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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회 도내 어린이 저축 글짓기 최우수상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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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회 도내 어린이 저축 글짓기 최우수상 작품>
  • 청양신문
  • 승인 1994.08.01 00:00
  • 호수 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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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오빠 수업료 신은수(청송국교 6학년)
우리 가족은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오빠, 나 이렇게 다섯 식구입니다. 엄마는 가난한 가정형평이 싫어 8년 전 집을 나가셨고, 아빠께서는 우리 다섯 식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다른 집 논을 대신 지어 주시거나, 막노동 일을 하시는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셔서 손에는 딱딱한 굳은살이 박혀 있고, 천사처럼 고운 미소를 짓고 계시는 얼굴엔 주름살이 하나 더 늘어 계십니다. 엄마의 사랑을 모르고 자란 우리 남매에게 할머니께서 또 한 분의 엄마 역할을 해 주셨기 때문에 저금을 하는 날에는 거의 대부분 가져가지 못하기 때문에 친구들이 가져온 만원짜리, 오천원짜리 지폐를 보면 기가 죽어 고개를 푹 숙이고 맙니다. 그러던 어느 날 늦게까지 일을 하시고 돌아오신 아빠께 "아빠, 내일이 저금 날인데 저…저금 돈 좀 주세요" 하고 말씀 드렸더니 아빠께서는 "은수야, 지금 돈이 없으니까 다음에 가져가거라." 하시며 달래셨습니다. 나는 금방 울음을 터뜨리며, "5학년 들어와서부터 6학년때까지 한번도 저금을 하지 못했어요. 다른 아이들은 저금 돈을 가져와서 서로 자기가 더 많이 가져왔다고 자랑하는데…" 하고 말끝을 흐렸습니다. 나도 모르게 불쑥 튀!
어나온 이 말에 아빠께서는 슬픔 표정으로 나를 바라 보셨습니다. 나는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내가 지금까지 아빠께 한 행동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아빠가 괴롭게 했는지, 또 내가 아빠를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인지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고추꼭지 따기로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요즈음 마을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비닐하우스에서 고추꼭지를 따주고 돈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날 학교 공부가 끝나기 무섭게 아주머니들이 모여있는 비닐하우스로 달려갔습니다. 아침부터 일을 하시고 계셨던 마을 아주머니 한 분께서 나를 보시자 마자 "은수야, 여긴 웬일이니?"의아하게 물으시는 아주머니에게 "저 오늘부터 이곳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주인아주머니의 허락도 받았구요." 나는 말을 마치자 마자 빠른 손놀림으로 꼭지를 따나갔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이라 그런지 무척 더워 땀이 목줄기를 타고 흘려 내렸지만 이에 아랑곳 하니 않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매운 고추의 냄새는 메아리가 울릴 정도로 큰 재채기를 나오게 했고 눈가에 찔금찔금 눈물이 나와 있었습니다. 얼마 동안 따고 나니 손톱이 아파 왔습니다. ?
舊嗤?아빠를 도와야 겠다는 생각으로 꾹 참고 열심히 땄습니다. 일이 모두 끝난 후 주인 아주머니께서 나를 조용히 부르시며, "오늘은 수고가 많았다. 내일도 와서 열심히 일해 주렴."하시며 돈 2000원을 손에 쥐어 주셨습니다. 나는 돈을 받자마자 집으로 달려가 아빠가 일찍 오시길 기다렸습니다. 아빠가 돌아오시자 나는 어리광을 부리듯, "아빠, 나 통장 하나만 만들어 주세요."하고 졸라대자 아빠께서는, "그러자꾸나. 지난번 저금 돈도 주지 못해서 아빠 가슴이 무척 아팠었는데 이번 기회에 은수를 기쁘게 해줄까?" 하시며 장난 말 하듯 내던진 말씀이시지만 그 말속엔 깊은 사랑이 배어 있다는 걸 금방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을 할 때마다 받은 돈은 농업협동조합에 저축하였고, 작년 겨울부터 시작한 일의 총 액수를 따져 모니 12만5천5백원이었습니다. 이젠 백만장자도 부럽지 않은 이 소중한 돈은 내가 가장 사고 싶어했던 스텐드를 사려고 마음먹었지만, 며칠 전에 가져온 오빠 수업통지서를 보고 걱정하시는 아빠를 위해 땀을 흘려 받은 이 돈을 쓰기로 마음먹고 은행에 갔습니다. 자주 다녀 봐서 낯익은 언니들은, "은수 또 왔네. 요번에도 저금하!
려고." "아니예요. 이번엔 돈 좀 빼려고요." 왠지 힘들게 나오는 이 말에 은행 언니가 또 한번 "스쿠르지 영감보다 더 구두쇠일 것 같던 은수가 이 많은 돈을 어디에다 쓰려고하지? 의심스러운데." 장난 말을 던진 언니에게 나는 "아주 소중한 곳에 쓰일 돈이예요."하고 언니가 내 준 돈을 가슴에 꼭 안고 집으로 왔습니다. 아빠께서는 내가 고추꼭지를 따서 모은 돈을 내 놓자 눈에 이슬이 맺히시면서, "은수야, 이 아빠가 부끄럽구나." 하시며 내 손을 꼭 잡고 말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나는 사고 싶은 스탠드는 다음에 또 아주머니들의 일손을 도와서 받은 돈으로 사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다시 새로운 힘이 솟아났습니다. '엄마! 은수는 엄마가 안 계셔도 훌륭하게 잘 자랄 게예요. 지켜봐 주세요' 마음속으로 다짐하면서 오늘도 일 때문에 늦어진 공부를 하며 불어날 저금 통장 생각에 가슴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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