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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와 밤나무에 얽힌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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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와 밤나무에 얽힌 전설
  • 청양신문
  • 승인 1993.12.11 00:00
  • 호수 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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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1백여년 이상된 밤나무 있어
장평면 미당리에 가면 율정이라는 동네가 있다. 이 마을 뒤로 앝으막한 동산이 있는데 풍수상으로 지네형국을 하고 있어 율정이라는 지명에 어울리게 밤나무가 많이 있으며 동네에 최소 1백여년이 넘은 늙은 밤나무가 한 그루 있어 정자구실을 하고 있다. 이 동산에는 지네와 밤나무에 얽힌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이마을 새댁이 뒷산으로 산나물을 캐러 갔다가 죽은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마을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는 사이 탁발을 하러왔던 한 도승이 이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동승은 시체를 살펴보고는 지네에 물려 죽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동네사람들은 마을주변을 뒤졌으나 지네를 찾지 못하고 지네를 없앨 궁리를 하기에 이르렀고 회의 끝에 마을뒷산을 불로 태워 지네를 없애는데 까지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선뜻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그 까닭은 마을사람들이 지네를 본 적이 없고 지네가 사는지도 정확히 모르며 다만 풍수상으로 산의 모습이 지네형국이라는 사실만 갖고는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한참을 공론만 하고 있는데 도승이 “저는 정산 개염사에 있는 중인데 사실은 얼마전에 탁발을 나왔던 우리절의 동승도 지네에 물려 죽었습니다. 그 지네는 아주 큰 지네로 지네발에 있는 독침에 맞아 죽은 것입니다. 지네를 없애기 위한 방법은 뒷산을 불태워 보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라고 말하자 동네사람들은 힘을 얻어 불을 지르게 되었다. 불이 활활 타오르자 산전체가 불덩이같이 보였고 산이 중간쯤 타오를 때 갑자기 빨갛던 불빛이 파란빛으로 변하여 이상한 물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조금 지나서 신음소리가 들리더니 산이 두동강이 나는듯한 소리와 함께 불에 타던 큰 나무가 쓰러지며 산이 갈라지고 큰 지네가 머리를 들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 후 땅이 푹 가라앉자 염불을 외던 도승이 외쳤다. “지네가 도망갑니다. 물을 찾고 있으니 도망 못 가게 불을 옆으로 번지시오” 마을사람들은 온 산에 불을 붙였고 높은 산이 주저앉아 얕은 동산이 되었다. 마을사람들은 도승의 말에 따라 마을주변과 산에 밤나무를 심은 후로 몇 년간 지네에 재한 공포없이 지내게 되었다. 그러나 밤나무가 자라 밤을 수확할 즈음부터 마을이 또다시 지네로 인해 떠들썩해졌다. 하루밤을 지내고 나면 음지쪽 후미진 곳이나 마루 ,벽 등에 지네가 붙어 있어 마을사람들은 공포에 떨게 되었다. 그때 먼저번에 나타났던 개염사의 도승이 찾아와 “지금의 지네들은 전에 죽은 지네의 몸에서 태어난 새끼로 아직 발에 독기가 덜 차서 기다리는 것인데 몇일후면 사람을 헤칠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그러면서 담배를 피운후 담배대의 진을 있는 대로 문지방에 바르고 죽은 지네를 위로하기 위해 밤나무로 정자를 짓고 제사를 지내야 한다고 말하였다. 마을사람들은 도승의 말에 따라 정자를 짓고 제사를 지낼 준비를 하였다. 그동안 수백마리의 지네들은 집으로 기어 들어와 문지방을 넘으려 야단이었고 제사를 지내는 동안 담뱃진을 밝고 죽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마을에는 지네가 없어졌으며 그 후 마을에서는 계속해서 지네를 위한 제사를 지냈다고 전해온다. 그러나 지금은 율정에 밤나무정자도 없고 매년 제사를 지내지도 않는다. 다만 지명에 어울리게 오래된 밤나무와 새로 접목한 밤나무가 뒷동산에 있을 뿐이다. 지네가 마을에 화를 끼쳐 불을 질러 죽인 후 그의 혼을 달래주기 위해 제사까지 지내주던 미당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엿보이는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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