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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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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날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1.05.10 11:46
  • 호수 13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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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철남 / 경기도 고양시 거주

초봄 논흙에서는 
달착지근한 햇물 내와 연둣빛 개구리밥냄새 
그리고 아버지의 낡은 흙빛 런닝 냄새가 났다. 

담배내도 땀내도 아닌
농란하게 짓이겨놓은 세월의 냄새이며 
앞니로 수업이 깨물어 날창날창해진 막담배 필터와도 같은. 

쓰디쓴 시간을 지내면서 내가 배운 것은 
산다는 것은 뱃속의 맨 끝자락 배알까지 내놓고 
기운이 탈진해서 고꾸라지게 될 때가 수없이 지나가야 
이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조금 알게 되는 것이며

맨 끝자락까지 송두리째 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놓아주는 덫임을 알게 되었다.

무수한 시간동안 이 논바닥이 짜내었을
한 가장의 거친 숨결과 특특한 땀을 떠올리며 
깊숙이 진흙 한 삽을 걷어 올려 
논둑에 ‘철푸덕’ 쏟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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