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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이야기 - 어수리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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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이야기 - 어수리를 아십니까?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1.07.12 11:08
  • 호수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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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제 제통의원 원장(인터넷 식물도감 ‘풀베개’ 운영자)
김순제 제통의원 원장
김순제 제통의원 원장

아무런 연고도 없는 청양으로 이사한 지 그럭저럭 10년이 되었다. 시간에 쫓기고 사는 도시생활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산과 들로 내가 좋아하는 자연을 즐기는 여유가 많아질 것으로 상상했다. 마당에 심은 작은 묘목들이 제법 나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커졌다. 하지만 뭐가 그리 바쁜지 모르지만, 시간 여유는 더 없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부질없이 일을 자꾸 만드는 탓에 감당치도 못할 일들만 자꾸 벌린다는 집사람의 지청구가 이제야 조금씩 이해가 되는 것이 나도 이제 나이가 먹기는 먹었나 보다.

처음 청양에 이사를 하려고 마음먹고 이 동네 저 동네 집을 보러 돌아다녔다. 읍내의 아파트나 주택을 사는 것이 어떻겠냐는 주위의 충고 따위는 귀에 들어올 때가 아니었다. 마당 넗은 시골집에 내가 좋아하는 식물들 잔뜩 심고 식물과 함께 멋지게 살아볼 생각이었다. 

뒤돌아보니 아닌 게 아니라 풀과 함께 살고 있으니 원하던 상황은 아니지만 어쨌든 식물과 함께 살고 있다. 문제는 내가 원하는 풀만 자라지는 않더라는 것이다. 해서 요즘에는 시골에 내려오겠다는 분들에게는 젏잖게 충고한다. 아예 돈을 싸 짊어지고 와서 정원사를 고용하고 살던지 아님 내 스스로 정원사가 될 만큼 부지런하지 않으면 참으라고…. 이제는 여름이면 예초기를 짊어지고 풀을 깎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낄 만큼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처음 예초기를 구입하고 첫 작동을 하던 날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놈의 예초기는 보기와는 달리 왜 그리 무거웠던지 1시간 작업하고 며칠간 팔을 부들부들 떨었었다. 그뿐이라 안전장구를 했음에도 가슴과 팔뚝에 돌에 얻어맞아 시퍼렇게 멍이 들었었다.

청양에 처음 와서 가장 눈에 띄었던 식물이 어수리라는 식물이었다. 그동안 강원도 쪽에서 자주 봤었지만, 충청권에도 자생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룡산에서 채집되었다는 기록을 보기는 했지만, 충청권에 이렇듯 광범위하게 자생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관심이 없어서 알아보지 못했을 뿐 전라도에서 함경도까지 전국에 자생하는 식물이었다. 

주로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자라기 때문에 길 가장자리의 수로 근처에 많이 자란다. 키가 커서 1미터 이상 자라기 때문에 한여름에 꽃이 피면 금방 눈에 띈다. 얼핏 미나리와 비슷한 꽃차례지만 다섯 장의 꽃잎 중 가장 바깥쪽의 한 장이 유난히 크고 깊게 갈라져 있어서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누구나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식물이다. 독특한 자태라서 자동차를 운전하고 지나가다가도 금방 알아차릴 만큼 독특한 형태를 보인다.

봄에 어린순을 주로 나물로 먹는데 식감이 좋고 독특한 향이 일품이라 임금님 수라상에 올라서 어수리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속설에 딱 어울리는 식물이다. 
아직 재배가 쉽지 않고 자생지가 많지 않아서 귀한 고급 나물 중 하나이다. 그 독특한 향 때문에 장아찌 등으로 가공했을 때도 맛이 좋다. 과거부터 피를 맑게 해주고 노화방지, 당뇨, 관절염, 종기치료 등에 쓸 수 있다 알려져 있다. 어수리 뿌리 담금주를 관절염 개선과 중풍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왔다. 최근에는 어수리의 뿌리 추출물의 만성염증 유발인자의 발현 억제의 효과가 밝혀져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작물로 재배가 만만치 않은 식물 중 하나이다.
괴근의 덩치가 크고 잔뿌리가 많지 않아서 이식이 쉽지 않다. 자생지에서 캐다 심으면 대부분 사멸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또 한 가지는 햇빛이 많이 드는 곳에 키워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햇빛이 강해서 건조해지만 흰가루병이 잘 생긴다. 종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종자 가격이 비싼 편이기는 하지만 종자번식은 잘 되는 편이다. 

청양은 어수리가 자생하는 지역이니 만큼 타 지역에 비해서 재배도 더 용이할 것으로 생각했었다. 몇 년째 재배하고 있지만 아직은 재배에 성공했다고 말하기 민망한 실패만 반복하고 있는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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