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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칠월 – 칠석과 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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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칠월 – 칠석과 백중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1.08.17 13:58
  • 호수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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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한여름 밤하늘에 은하수가 빛나고 있을 때가 있었습니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크게 반짝이는 두 개의 별도 있었습니다. 은하수의 동쪽 가장자리에서 빛나는 별은 견우성이고, 서쪽에 있는 별은 직녀성이었습니다. 견우성은 독수리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이고, 직녀성은 거문고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이었습니다. 

네이버에서 인용
네이버에서 인용

입추가 지나니,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도 붑니다. ‘절기는 못 속인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많이 들었던 터인지, 나이 탓인지, 정말 절기는 못 속인다는 생각이 스스럼없이 듭니다. 
음력 칠월에는 처서와 백로 절기가 있고, 칠석과 백중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처녀총각들이 좋아하는 날이 칠석날이었답니다. 시기적으로 음력 7월 7일이 되면 상현달이 은하수에 떠 있고, 견우성과 직녀성 두 별은 매우 가까워진 상태로 하늘의 맨 꼭대기에 머뭅니다. 이러한 사실로 아름답고 슬픈 칠월칠석의 설화가 생겼습니다. 처녀들은 이날 저녁에 직녀성을 올려 보며 바느질 솜씨를 늘게 해달라고 빌었지요. 
 
음력 7월 15일은 백중입니다. ‘백종, 중원, 망혼일’이라고도 합니다. 이 무렵이면 과실과 채소가 많이 나와 100가지 곡식의 씨앗을 갖추어 놓았다 해서 ‘백종’이라 하였습니다. 조선 후기의 학자 김매순이 쓴 조선 시대의 세시 풍속에 관한 책 「열양세시기」에는 ‘중원일에 백종의 꽃과 과일을 부처님께 공양하며 복을 빌었으므로 그날의 이름을 ‘백종’이라 붙였다’고 하였습니다. 

‘중원’은 도교의 말로, 도교에서는 천상의 선관이 일 년에 3번 인간의 선악을 살피는 것을 원(元)이라 합니다. 1월 15일을 상원, 7월 15일을 중원, 10월 15일을 하원이라 하며, 3번의 원 날에 제사를 지내는 세시풍속이 있습니다. ‘망혼일’은 죽은 이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술과 음식과 과일을 차려놓고 신에게 굿을 하는 데서 유래하였습니다. 불교에서는 ‘백중’이라 하여 전생과 현재와 후세의 부모님을 위해 기도하고 축원을 올립니다. 부처님의 제자인 목련존자가 그 어머니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천도법회를 하며, 수행 정진하는 스님들께 다섯 가지 과일과 백 가지의 음식을 공양하는 것에서 비롯됐습니다. 
 
옛날 농가에서는 백종일 전후의 하루를 잡아 농사를 마무리 짓는 뜻으로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농사를 짓느라고 여름 내내 고생한 머슴들을 위한 잔치로, 주인집에서는 머슴들에게 돈을 주어 마음대로 나가 놀게 하였답니다. 호미 씻는 풍습도 있었지요. 농사를 거의 끝내 밭에 나가 김을 맬 일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호미를 깨끗이 씻어 다음 해에 쓸 수 있도록 광 속에 잘 정리해 놓는 행사, 농민들의 여름 축제날이었습니다. 

옛 어르신들은 칠석날이면 장독 위에 정화수를 올리고 북두칠성을 바라보며 칠성신께 가족의 수명장수와 복, 무사태평을 빌었습니다. 칠성은 천체의 하나인 별이지만, 전설적으로는 남두칠성과 북두칠성을 말합니다.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신으로, 특히 어린아이의 수명을 수호하는 신이지요.
 
청양군의 운곡면 영양1리, 정산면 내초리·백곡2리·와촌리·용두리, 목면 지곡2리, 화성면 매산1리에서는 칠성제를 지냅니다. 각 마을의 당산나무 앞이나 정자나무 앞, 느티나무 앞에서 마을의 안녕과 주민의 화합을 위해 제물을 차려놓고 제를 올립니다. 
 

장평면 미당리도 칠석날에 제를 지냅니다. 미륵댕이 팽나무 밑의 미륵불상 앞이며, ‘미륵댕이 칠석미륵제’라 합니다. 예부터 미륵댕이라 불리는 마을은 미당 시장터로, 200년이 넘는 팽나무 아래 높이 3미터의 미륵불상이 있습니다. ‘미륵불중수기적비문’에 의하니, 약 7백여 년 전 한 노승에 의해 동네 5방에 장승을 세우고 중앙에 미륵불상을 모셔 칠월칠석에 첫 미륵제를 지냈습니다. 1808년 칠월 큰 홍수로 인해 미륵불이 쓸려나갔는데, 1941년 동네 배수로 공사 때에 미륵불의 두상만 발견되었답니다. 미량마을 중앙부 팽나무 아래 미륵불의 두상을 모시고 그때부터 칠석제를 올리며 동네 발전을 기원해 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미륵불이 머리만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1997년 주민과 출향인들의 성금으로 미륵불 몸체 복원사업을 하였습니다. 이후 매년 칠석날이면 마을의 안녕과 화합, 삼재추방,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미륵제를 지냅니다. 미륵제를 지내기 전에는 장승제를 지냈는데, 새마을운동 때에 없애 버린 후 마을에 안 좋은 일이 생겨 미륵제를 다시 지내기 시작하였답니다. ‘본동의 수호신으로, 천세만세토록 경건하게 봉수할 것을 바란다.’- 1997년 칠월칠석일 미륵동민일동.

여름밤, 멍석 위에 무릎을 꼬고 누워 옥수수를 먹었습니다. 화단에서는 풀벌레가 울고 하늘에는 별이 총총하였지요. 그때나 지금이나 여름은 같은 여름인데, 결코 같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은 남아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멍석과 은하수는 까마득하게 사라졌지만, 뜨문뜨문 북두칠성은 나타납니다. 풀벌레가 있고 옥수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마음속에 품은 늘 푸른 나무광배의 미륵불상도 하나 있겠지요.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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