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봄은 봄이라고, 후딱 지나간 봄에 차마 피우지 못한 꽃이다. 봄보다 적은 꽃의 수에 비해, 봄보다 많은 꽃잎을 지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도 꽃으로 다시 피어나길 원했다. 봄 가을, 봄 가을, 얼마나 더 몇 번씩 꽃이 피고 져야 진심 어린 사과를 받을 수 있을까? 잘 숙인 벼 이삭 위로 희고 붉은, 고운 빛깔의 꽃잎이 내린다.
춘추벚꽃(시월벚꽃나무)은 봄과 가을에 꽃이 두 번 핀다고 한다. 이상기온 탓이라고도 한다.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내내 꽃이 핀다고도 한다. 말이 분분하다. 두 번, 혹은 한 번 피는지는 벚꽃의 마음, 고운식물원길이 가을 벚꽃으로 환하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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