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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던 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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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던 어제
  • 청양신문
  • 승인 1995.11.01 00:00
  • 호수 1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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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숙(청양군 사회과)
차가운 바닥에 몸을 누이고 기다립니다.
청솔가지 불올라 가마솥에 김서리고 따스해질 잠깐의 불꽃을 기다립니다.
뒷산에 올라 당신은 자르고 나는 끌고
어러웠던 어제가 오늘의 당신위해 태워질 줄은 알지 못했습니다.
거미줄도 치지 못하는 방안에서
찬 바람 먹으며 그리도 따스하게 만들던 수제비
고기가 하나도 부럽지 않았습니다.
수제비에는 손에 낀 세월을 때가 간이 되어 맺히기 때문입니다
눈 맞으며 찬물에 손대기 싫어 당신보다 먼저 후딱 마셔버리곤
제일 따뜻한 구석찾아 몸 오그리고 누워 버리면
어느새 당신은 솜 이불이 되어 내곁에 머물렀습니다.
빨갛게 속살이 보이도록 튼 손으로 얼음물에 담글 당신의 모습보다는
지금 따스한 구석이 못내 아쉬워 일어서질 못합니다.
어느새 잠든 머릿곁으로 백열전등에 반사된 당신의 그림자가 기울어 올때면
그리고 열심히 콩을 고르고
눈에 매운 눈물달고 입에 문 파한단에 위로 받으며 지새우던
그날의 모습들
어머니 아십니까!
당신의 손때묻은 밥을 반찬삼아 자라버린 시간들
당신의 옛모습이 아닌 지금의 곱게 주름진 어머니를 안고 울고 싶습니다.
발이 차다며 밤새 감싸주던 눈물들
이제는 울지 마십시오
어제의 기억말고 내일을 위해 이제는 웃으십시오.
당신의 손에서 자라버린 나를 당신위해 자라겠습니다.
당신의 미소위해 웃겠습니다.
이제 세상에게 외치렵니다.
세글자의 이름을 문드러진 손톱을 위로하려
아주 크게 메아리되어 남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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