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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머금은 천년의 별 - 석탑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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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머금은 천년의 별 - 석탑 ①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1.06.14 14:35
  • 호수 139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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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등산길 초입에서, 논 한 가운데서, 깊은 산속에서, 사과나무밭 끝자락에서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아담하기도 하고 수줍어하기도 하고, 씩씩하고 웅장하기도 하고, 소박하기도 합니다. 무채색, 석탑입니다. 
정산면 서정리, 연둣빛 모 사이로 석탑이 비칩니다. 어린 모가 바람에 흔들리니 길고 가는 탑이 소소소 흔들립니다. 

탑은 탑파(塔婆)의 줄임말입니다. 탑타는 불교가 발생하기 전부터 고대인도에서는 무덤을 뜻하였습니다. ‘불신골을 봉안하는 묘’라는 뜻으로, 석가모니의 유골과 사리를 봉안하면서 불교적 조형물이 되었습니다. 탑은 초기 불교의 중심적 신앙이었으므로 사찰의 한가운데 세웠습니다.
탑은 목탑과 벽돌로 만든 전탑, 돌로 만든 석탑, 돌을 벽돌처럼 쌓아 만든 모전석탑, 청동탑, 금동탑 등이 있습니다. 인도와 중국은 전탑, 일본은 목탑, 화강암이 많고 돌 다루는 기술이 발달 된 우리나라는 석탑이 많습니다. 

우리나라는 4세기 무렵에는 목탑을 많이 만들었지만, 7세기부터 본격적으로 석탑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화강암으로 만든 석탑은 목탑에 비해 수명이 길고, 전탑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곡선도 유연하게 만들었습니다. 질 좋은 재료와 지극한 신심으로 아름다움을 석탑에 표현한 것이지요. 삼국 중 건축이 가장 발달한 백제는 그 당시 유행했던 목탑을 본떠 처음으로 석탑을 만들었으며, 절과 탑이 많은 나라였습니다. 
     
고려 시대에는 불교문화가 꽃피며 곳곳에 많은 석탑이 만들어졌습니다. 지방민의 발원으로 석탑을 세우다 보니, 지방적 특색이 많이 나타났습니다. 왕도 중심의 일률적인 탑 모양에서 벗어나 각각 제 나름의 특징이 반영된 다양한 모습의 탑이 만들어진 것이지요. 특히 백제의 옛땅인 충청남도는 백제 석탑의 양식을 많이 따랐습니다. 탑지붕돌의 구성 등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의 각부를 모방하고 있어, ‘백제계의 고려석탑’이라 하였답니다. 
 
탑은 기단부·탑신부·상륜부로 나누며, 사리는 몸체인 탑신부에 보관합니다. 층수는 보통 홀수로 3·5·7층이고 면은 4·6·8각 짝수로 만들었는데, 이는 음양의 조화를 맞추기 위함이었답니다. 
청양군에는 지정문화재 석탑이 5기 있습니다. 모두 고려 시대의 것으로 추정됩니다. 도림사지삼층석탑과 남천리석탑은 유형문화재로, 계봉사오층석탑과 청양삼층석탑은 민속문화재로, 서정리구층석탑은 보물로 지정돼 있습니다.  

청양삼층석탑
청양삼층석탑
청양삼층석탑
청양삼층석탑

소박한 ‘청양삼층석탑’은 청양읍 우성산 초입 석조여래삼존불 밑에 있습니다. 옛날, 일명사라는 절터에서 발견됐답니다. 3개의 탑신은 통돌입니다. 우주석 1층 석면의 정면에는 고리가 있는 문짝이 조각돼 있습니다. 상륜부의 받침과 네 조각의 모서리 잎도 한 개의 통돌로 보입니다. 다소곳이 핀 꽃잎 사이로 간공(탑의 중심기둥을 꼽는 구멍)이 동그랗게 뚫려있습니다. 때로는 다람쥐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산새가 쉬어가기도 하는 잿빛 석탑에는 드문드문 흰점이 검버섯처럼 피었습니다.

남천리석탑
남천리석탑

남천리석탑은 정산면 남천리 탑골에 있습니다. 기단부가 2층이고 탑신부는 3층입니다. 잘 자란 감나무의 반질반질하고 큰 잎이 삼층석탑 위로 늘어졌습니다. 가볍게 들어 올린 지붕돌의 네 귀퉁이가 버선코처럼 얄상합니다. 지붕돌을 받친 받침돌이 1층은 5단, 2층은 4단, 3층은 3단으로 1단씩 줄었습니다. 아래 기단의 면석에는 조각된 문양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상륜부에는 꽃잎 모양의 앙화가 겹쳐 올려졌습니다. 앞에서 보면 기단부의 상대갑석이 약간 기울어진 듯 보이는데, 그래서인가 삐딱한 모습이 더 친근합니다. 석탑을 찾느라 뺑뺑 돌며 고생했던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확 풀립니다. 
 

계봉사오층석탑
계봉사오층석탑
계봉사오층석탑
계봉사오층석탑

목면 본의리, 수련이 빽빽한 연못 위로 바위취가 곱게 피었습니다. 키 큰 나무들이 있는 계봉사 절마당은 백화원입니다. 늘씬한 오층석탑이 전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는 모습은 가냘픕니다. 기단의 면석에는 ‘계봉고탑’이라 쓰여 있으며, 아래 기단의 연꽃 문양도 선명합니다. 몸체와 지붕돌 일부가 파손됐습니다. 센바람이 불거나 툭 건드리기만 해도 와르르 무너질 듯합니다. 탑을 돕니다. 탑돌이를 하던 사람들을 흉내 내 탑을 돌던 원숭이가 후세에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떠오릅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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