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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만 안 굶으면 하고 농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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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만 안 굶으면 하고 농사 짓는다”
  • 김명숙
  • 승인 2002.04.29 00:00
  • 호수 4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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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면 장곡리 황인동씨
▲ 장곡마을의 역사를 상징하는 느티나무 아래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과 고누를 두고 있는 모습. 이 오래된 느티나무처럼 고향을 지키는 중심이 되고 싶은게 그의 생각이다.
농민이 직접 생산한 농산물 팔수 있는 판매장 장곡민속마을에 생겨야

전통과 문화가 살아있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지키는 마을 대치면 장곡리 이장 황인동(48)씨는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할일이 너무 많아 무지 바쁜 사람이지만 성격이 꽤 낙천적이다.

젊어서는 여행을 좋아해 70~80년대 전국의 유명한 곳은 베낭메고 혼자서 무전여행을 많이 다녔다.

지금도 제일 기억에 남는 곳은 원시림속의 무릉계곡이다.
집에서 할머니께서 “인동아 밥 먹어라”하고 불러서 대답이 없으면 식구들이 베낭메고 또 어디론가 여행을 떠난 것으로 알 정도였다고 한다.

여러곳을 여행 다닌 덕에 마을사람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보존하고 있는 아흔이골의 환경도 소중한 줄 일찍 알았다.

여름이면 몰래 들어오는 사람들과 싸움도 몇번씩 하지만 그렇게 지키지 않으면 오염되는 것은 금방이라는게 동네사람들 생각이다.

청양의 깨끗한 자연환경은 청양사람이 보존하지 못하면 아무도 지켜줄 사람이 없다며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많은 지역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청양에서 관광객이 제일 많이 오는 곳이 장곡리마을인데 황이장은 “관광객 입장에서 보면 일년에 어쩌다 큰맘먹고 여행을 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주민들 눈에 거슬리지 않게 다녀갔으면 하고 그전보다 쓰레기는 많이 줄었지만 풍기문란 등 눈쌀 찌프리게 하는 일이 종종 있다”며 우리지역 사람들도 다른 관광지에 가면 그지역 사람들을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황인동 이장은 6남매의 장남으로 집안일을 거두고 또 낙천적인 성격으로 결혼을 서두르지 않아서인지 지난 95년에야 혼인을 했다. 결혼하면서 같은 마을로 제금이 이제 네살박이 딸 현지와 부인 노경애(39)씨와 함께 산다.

같은 마을에 부모님(황태원(74), 김복준(68))과 결혼 안한 동생 인환(41)씨가 살고 있다.

살림은 따로 해도 농사는 함께 짓는다.
밤나무 6천평, 논농사 8천평, 채종 1천여평, 표고하우스 600여평의 농사를 짓는데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정신없이 바쁘다. 요즘은 밤나무 접목하고 전지작업, 비료주기 하느라 숨 돌릴 틈도 없다.

황이장은 걷는게 조금 불편한데 어렸을적 친구들은 벚따러 갔고 자신은 냇가에서 목욕하며 놀고 있었는데 돌이 굴러 다리를 다쳐 죽을뻔한 일이 있었다.

대전병원에서 수술하면서 3개월을 보냈고 그뒤로 발목이 마비돼 발뒷꿈치를 땅에 대고 걸을 수 없게 되었다.
서른살때 여수에 무료로 고쳐준다는 재활병원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놀러가는 심 잡고 차비만 들고 물어물어 찾아가 재술을 받아 지금처럼 걸을수 있게 됐다.

워낙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한 덕에 여수까지 갈 생각을 했었다고.
젊어서는 서울이 무조건 좋은줄 알고 나가기도 했지만 15년전부터는 고향에 뿌리내리고 살고 있다.

농사철에는 일하고 농한기에는 건축공사장에 나가 품을 팔아 먹고 살만큼 농토를 장만한 부지런한 사람이다.

“새벽 5시반에 일 나갔다가 집에서 아침먹으로 오라고 전화해야 들어올 정도고 더러 몸 걱정되어 잠시 누우라고 하면 시간이 아깝다고 하고 날이 어두워도 일이 보이는지 들어올 생각을 안해요. 살라고 노력하는 것 보면 참 대단한 사람이예요”

부인 노씨는 농사일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농사일이 이렇게 힘든둘 알았으면 농촌으로 시집 안왔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먹고 살라고 무엇이든 노력하는 남편을 보면 그런마음이 없어진다”고 말한다.

“바람요 특별한게 뭐 있나요” 그러면서도 황이장은 “현지 동생이나 하나 더 생겼으면 하고 장곡민속마을 생기는 곳에 우리동네 사람들이 생산한 산채, 밤, 고추, 표고 등 농산물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판매장을 마련하는 거죠. 농민들이 생산하고 판매를 위해 경매사를 쫓아다니고 하면 출하비가 높아져 그만큼 소비자가 비싼 가격에 사게 되기 때문이죠”라고 말한다.

농사일 하자니 콤바인, 트렉터 등 갖춰야 할 기계는 다 있어야 하고 2천만원 이상짜리 기계를 구입해서 융자 갚을때되면 다시 구입해야 하고 결국 공제들어 목돈 만들어 빚 갚으면서 사는게 농촌삶이라는 것.

2천500만원짜리 트렉터는 수명이 5~7년. 일년에 15~20일 쓰는 콤바인, 이양기가 2천만원인데 한번 고장나면 150~200만원의 수리비가 나온다. 그나마 잘 써야 4년을 쓸수 있다.

그래도 황인동 이장은 “밤만 안 굶으면 하고 농사 짓는다”는 마음으로 장곡을 지키고 있다.
<우리의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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