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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역사 청양구기자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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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역사 청양구기자의 미래는?
  • 이관용 기자
  • 승인 2021.06.01 16:11
  • 호수 13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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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은 향상 판로는 걱정…코로나19 영향 커

청양구기자가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청양구기자는 한때 우리나라 한약재시장을 좌지우지 할 정도로 공급물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해왔다. 그러나 값싼 중국산 수입과 전국적으로 재배면적이 늘면서 청양구기자가 차지하는 입지 또한 점점 좁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소비량도 감소, 청양구기자 소비촉진을 위한 판로 다각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농가부담 중 하나는 매년 오르는 인건비.
농가부담 중 하나는 매년 오르는 인건비.

그동안 청양구기자는 지자체의 특구지정과 융복합사업 등 지원에 힘입어 재배시설 개선과 생산기반이 확대됐고, 농특산물 마케팅에 따른 적극적인 홍보로 재배농가와 면적도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농가 또한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 차원에서 친환경 약재사용과 우수농산물품질인증(GAP) 등을 통해 품질을 높이고 있다.
지역 대표 농특산물 청양구기자의 현실을 짚어보고 100년 명성을 이어가기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인건비·자재비 상승 가격은 하락
농가가 보는 구기자 수익창출 가격대는 건구기자 1근(600g)에 2만3000원부터 2만5000원이다.
최근 몇 년간 가격은 2만7000원~3만 원대를 형성, 농가 입장에서는 소득을 올리는 효자작목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는 농가의 바람에 크게 못 미치는 2만 원 대에서 거래되는 상황. 이 때문에 농가는 매년 오르는 인건비와 농자재비용, 가격하락 불안감 속에서 구기자 재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구기자농가 A씨는 “얼마 전 시장에 들러 구기자 시세를 알아봤는데 아직 여름구기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가격이 지난해만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상점은 지난해 재고량이 많아 한동안 구기자를 구입하지 않는다고 했다. 설령 구입해도 가격이 2만 원 초반일 것이라고 말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농가 B씨도 “구기자 수확을 위해 사람을 쓰게 되면 보통 6~8만 원을 줘야하고, 점심이나 간식은 별도다. 만약 지금처럼 가격이 낮게 책정된다면 인건비가 너무 비싸 수익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오랫동안 해온 구기자 농사를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지역 구기자 재배농가는 1000여 농가로 면적과 생산량은 매년 늘고 있다. 
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2015년 41ha·125톤, 2016년 44ha·135톤, 2017년 57ha·207톤, 2018년 68ha·226톤, 2019년은 73ha·235톤으로 조사됐다.

외지인 발길 ‘뚝’ 운영악화 이어져
수년간 안정적 가격대를 형성하던 상권에서도 구기자와 관련제품 판매부진으로 걱정스런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해 재고량이 많아 올해 수매와 가격대가 예년만 못하다는 것.
지난해는 여름철 잦은 비 등 이상기후로 구기자 작황이 좋지 않아 농가별 수확량이 크게 줄었는데도 상점마다 구기자 재고가 많은 것이 문제다.
만약 여름 구기자가 본격 출하되는 8월~10월까지 재고량을 소비하지 못하면 가격하락은 물론 구입물량도 감소해 상점뿐만 아니라 농가가 피해를 받게 된다.
소비 부진 원인은 코로나19다. 사회경제를 침체시켰고 건강기능식품인 구기자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또 대량소비에 기여했던 청양고추구기자축제와 칠갑산장승축제 등이 취소됐고, 전국 단위 각종 스포츠행사도 취소되거나 규모를 대폭 줄이면서 판매부진으로 이어졌다.

지난 3월 일본 수출길에 오른 청양구기자.
지난 3월 일본 수출길에 오른 청양구기자.

여기에 사회적거리두기 장기화로 지역을 찾는 관광객과 내방객이 감소하면서 구기자 상점을 찾는 발길도 줄었다. 
약초상점을 운영하는 C씨는 “작황이 좋지 않은 해는 농산물가격이 많이 오른다. 그러나 평년보다 적은 물량을 수매했음에도 판매량은 극히 적어 재고처리가 걱정”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구기자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D씨도 “구기자는 지역민보다 외지인들이 건강식품으로 많이 찾는다. 코로나19 발생 전에는 하루에도 여러 손님들이 구기자를 사갔다. 지금은 보름 동안  가게를 찾는 손님을 손으로 꼽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구기자농협 올 수매 앞서 깊은 한숨
구기자 판로확보와 수매에 앞장서고 있는 청양구기자원예농협(조합장 복영수)은 970여 농가가 조합원으로 참여하며 군내 최대 물량을 취급하고 있다. 조합원 대부분이 구기자를 재배하기에 농협 판매실적에 따라 수매량이 결정되고 농가소득이 좌우된다. 
구기자농협 수매금액 또한 시장가격 형성과 청양구기자산업에 큰 영향을 줘 농가의 기대가 크다. 
그러나 구기자농협도 올해 초부터 경영 난관에 부딪혀 한해 운영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판로가 가장 큰 원인이다.
그동안 주요 판로는 한국담배인삼공사와 생약시장이었다. 담배인삼공사의 경우 연간 60톤을 납품, 청양 구기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그러나 지난해는 경기침체와 해외수출 등 국내·외적인 불황이 겹치면서 청양 구기자구입이 22톤으로 63%나 감소했다. 

여기에 건강식품 판매부진으로 생약시장 판매량이 절반가량 줄었다.
구기자농협은 판매처 매입량이 급감하면서 지난해 조합원과 농가로부터 구매한 물량이 재고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올해 생산도 안 된 구기자 수매와 가격대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복영수 조합장은 “최근 4년간 청양구기자 시세는 안정적이고 좋았다. 구기자농협의 경우 건구기자 1근(600g)을 2017년 2만9000원, 2018년 3만1000원, 2019년 2만6000원, 2020년 3만 원 선에서 수매했다. 그러나 올해는 재고가 많아 얼마나 수매를 해야 할지 예측이 어렵다”고 걱정했다. 

그는 또 “청양구기자는 지난 10년간 전국 생산량과 유통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으나, 구기자가 타 농작물에 비해 소득이 높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실정”이라며 “값싼 중국산과 청양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타 지역 구기자 때문에 청양구기자산업이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기자를 활용한 일상 음료 등 제품개발 다각화가 필요하고 중장기적인 홍보와 정책 마련 및 농업구조 규모화와 노동력 절감 등 가격 안정화가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비대면 시장개척 제품 다양화 시급
코로나19는 시장 환경을 크게 변화시켰다. 사회적거리두기와 방역지침에 따라 인터넷이나 홈쇼핑 등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는 비대면 구입(언택트)이 대표적이다.
청양구기자 또한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처하고 소비자를 확보하려면 기존의 판매방식으로는 불황을 극복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한약재와 건강기능식품 외에도 일반인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개발이 시급하다는 것.
구기자가 건강에 좋은 효능과 효과는 각종 언론보도와 홍보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효능과 효과가 지속적인 판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중적인 식품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복영수 구기자농협조합장은 제품 다양화와 판로확보 및 홍보를 강조했다.
복영수 구기자농협조합장은 제품 다양화와 판로확보 및 홍보를 강조했다.

현재 구기자는 한약재로 이미지가 강해 대중화 걸림돌이 되고 있다. 또 품종 단일화를 통해 성분이 균일하게 나와야 한다.
구기자는 줄기를 잘라낸 묘목을 심으면 그해 생산이 가능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수년간 수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수확을 제외한 관리부분도 비교적 수월해 주민은 물론 귀농·귀촌인들이 선호하고 있다.

청양군도 구기자산업을 육성하고 특화하기 위한 지원과 노력에 앞장서 왔다.
먼저 지역특구(2006년) 지정, 지리적표시제(2007년)와 주산지(2014년) 등록을 통해 청양이 대표적인 산지임을 알렸다. 또 지난해 기준 안전한 구기자 생산을 위해 비가림 하우스 보급(약 50ha), GAP인증면적 확대(297농가, 26ha),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LS)교육, 농가조직화 및 품질향상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체계적인 품질관리와 ‘생산-유통-가공-소비’ 연계 거점 조성을 위해 청양구기자 농촌융복합사업에 선정(2019년~2022년·총예산 30억 원)됐고, 2021년 5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지역특화발전특구(이하 지역특구) 연고산업 공모에 선정돼 3년 동안 국비 15억 원을 지원받게 됐다.
구기자는 열매뿐만 아니라 새순을 활용한 제품개발도 추진 중이다. 이는 제품과 판로 다변화가 목적이다. 

구기자순 활용은 먹을거리 가공업체와 연계로 이뤄지며, 떡·치즈·요구르트 등 일상 먹을거리로 소비자를 확보하기 위해 마련됐다. 군은 식품가공업체와 송편, 개떡, 나물, 인절미, 앙금절편 등 생산을 논의 중에 있다.
이밖에도 농산물종합가공센터는 티백·환·분말·액상 등 다양한 제품으로 생산해 직거래·대도시 직매장·오픈 마켓을 통해 판매하고 있으며, 세척·건조·선별·포장까지 일괄 시스템을 갖춘 구기자산지유통센터와 산채가공센터, 농산물 전처리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구기자는 청양을 대표하는 농·특산물로 군도 판로확보와 홍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생산물 안전성과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농가를 대상으로 GAP인증 교육과 재배기술 등을 지원함으로써 고품질 구기자 생산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판로확보에 대해서는 “청양공동브랜드 ‘칠갑마루’와 관련 쇼핑몰 판매, 대도시 자매결연지 직거래 장터 활용, 대전시 유성구 로컬푸드 직매장 등을 활용하고 있다. 또 농가의 재배품종과 산지유통센터 등을 통한 품질표준화로 인지도를 높일 방침이다. 추석과 설날 등 명절선물 홍보와 전국 먹을거리 행사 참여, 해외시장 개척 등으로 구기자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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