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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현장을 찾아서9, 여우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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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현장을 찾아서9, 여우고개
  • 청양신문
  • 승인 1994.02.11 00:00
  • 호수 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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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여우, 색시로 변해 사람홀리던 고개
안심리에서 송암리로 넘어가는 36번 국도상의 고개
목면 소재지인 안심리에서 송암리로 넘아가는 36번 국도 중에 큰 고개가 있는데 그 명칭이 여우고개이다. 이 고개에 사람을 홀리던 늙은 여우에 관한 전설이 얽혀 있는데 지금은 도로확포장으로 인해 전설은 옛말이 되었다. 도로공사 전에는 안심리에서 본의리 무수동 마을 근처로 해서 도로가(공주로 향하는) 산을 굽이굽이 돌았는데 그 근처가 모두 숲으로 날이 어두우면 인적이 끊길 정도로 무서웠던 고개였으나 현재는 밤낮으로 차가 끊이지 않고 고개도 많이 낮추어 졌다. 아주아주 먼 옛날 송암리 북쪽 양달진 곳에 박씨라는 홀아비가 있었는데 그는 부모의 얼굴도 모르고 고아로 자라 어려서부터 남의 집 머슴으로 착실하게 살았다. 다행히 그가 일하는 집주인이 후덕하여 일년에 옷 몇 벌을 해주어 여유 있게 살게되자 새경 받는 것은 주인에게 맡겨 이자를 늘릴 정도로 구두쇠였다. 그리고는 몇 년 후 독립할 수 있을 정도로 집과 농토를 장만하였고 5년이 되던 어느 날 주인이 불러 이제는 독립하여 살으라면서 소작도 내주었다. 그리하여 북쪽 양지쪽에 집을 짓고 살게 되었는데 하루는 별 할 일도 없고 해서 장터에 나가보니 사람도 많고 살 것도 많았으나 늙어서 고생을 안 하려고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다 참고 굴비 한 마리만 새끼에 매달고 장터를 나왔다. 주막을 지나는데 머슴살이시절부터 안면이 있던 김가를 만나 주막에서 거동도 못할 정도로 술을 마시고 돌아오다 고개에서 쓰러져 잠을 자게 되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깨우는 기척에 눈을 떠보니 웬 갑시치마저고리를 입은 색시가 수줍게 있어 박씨가 놀라 벌떡 일어나 누구냐고 하니 "집도 없는 몸으로 길을 잃었는데 저를 데려가 주세요"라고 말해 홀아비 신세에 얼씨구나 하고 데리고 와 같이 살기로 하였다. 새벽이 되니 색시가 훌쩍거리며 사실은 부모님이 계셔 허락을 받기 위해 집에 다녀와야 한다하여 보내주고 박씨는 머슴살이 때의 주인한테 가서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기뻐하며 혼인하는데 보태라고 엽전과 곡식을 주었다. 밤이 으슥하자 색시가 돌아와 잠자리에 들었으나 이튿날도 그 다음날도 훌쩍거려 부모에게 보내주기를 며칠째,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옛주인을 찾아가 상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색시가 나갈 때 치맛자락을 잘 보게, 혹시 꼬리가 있을지도 몰라, 꼬리가 있다면 늙은 여우가 변한 것일 테니" 옛 주인의 말을 듣고 집에 와 기다리니 그날 역시 밤늦게 색시가 돌아왔고 박씨가 뒤를 살피니 잠자리에 들 무렵 허리를 굽히자 꼬리가 쑥 나오는 걸 보게 되었다. '옳지 불여우구나' 슬그머니밖에 나가 몽둥이로 힘껏 내려치니 케갱케갱 소리를 내며 여우로 변해 달아나는 게 아닌가. 죽이지 못해 박씨가 억울하고 분해하는데 늦은 밤 문을 두드려 열어보니 그 여우가 "이봐 너 같은 구두쇠가 뭐 있다고 색시가 따르겠어. 굴비 한 마리를 빨아먹으며 일년을 살래? 이 바보 구두쇠야"라고 외치자 몽둥이 들고 쫓아가니 "이 구두쇠야 네 마누라 될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하며 도망가도 쫓아가고 그러다 날이 밝았다. 아침이 되자 박씨 옛주인을 찾아가 지금까지 일을 얘기하니 주인은 그를 장터로 데려가 옷을 서로 바꾸어 입자고 했다. 어디에선가 여우가 보고 있으리라 여기고. 밤늦게 주인이 지팡이를 든 채 고개를 중간쯤 넘다 술에 취한 듯하여 쓰러지니 색시로 변한 여우가 나타났다. 이때 지팡이로 색실의 머리통을 내려치니 켕케갱 하면서 여우로 면해 쓰러졌다. 그렇게 하여 그 고개에 살며 사람을 홀리던 늙은 여우는 죽었고 그 후부터는 늙은 여우에게 홀림을 당한 사람이 없었다한다. 지금도 그 고개를 여우고개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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