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5:03 (수)
전설의 현장을 찾아서
상태바
전설의 현장을 찾아서
  • 청양신문
  • 승인 1994.02.01 00:00
  • 호수 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장골산과 말둠벙
힘세고 말 잘타 던 장수가 살던 산
말둠벙에 빠져 꿈을 못 이룬 장수
비봉면 관산리 은골마을과 마주하고 있는 산을 대장골산이라 부르고 그 옆으로 매년 정월 초닷샛날 산제를 지내는 안산이 있으며 안산과 대장골산 사이에 적은 저수지 밑에 말둠벙이라는 웅덩이가 있다. 예전에는 안상과 말둠벙 사이가 커다란 암벽으로 이루어졌었는데 지금은 저수지로 향하는 도로가 나있어 파괴되었다. 대장골산과 말벙에는 한 힘센 장수와 말에 관련된 전설이 스며있고 그 전설을 입증하듯 산 제때 말방울을 놓고 지냈다고 전해오기도 하고(현재는 호랑이 산신그림) 바위에 말굽이 새겨져 있다 하는데 대장골산에서 탄을 캐내는 작업을 하면서 바위 위에 창고를 지어 확인을 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은골사람들은 전설내용은 희미하지만 바위에 새겨진 말굽은 선연하게 기억하고 있다. 전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주 오랜 옛날 은골(관산리)에 장수 한사람이 살았는데 그는 어렸을 적부터 남달리 기운이 장사이고 산을 좋아하였다. 산에서 주로 살면서 산새를 잡아먹고 바위를 운동 삼아 들어올리기도 하였는데 하루는 지리산에서 왔다는 도승을 만나 산을 뛰어넘는 연습을 하기에 이르렀고 도승은 얼마후 떠났다. 도승이 떠난 후 산에는 야한 마리가 나타났고 그는 야생마를 자신의 것으로 길들여 말을 타고 산을 뛰어넘는 연습을 하였으며 마침내 힘세고 말잘타는 장수가 되었으나 마을사람들이 자신을 업신여긴다고 생각하고 산에서 기거하였다. 하루는 마을에 사는 생각하고 산에서 기거하였다. 하루는 마을에 사는 양반이 언덕에서 똥을 누기 위해 앉아있었는데 그만 장수가 말을 타고 비탈길을 내려가다가 양반의 갓을 떨어뜨리게 되었고 양반은 화가 나서 그를 잡으려 하였다. 하인들을 앞세우고 산으로 올라온 양반은 그를 보고 무릎을 꿇고 빌어라 하였으나 듣지 않고 오히려 조롱하며 말을 타고 산을 뛰어넘자 양반도 하인들을 재촉, 건너편 산으로 달려갔다. 건너편 산으로 간 장수는 말을 바위에 매어놓은 채 한숨을 자고 나서 그들이 오는 소리를 듣고는 다시 먼 저번 산으로 뛰어 넘었으며 양반과 하인들은 약이 오를 대로 올랐으나 날이 어두워 마을로 그냥 내려갔다. 양반을 피하느라 이산 저 산 뛰어넘다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한 장수는 그 날밤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한 장수는 그 날밤 홧김에 마을로 내려가 양반 집의 닭 몇 마리를 훔쳐 산으로 돌아와 닭고기를 먹게 되었다. 그런 이상한 점은 그가 닭고기를 먹을 때마다 말이 하늘을 보고 슬피 울더니 그 날부터 말을 잘 듣지 않았다. 그후부터 그는 산에서 내려가지 않고 이산에서 저 산으로 뛰어다니며 장수로서 기량을 닦았다. 얼마 뒤에 나라에 난리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힘자랑도 할겸 나라에 쳐들어오는 오랑캐와 싸우겠다는 생각으로 말에게 먹을 것을 많이 주고서 말고삐를 잡아 당겨보았다. 그랬더니 말은 하늘에 대고 다시 한번 구슬프게 울더니 이쪽산(대장골산)에서 저쪽산(안산)으로 뛰어넘을 자세로 번쩍 앞발을 들고 솟구쳤으나 건너편 산에 닿지 못하고 그만 땅 아래로 떨어져 장수와 말이 그 자리에서 죽게 되었다. 안탑갑게도 장수는 꿈을 이루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말과 장수가 떨어진 곳이 지금의 말둠벙이고 기량을 닦으면서 기거하던 산을 대장골산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관리산 마을에서 매년 정월 초닷샛날 안산 산제당에서 산제를 올리는데 제물 마련 시 육식은 전혀 쓰지 않고 밥, 미역국, 과일 등 채식위주로 지내고 말방울을 놓고 지냈다 한다. 이는 아마 억울하게 죽은 말을 위해 마을에서 제사를 지내게 되장수가 먹은 닭 때문에 말이 힘을 쓰지 못하고 죽게되어 육식을 쓰지 않았을 수도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지금도 산제를 지내는데 역시 육식은 쓰지 않고 다만 말방울 대신 몇 년전 대전에서 구입해온 호랑이를 탄 산신의 모습이 그려진 탱화를 모시고 있다. <김명숙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