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5:03 (수)
“아빠 제 걱정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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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제 걱정 하지 마세요.”
  • 김명숙
  • 승인 2002.05.06 00:00
  • 호수 4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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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봉초등학교 5학년 최수지 어린이
조부모와 함께 살며 집안일과 농사일도 거드는 꿈많은 어린이

“여자경찰이 될 거예요. 사람들이 나쁜일 하지 않고 사는 세상이 되었으면 해요. 그리고 여자경찰은 남자들과 차별이 없는 일이잖아요”
비봉초등학교 5학년 최수지 어린이의 당찬 꿈이다. 그러나 수지의 꿈은 경찰외에 몇가지 또 있다.

첫째로 되고 싶은 것이 경찰이고 가수도, 간호사도, 요리사도 되고 싶다.

GOD를 좋아하고 ‘거짓말’도 잘 부른다. 요리도 조금 한다. 라면스파게티를 잘 만드는데 물을 조금 넣고 라면을 끓여 스프를 넣고 비비면 스파게티가 되는데 함께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물론이고 증조할머니(91)께서도 맛있게 드신다.

부침개도 잘 만들어 드린다.
“요리는요 바쁘게 하다보면 넣야하는 양념을 한가지씩 빼 먹게 돼요. 시간을 갖고 천천히 해야돼요”

수지는 집안사정으로 유치원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할아버지, 할머니, 증조할머니와 함께 비봉면 용천리서 살고 있다.

최수지 어린이를 만나러 갔을때가 학교점심시간이었는데 비봉초 5~6학년 교실. 최수지와 6학년 김정윤 어린이가 뜨게질을 하고 있다.

“선생님께는 비밀인데요. 선생님 드릴려고 뜨고 있어요. 6월9일이 선생님 생일인데 그때 드릴려구요. 선생님한테 애기가 둘인데 정윤이 언니와 제가 하나씩 뜨고 있어요”

그러면서 수지는 할머니 목도리도 만들었다고 한다. 당뇨병이 있어 약 때문에 서울에 자주 가시는데 겨울에 보니 목도리가 없어 올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시라고 벌써 만들 뒀다.

그러면서 살짝 스승의날 계획도 귀뜸해준다.
“저번때요 총동창회(4월 24일) 끝나고 화환에 생화가 있어서 스승의날 쓰려고 꽃바구니를 만들었는데 다 시들어버렸어요. 정윤이언니랑 선생님 깜짝 놀라게 파티해 드릴려고 용돈도 계속 모으고 있어요. 피자도 사고 케이크도 살거예요. 첫째시간에 모르는 척해서 선생님을 실망시킨 다음 둘째시간에 파티를 할 거예요”

학생수가 적어 5~6학년이 단 두명이지만 담임 신성수 교사를 생각하는 마음이 열몫도 넘는다.
수지는 학교가 끝나면 집에가서 양말을 빨고 눈이 잘 안보이는 증조할머니 식사를 챙겨드린다.

텔레비전을 계속 보고 싶지만 양말을 손으로 빨아야 때가 잘 진다며 손빨래를 하고 일하고 들어오신 할아버지 허리도 밟아드리고 어깨도 두드려 드린다.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와 함께 할아버지 농사일을 도와드리고 있는데 얼마전 고추심는데 물을 날라다 주는 일은 꽤 힘들었다. 고추 따는 일도 힘들다.

그리기 대회에서 도교육감 상을 받을 정도로 미술도 잘하고 글쓰기도 잘 한다고 수지를 칭찬하는 담임 신성수 교사는 수지가 농촌아이답지 않게 명랑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전교생이 하는 사물놀이에서 장구를 치는데 그것도 잘한다고 말한다.

담임이 손재주가 있어 만들기를 잘 한다고 칭찬하듯이 어버이날 할아버지와 두분의 할머니께 달아드릴 카네이션도 직접 만들 계획이다.

“대전에 계신 아빠께서요 떨어져 있다고 제 걱정을 많이하시는데요 이제부터는 걱정 조금만 했으면 좋겠어요. 저 많이 커서 혼자서도 뭐든지 잘해요. 아빠가 걱정하는 것만큼 어리지 않고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니까 걱정하지 말고 아빠도 아빠일을 열심히 하셔서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린이날 아빠에게 바라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의젓하게 대답한다.
<우리의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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