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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하나로 모으다 - 품목농업인연구회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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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 하나로 모으다 - 품목농업인연구회⑥
  • 이동연 기자
  • 승인 2021.08.30 11:53
  • 호수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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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포도연구회, 명품거봉 생산 자체 ‘액비’ 특화

농촌은 농업 인구의 고령화, 농산물 공급 과잉, 기후 변화 , 농산물 시장 개방 등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로 농업 경쟁력 확보라는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농업 현장에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농업기술 정보를 공유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농업인 학습조직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동일한 품목으로 모인 ‘품목농업인연구회’가 결성됐고, 농업 농촌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94년 시·군 농업기술센터를 중심으로 품목농업인연구회가 꾸려지기 시작했다. 지역의 특성을 발휘해 품목의 경쟁력을 높이고 조직화하고 있는 충남의 타 시·군 우수 품목농업인연구회 사례를 소개하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기술력하나로 모으다 - 품목농업인연구회’ 주제로 한 기획 기사 여섯 번째로 천안시 입장포도연구회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거봉포도 메카, 입장포도연구회
거봉포도는 1968년 처음 천안시 입장면과 성거읍 지역에 들어왔다. 국내 최초 재배지로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는 천안시 입장면은 거봉포도를 키우는 데 최고의 기후 조건과 사질양토, 안정적인 강수량을 갖추고 있어 거봉포도 재배의 최적지로 손꼽힌다. 
또 성거읍와 입장면을 중심으로 주산지가 형성돼 있으며, 이 중 입장 지역은 전국에서 알아주는 거봉포도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현재 입장면의 거봉포도 농가는 370여 곳이며, 규모는 335ha에 이르고 있다. 

터널을 이루고 있는 입장거봉포도나무 넝쿨.
터널을 이루고 있는 입장거봉포도나무 넝쿨.

천안시입장포도연구회(회장 이관희)는 천안시 거봉포도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거봉포도 재배 확대, 재배기술 공유 및 보급, 공동 판로개척, 농자재 공동구매를 통한 경영비 절감 등을 위해 1979년 30여 명의 회원으로 출발했다.

현재는 13대 이관희 회장을 비롯, 윤영종·박현희 부회장, 김신중 사무국장, 김명진 총무, 최계승·김현규 감사 등 임원진을 꾸리고 정회원 100명이 활동하고 있다. 
1995년에는 농어촌발전대상을, 2010년에는 우수품목별농촌지도자회 최우수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또 지속적인 거봉포도 재배규모 확대를 통해 연 매출 29억을 달성(2019년 현재) 했다. 

조류방지포도망을 씌운 모습..
조류방지포도망을 씌운 모습..

지난해에는 이 회장이 영농경력 30년에 포도 3.2ha를 재배하며 비가림 시설, 봉지재배 및 GAP인증으로 거봉포도 품질향상에 앞장섰고 농업과 지역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25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최고농업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정회원 연령대는 50~70세고 75세가 넘어가면 고문직으로 바뀝니다. 정관에 회원 수를 100명으로 제한해 놔서 가입하고 싶어도 결원이 생기지 않으면 들어오기 어려워요. 또 역대회장님들께서 연구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쏟으신 열정과 노력으로 지금의 연구회가 있을 수 있게 됐어요.” 이 회장은 늘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배우지 않고 따라갈 수 없다’
연구회는 농약잔류허용기준(PLS), 유효미생물 활용, 토양검사를 통한 과학영농 실천을 위한 내용으로 구성된 과제교육, 현장교육, 운영위원회 등 연간 15회 정도 교육과 회의 개최, 연간 500부의 거봉포도 영농달력 제작 및 배부, 탑프루트 사업(2012~2015) 추진, 하우스 환경개선 PO필름 교체 및 미세살수시설 설치 등 포도 품질 개선 및 농가 소득 증대, 재배환경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학습과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 이는 입장포도가 거봉포도 국내 최초 재배지로서의 기술 수준이 높은 이유다.

매년 입장거봉축제에서 열리는 품평회(출처 천안시홈페이지).
매년 입장거봉축제에서 열리는 품평회(출처 천안시홈페이지).

2002년부터는 지속적으로 GAP실천 및 최고 품질 천안거봉 안전 생산을 목표로 명품화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FTA확대 등 농산물 수입 개방화에 적극 대응하고 재배 및 유통에서 안정성을 확보해 천안 포도명품화의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

“할일 없으면 농사나 지으라는 얘기는 옛 말 이예요. 농가는 점점 고령화되고 있고 젊은 사람들이 와서 매뉴얼대로 농사를 지어도 실패할 확률이 높아요. 매년 날씨와 재배 환경이 달라지고 있어서 계속 공부하지 않으면 좋은 품질의 포도를 생산해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연구회원들은 지속적으로 기술을 공유하고 새로운 시범사업에 도전하고 있어요. 이제는 배우지 않고는 따라갈 수가 없거든요.”

천안시 입장면에 설치된 캐릭터 동상.
천안시 입장면에 설치된 캐릭터 동상.

이 회장은 포도를 포함해 어떤 농사든 계속해서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현재 코로나19로 회원들이 자주 모일 수가 없고 임원진들만 약식으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여건이 회원 간의 소통 단절과 화합 와해 등의 문제로 이어질까 염려하고 있다. 
또 현재 치솟는 농자재 값으로 농가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반면 농가수취가격은 제자리걸음이어서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서는 연구회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입장농협 산지유통센터 직원이 농가가 납품한 상품을 검수하는 모습.
입장농협 산지유통센터 직원이 농가가 납품한 상품을 검수하는 모습.

그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다시 회원들과 소통하고 기술 및 교육 기회를 많이 만들어 입장포도연구회의 우수함과 최고 품질의 포도를 생산해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정적 판로·완숙의 참맛
입장에서 재배하는 포도 품종은 거봉 50%, 샤인머스캣 50%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신품종 ‘홍주’도 일부 재배를 시작했다.
거봉포도의 당도는 16~18브릭스고, 샤인머스캣은 18~20브릭스 사이다. 비타민과 미네랄, 각종 유기산이 풍부해 피로회복, 피부미용 등에 좋아 과일의 여왕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입장거봉은 열매 알이 크면서도 부드러운 과육 속에 씨가 작고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6차 가공 바람이 불면서 와인 등 부가가치 향상을 위한 가공품도 개발·판매와 수출포도작목반과 협업해 호주, 대만 등에 수출도 하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무농약 재배를 하는 농가도 늘고 있다. 현재 전체 연구회 소속 100농가 중 20%가 무농약 재배를 실시하고 있으며 대부분 학교급식으로 납품된다.

이관희 입장포도연구회장.
이관희 입장포도연구회장.

또 연구회원들은 거봉포도의 우수성 홍보 및 주민화합의 장을 위해 매년 입장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리는 ‘입장거봉포도축제’, 흥타령축제 등에서도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회원 농가 70%는 천안시 ‘하늘그린’ 농산물공동브랜드로 입장농협 산지유통센터에 납품을 하고 있다. 거봉포도 선과 및 비닐덮개포장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이마트 등 대형 유통 매장과의 계약 납품으로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있다.

이 회장이 생각하는 포도의 적정가격은 2kg 한 박스 당 1만3000원 정도는 돼야 하지만 지난해 1만1000원을 받았고 올해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맨 처음 거봉포도 농사를 지었을 때는 입장에서 포도 농가들이 돈을 많이 벌었어요. 그런데 수입과일이 들어오면서 소비자들의 입맛이 달라지고 1년 내내 먹을 수 있는 과일들이 많아지면서 1년에 40~50여 일 남짓 나오는 국산 과일에 대한 평가가 많이 저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가격 경쟁을 위해 맛이 떨어지는 대신 조기 수확해 납품하게 되면 입장포도를 먼저 접한 소비자들은 ‘맛이 없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재구매할 확률이 낮아지죠. 9월 2째 주 정도에 내외로 수확된 완숙된 포도를 먹어야 명품입장거봉포도의 참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가 액비제조시설 구축 친환경농법 실천 및 경영비 절감
매년 열리는 연시총회에서는 입장포도회 자체 사업인 석회·유산동을 혼합한 보르도액(연간 14톤)과 유용미생물 아미노산 액비(연간 34톤) 제조 공급 운영 등에 대한 내용을 상의한다.

“보르도액은 2인 1조, 아미노산 액비는 4인 1조로 돌아가면서 제조 당번을 서요. 당번제로 돌아가다 보니 회원들 간 친목이 저절로 형성됐습니다. 회원들 간 결속력이 좋아지면서 식구처럼 지내다 보니 더욱 화합도 잘되고 열심히 활동해주셔서 늘 고맙죠. 또 덤으로 해충방제와 살균효과가 있는 친환경 액비도 농가에 저렴하게 보급할 수 있게 됐죠. 아미노산 액비는 현재 부임 중인 천안시농업기술센터 박성진 성거입장지소장님이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여러 가지 유용 미생물과 EM을 혼합해 시중에서 판매하는 영양제보다 훨씬 좋은 포도 전용 액비를 만들 수 있게 됐어요. 포도 재배에 효과가 좋아서 농가들의 수요가 높습니다.”

특히 이 액비제조시설은 자가 운영을 통한 친환경농법 실천 및 경영비 절감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액비시설은 자조금으로 매입한 부지에 천안시의 현대화 사업을 지원 받아 설치했다.  
최근에는 한 천안시의원이 새가 포도를 파 먹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포도망 사업을 발의, 현재 농가들이 구입비 50%를 지원 받아 포도망을 씌워 그 효과를 증명해내고 있다. 

이 회장은 농가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액비 시설 증설을 내년 사업으로 성사시키기 위해 천안시와 협의중 있음을 귀띔했다. 
이에 더해 항상 적극적으로 연구회 일에 앞장 서 참여해주는 회원들과 입장포도 발전을 위해 노력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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