만큼 맛이 좋고 기호도가 높다는 뜻이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다’라는 말이 유래된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 나라를 비롯한 중, 선진국의 생활을 관심있게 살펴보면 생활자체와 음식변화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알 수 있는데 생활수준과 방식에 따라서 변하고, 그중에서도 가공식품 선호와 향수를 느끼는 복고형 식품의 소비가 급격히 증가되고 있다. 이러한 식품 문화의 변천은 복고형 식품소비변화와 함께 나타나면서 꿩고기의 수요가 많아지고 있으며 사용 또한 부쩍 늘고 있다. 아직은 꿩고기의 소비가 대중성을 나타나고 있지는 않지만 꿩요리와 고기맛에 대하여 알려진 것은 상당히 오래 되었다.  옛날 송(宋)나라에서 온 서극(徐克)은 고구려를 돌아본 견문기에 “세상의 고기맛을 모두 보았어도 고구려의 들새(꿩)맛처럼 만미(萬味)를 품어 왕과 귀인들은 한결같이 야생조(꿩)에 관심을 갖더라”라는 글귀를 볼수 있다. 그 당시만 해도 특권층의 사람들은 들새(꿩) 맛에 구미가 당겼던 것이 분명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호텔을 비롯한 고급 대중 음식점에서는 일반 요리로 나타났고 유원지에서는 꿩 바비큐가 나타나 큰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꿩 로스구이와 꿩탕, 꿩만두 등 고급식품으로 호평을 받는 등 요리방법도 다양하다.  이런 꿩고기에 대한 소비경향의 변화에 따라 우리 민족 고유의 미풍양속과 전통문화의 전승을 위해 꿩대신 닭이 아니라 이젠 ‘닭 대신 꿩’으로 고유의 재래법으로 다시 돌아가 예(禮)를 실행하는 것은 어떠할지?

 

우리 농촌의 국제화, 개방화에 따른 상업농 시대의 대전환전에 문제시 되고 있는 수입개방으로 농민의 사기가 떨어져 가고 있는 시점에서 농민의 소득증대를 위한 방안으로 반드시 치적제일(雉炙第一)이 아니더라도 꿩고기 소비 측면에서 ‘닭 대신 꿩’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종권(교월리 243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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