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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면서 머무는 곳 -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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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면서 머무는 곳 - 바다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1.06.01 11:29
  • 호수 13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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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바다를 바라보다가/바다를 잃어버렸습니다//바닷가를 거닐며/바다를 찾고 있습니다//~’-이성선 시 「바다를 잃어버리고」 부분

“바다, 가 본 적 있어요?” 세상을 볼 수는 없지만, 보이지 않는 세상을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각장애 소년 태성은 어느 날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려 길로 나섭니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하여 홧김에 동료와 싸운 진이는 동료의 차를 훔쳐 타고 격한 감정으로 운전하다 태성을 칩니다. 태성은 병원 대신 목적지까지만 태워달라며 ‘팔당대교’라 적은 쪽지를 내밀지요. 삶에 절망해 자살하려는 또 한 명이 갑자기 차로 뛰어듭니다. 권투코치를 짝사랑하는 헤비급 복서인 수희는 자신의 죽음을 막은 진이를 원망하며, 승용차에 오릅니다. 그렇게 모인 세 사람은 태성의 바다에 가 본 적 있느냐는 물음에, 모두가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바다’로 향하지요. 

태성과 진이와 수희는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옆 사람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며, 스스로 강해집니다. 태성의 얇은 눈꺼풀에 깊고 맑은 바다색 눈동자가 그려졌습니다. 바다를 보지 못하는 태성을 깊고 푸른 바다가 바라보듯이요. 오래전에 본 영화 「바다」가 생각납니다. 영화 속 세 사람이 그랬듯이 나를 찾아가는 여행, 어딘가로든 떠나고 싶은 계절입니다.

북태평양 한가운데, 2018년 국제연합에서 신생국가로 공식 인정된 ‘쓰레기섬’은 90%가 썩지 않는 비닐과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바다로 버려진 전 세계의 쓰레기들이 바람과 해류에 밀려와 거대한 섬을 만든 것이었습니다. 
깊거나 차가운, 따뜻하거나 미지근한, 얼어붙거나 오래된 바다, 산호초와 열대어가 있고 밝은 녹청색과 초록색, 어두운 남색과 보라색이 있는 곳, 변종이 있지만 바다입니다. 

5월 31일, ‘바다의 날’입니다. 바다의 소중함과 해양 환경보전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기 위해 1996년 제정된 법정 기념일입니다. 해양수산부에서는 해양폐기물에 대한 체계적 관리로, 해양플라스틱폐기물 발생량을 2030년까지 60%를 줄이고 2050년까지는 제로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위장과 창자를 가로막아 죽은 채 발견되는 향고래나, 그물에 온몸이 묶인 거북, 위장에 플라스틱이 가득 찬 채 죽은 바닷새 등은 보이지 않겠지요. 
 
바다에서는 바람도 아름답습니다. 물결도 모래도, 새와 사람도 아름답습니다. 파도의 흰 거품이 머물다 사라지는 발자국도 아름답습니다. 
 노란 외발 갈매기 두 마리가 지중지중 물가를 걷다가 멀리 바다를 바라봅니다. 바다에서 바다까지, 한없이 넓고 깊은 바다는 우리가 무엇을 해도 다 품어줄 듯합니다. 저 혼자만 아름다우려 하지 않는 바다의 날에, 바다의 시 한 편 읽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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