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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개 있는 선비가 살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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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개 있는 선비가 살던 곳
  • 청양신문
  • 승인 1994.03.11 00:00
  • 호수 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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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리 송죽 골
목면 신흥리 1구에 송죽(松竹)골이라는 동네가 있는데 송죽 골이라는 마을 지명처럼 고려말엽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는 한 지조 있는 선비의 절개가 담긴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고려말엽 이성계가 공양왕으로부터 정권을 빼앗기 위해 정몽주, 최영 등을 희생시키고 조선 태조에 즉위할 무렵 과거에 급제하여 조정에 있던 선비 한 사람이 짐을 싸들고 아내와 아들을 앞세워 개성을 뒤로한 채 남쪽으로 내려왔다. 이즈음은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하여 야은 길재선생을 비롯 많은 뜻 있는 학자들이 벼슬을 버리고 고향이나 산골로 은둔하던 때였다. 그 선비는 가족이 어느 곳으로 가느냐고 물어도 대답도 않고 초라한 행색에 한없이 걸어 천안삼거리를 지나고 공주로 발길을 옮겼다가 정산땅에 이르러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그 날밤을 큰 나무아래서 자고 이튿날 근처에 자리를 잡고 산에서 나무를 해다 산 막을 짓게 되었는데 그 곳이 지금의 목면 신흥리 송죽 골로 산 속해 아늑하게 자리한 마을이다. 생계가 막연해 우선 산에서 나무를 해다 놓고 어렸을 때 어렴풋이 보았던 짚신을 삼아 보았는데 손재주가 있어서인지 잘 만들어져 농군차림을 하고 장에 내다 팔기 시작했다. 나라살림이 어지러우니 장터도 어수선하고 물건을 밟거나 차는 등 장사꾼들에 대한 포졸들의 횡포도 심해 모든 모욕을 참으며 짚신을 팔게 되었다. 어렵게 생계를 꾸러가던 어느 날 자기를 유심히 쳐다보던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청남의 부자로 짚신을 선뜻 사주어 그 돈으로 곡식을 팔아 집으로 돌아가던 중 사람들이 웅성웅성 몰려있는 곳에 이르게 되었다. 거기에는 조정에서 여러 사람을 찾는 방이 나붙었는데 그 선비의 이름도 적혀있었다. 이성계가 무력으로 왕위에 즉위하고 나니 많은 선비들이 필요했으나 모두들 벼슬을 버리고 떠난 데다가 그 선비는 이성계의 아들 이방원(후에 조선의 태종)과는 친분이 두터웠던 처지라 찾게 되었던 것이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모셨던 임금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조정의 중신들이 미웠고 또 충신은 죽이고 아부하는 간신 배들만 우글거리는 조정이 싫어 이곳에 와 살게되었던 것이다. 그는 집에 와서도 장터에 나가서 있었던 일은 하나도 말하지 않고 아들에게 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더불어 선비는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는 자신의 신조를 되풀이해서 가르쳤다. 송죽골에 온지 달도 채 안되어 먹고 살만큼 되자 이젠 남의 눈을 피해가면서 책도 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나무를 해 가지고 집에 들어서는데 집 앞에 나그네 두 사람이 앉아 있다가 선비 한 사람이 갓을 벗고 그를 불렀다. 그를 찾아온 나그네 중 한 명은 자기와 함께 조정에서 벼슬을 하였던 사람으로 지금도 계속해서 하는 사람이고 지금도 계속해서 하는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자기가 처음 짚신을 만들어 팔 때 사준 부자였다. 그들은 밤늦게 까지 얘기를 나누었으며 그에게 이방원이 몹시 기다리니 조정으로 돌아가자고 권했다. 그러나 그는 선비는 한 임금을 모시는 거라며 오히려 찾아온 친구를 설득, 자신도 벼슬을 버리겠다며 서로 부둥켜안고 뜻을 같이 하기에 이르렀다. 새벽이 되자 두 사람의 정분을 감명 깊게 바라본 청남의 부자가 산 아래로 내려가선 대나무 두 그루와 소나무 두 그루를 가지고 와 한 그루씩 그 들에게 나누어주며 "실은 나도 고려의 급제에서 자원한 사람이 오만 이렇게 은둔하고 있다오. 나도 우리 집에 소나무와 대나무 한 그루 식 심었으니 각자 절개를 심으시오"라고 말했다. 아침에 모두 헤어지게 되었는데 그를 데리러 왔?
?선비는 그 길로 부여땅 은산 고을로 가 역시 산 막을 짓고 대나무와 소나무를 심었으며 그들이 사는 마을을 대나무와 소나무를 심었다하여 송죽동이라 불렀고 끝까지 절개를 지키며 살았다. 두 선비의 아들은 후에 청남의 부자가 데려다 잘 그르쳐 세종 때의 큰 인물이 되었다고 전해온다. <김명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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