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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근 갈나무 열매 – 도토리와 상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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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근 갈나무 열매 – 도토리와 상수리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1.10.05 15:01
  • 호수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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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애써 가꾼 한 해 양식을/지상으로 돌려보낸 뒤/한결 가벼워진 두 팔 들어올려/하늘 경배하는 그대들이여//주머니 속/때 묻은 동전에 땀이 배인다’-이재무 시 ‘상수리나무’전문

톡! 또르르르, 톡! 또르르르, 도토리가 떨어집니다. 도토리, 도토리가 달리는 모든 나무를 참나무라 합니다. 사실 ‘참나무’는 어느 한 종을 칭하는 것이 아니라, ‘참나무과’의 ‘참나무속’에 속하는 나무를 통틀어 말하는 것입니다. 참나무의 학명 중 속명은 ‘아름다운 나무’란 뜻이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칭송받아 온 나무입니다. 쓰임새가 많아 유용한 나무라는 뜻과 생가지나 줄기를 태워도 연기가 나지 않고 오래도록 잘 타는 좋은 나무라는 뜻이 있습니다.

갈참나무
갈참나무

참나무는 넓은 분포도에 개체수도 많습니다. 북반구에만도 300여 종이나 되는 많은 나무입니다. 대부분의 참나무는 온대 중부에서 남부에 분포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어디서나 잘 자라는 환경적응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산불이 난 자리에는 참나무들이 들어와 숲이 됩니다. 우리나라 역시 전국의 숲을 대표하는 나무는 바로 참나무들입니다. 나무의 재질 또한 단단하여 건축재료나 가구와 기구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해 왔습니다. 

굴참나무
굴참나무

참나무과에는 낙엽활엽수와 겨울에도 늘 푸른 잎을 달고 있는 상록활엽수가 있습니다. 우리하고 친숙한 참나무들은 낙엽활엽수로 흔히 ‘참나무 6형제’라 부르지요. 도토리라는 열매를 맺음으로 ‘도토리나무’라 부르기도 합니다.
열매로 쑨 묵이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라 이름 붙여진 상수리나무, 큰 잎으로 떡을 싼 떡갈나무, 잎을 신발 밑창에 깔았던 신갈나무, 잎과 열매가 가장 작아서 졸참나무, 가을로 가서 갈참나무, 굴근 도토리(굵직한 도토리)가 열려서 굴참나무입니다. 도토리는 술잔 모양의 깍정이 안에 들어있으며, 타원형이거나 둥글거나 길쭉한 모양입니다. 
비슷비슷한 여섯 종류의 참나무들은 잎의 모양과 잎자루의 길이, 깍정이의 모양과 줄기 껍질로 구별합니다.
  

떡갈나무
떡갈나무

잎은 가장자리에 침이 있는 것과 물결 모양의 두 종류가 있습니다. 잎이 밤나무잎처럼 길쭉하고 끝이 뾰족한데다 가장자리에 가시 같은 침이 있는 참나무는 상수리나무와 굴참나무뿐입니다. 잎자루도 있는 두 나무는 2년에 한 번 도토리를 맺습니다. 상수리나무의 열매는 상수리입니다. 잎의 뒷면이 회백색인 굴참나무는 나무껍질로 구별하기 쉽습니다. 회색 껍질이 세로로 갈라지며 울퉁불퉁 굴곡이 심하지만, 무르고 두터워 코르크 마개 재료로 쓰입니다.

맞은나무
맞은나무

잎의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인 참나무는 떡갈나무와 신갈나무로 잎자루는 없거나 보이지 않습니다. 어린 가지와 잎 뒷면에 별 모양의 갈색 털이 있는 떡갈나무는 대체로 잎이 큽니다. 사람의 얼굴을 가릴 정도의 잎은 참나무 6형제 중 가장 크며, 예전에는 떡을 찔 때 시루 안쪽 밑에 깔았습니다. 이웃집에 보낼 떡도 방부제 기능이 있는 큰 잎으로 쌌습니다. 두껍고 향이 나는 잎은 일본에서도 떡을 싸는 데 사용하여, 한때는 수출도 하였답니다. 
신갈나무는 참나무 중 가장 높은 고지에서 잘 자랍니다. 잎에는 냄새를 제거하는 성분이 있어, 옛날 선비들은 짚신 속에 잎을 깔았습니다. 

상수리나무
상수리나무

물결 모양의 잎인 갈참나무와 졸참나무도 잎자루가 있습니다. 갈참나무의 잎도 가장자리는 잔잔한 물결처럼 부드러운 모양입니다. 초록잎의 뒷면은 회백색입니다. 나무껍질은 그물 모양으로 자잘하게 갈라져 있으며, 도토리는 달걀모양입니다. 
졸참나무의 잎은 참나무 6형제 중 가장 작습니다. 잎 가장자리는 갈고리 같은 톱니 모양입니다. 나무껍질은 불규칙적이긴 하지만, 세로로 선을 긋듯 길게 갈라져 있습니다. 타원형의 도토리 또한 가장 작습니다.

신갈나무
신갈나무

도토리를 싸고 있는 깍정이 또한 돌기 모양의 비늘조각(털) 모양과 오톨도톨한 비늘잎 모양입니다. 털 모양 깍정이는 상수리·굴참·떡갈나무로 갈색 조각이 자랄수록 조각조각 뒤로 젖혀집니다. 신갈·갈참·졸참나무는 비늘 모양의 깍정이가 도토리를 품고 있으며, 신갈나무의 깍정이는 유난히 울퉁불퉁합니다. 
도토리를 맺는 참나무는 옛날부터 사람들에게 맞으면서 자랐습니다. 나이 많은 참나무의 줄기를 보면 맞은 흉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맞을 때마다 굵은 눈물도토리가 후드득후드득 떨어지지요. 30미터까지 자라는 큰 키의 도토리를 딸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졸참나무
졸참나무

예로부터 도토리는 식용이나 가축의 사료로 사용하였습니다. 옛 어르신들에게는 묵으로 가공되는 식량 대용이었지만, 지금은 별식이 되었습니다. 남한에서는 주로 묵으로 먹으며, 북한에서는 술이나 된장, 떡을 만들어 먹습니다. 
유럽에서는 참나무숲 아래에 돼지를 풀어 기르기도 했습니다. 도토리를 먹고 자란 돼지의 육질은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좋답니다. 사실 도토리는 돼지가 좋아합니다. 도토리라는 단어의 어원도 돼지의 옛말인 ‘돝’에서 나왔지요. 15세기 문헌에 명시된 도토리는 ‘도토밤, 도톨왐’이었으며, 1433년에 완성된 향약과 한방에 관한 책 「향약집성방」에는 ‘저의율(猪矣栗, 돼지의 밤)’로 불렸습니다. 곰의 주식 중 하나인 도토리, 호랑이도 먹이를 먹은 후 소화를 위해 도토리 몇 알을 먹는답니다. 다람쥐에게 도토리는, 좋아하는 것이기보다 숲에서 가장 흔한 먹이라서 주워 모으는 것이지요. 

묵의 계절입니다. 말랑말랑하면서도 쫀쫀하고 담백한, 막걸리와 찰떡궁합인 도토리묵을 만들기 위해 도토리를 주워야 한다면, 멧돼지와 청설모와 다람쥐가 겨울 동안 먹을 양식을 조금은 남겨놓았으면 좋겠습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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