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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후배의 ‘장례 성심 공덕(功德)’ 칭송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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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후배의 ‘장례 성심 공덕(功德)’ 칭송 ①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1.11.22 11:42
  • 호수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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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수필 : 윤승원 수필문학인(전 대전수필문학회장·장평면 중추리 출신)

운구차가 칠갑산 아래 깊은 골짜기에 도착했다. 산 아래 길가에는 요즘 보기 드문 꽃상여가 대기하고 있었다. 상여꾼 10여 명과 산역꾼 20여 명이 왁자지껄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길가 공터엔 천막 3개가 쳐져 있었다. 천막 아래에는 부녀자들이 육개장과 술병을 바쁘게 나르고 있었다. 안면이 있는 고향 선후배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코로나 사태로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을 또렷이 분간하기는 어려웠으나 눈빛과 말투만으로도 누군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대부분이 초등학교 동문이었다.
한 상여꾼이 내게 소주잔을 권하면서 말했다. 

윤승원 수필문학인
윤승원 수필문학인

“선배님 명함 한 장 주세요.” 
내게 명함을 요구한 사람은 상여꾼이 아니라 하관 절차를 총괄하는 하관명인(下棺名人)이라고 했다. ‘하관명인’이라니, 생소한 호칭이었지만 알고 보니 장례에 관한 남다른 이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한 상여꾼은 그를 ‘염(殮) 박사’라고도 부른다면서 엄지 척을 해 보였다.
그는 남의 수많은 주검을 모셔온 특별한 이력을 통해 이 지역 최고 권위의 전문 장례사로 알려졌다. 시골 동네 평판도 좋았다. 평소 내 부모님 모시듯 직접 팔 걷어붙이고 염습하고, 운구하고, 하관하는 일련의 절차 모두 슬픔을 당한 가족 처지에서 성심을 다해왔다고 한다. 

고향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전하는 그에 대한 칭송을 듣고 보니, 다소 목청 높여 말하는 그의 자화자찬 입담도 구수하고 듣기 좋았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큰일을 치르게 된다. 갑작스럽게 큰일을 당하여 경황이 없을 때 그의 정성스러운 ‘장례 성심 공덕(功德)’은 유가족들에게 평생 고마움으로 각인되었다. 경향 각지 출향인들에게도 그의 공덕은 널리 알려졌다. 타관에서 별세한 어르신도 꼭 고향으로 내려와 그의 손으로 장례를 치른다고 했다.

그런데 그가 갑자기 내게 스마트폰을 꺼내 보이면서 최근에 보도된 기사를 읽어보라고 했다.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 죽었다 살아난 사람입니다. 하하하”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라면서 크게 웃는 그의 익살스러운 목소리에는 왠지 모를 신비로운 힘이 느껴졌다. 연거푸 마신 소주의 취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염라대왕 앞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증명해 보였다.
“염라대왕이 제게 그럽디다. 넌 아직 여기 올 때가 아니니, 좀 더 좋은 일 하고 나중에 오라고요. 으하하하!”

그가 다시 스마트폰을 열어 보이면서 언론 보도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자랑했는지, 그는 기사 제목과 사건 내용을 육하원칙에 맞게 줄줄 외웠다.
‘장례식장에서 직접 복어 요리해 먹은 60대 마비 증세’ 제하의 기사였다. 국내 거의 모든 언론에 보도됐다면서 기사 내용을 마치 연극마당 변사(辯士)처럼 줄줄 읊었다.

‘충남 청양군의 한 장례식장에서 복어를 먹은 60대 A 씨가 마비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남성은 복어를 조리할 수 있는 자격이 없었지만, 복어를 직접 요리해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병원 치료를 받고 안정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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