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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센 미소를 그대에게! -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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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센 미소를 그대에게! - 꽃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1.04.05 11:15
  • 호수 13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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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세상이 꽃입니다. 어쩌면 다시 또 순간으로 사라져버릴 꽃의 시간이라 할지라도 이제부터는 꽃의 계절, 꽃세상입니다. 

봄바람 따라 식물원엘 갑니다. 가는 길이 온통 노랑과 분홍색입니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활짝 폈습니다. 칠갑산 동쪽의 연분홍 능수벚꽃길을 생각하며, 식물원 걸음길 ‘꽃등길’을 오릅니다. 아프리카 채송화가 화사합니다. 고운식물원은 칠갑산보다 계절이 1주일 정도 늦다고 관리인은 설명합니다. 
제일 먼저 너풀너풀 꽃을 피웠던 풍년화의 꽃진 자리는 감꽃 모양으로 아물고 있습니다. 풍년화 밑으로 라넌큘러스가 화려한 색감으로 피었습니다. 300장이 넘는 하늘하늘한 꽃잎이 동글게 포개진 모습은 탐스럽고 예쁩니다. 

깽깽이풀
깽깽이풀

‘꽃구름길’은 빛나던 복수초 대신 수선화가 황금물결을 만들었습니다. 연보라 깽깽이풀도 꽃대를 내밀고 활짝 꽃이 폈습니다. 짙은 보라, 그냥 보라, 옅은 보라 등 보라도 같은 보라색이 아닙니다. 10~30송이씩 무리를 이뤄 핀 모습은 연보라 조그만 섬들을 띄엄띄엄 박아 놓은 듯합니다. 
깽깽이풀이라는 이름은, 가녀리지만 당찬 꽃대와 활짝 핀 모습이 해금의 꼿꼿한 활대와 둥근 울림통을 닮았기 때문에 붙여졌답니다. 해금을 깡깡이라 부르기도 하기 때문이죠. 2~3일 짧은 개화 후 맺히는 열매의 씨앗에는, 달콤한 성분이 있어 개미가 많이 좋아합니다. 개미는 씨앗의 달콤한 성분만 쏙 빼먹고는 씨앗을 버리지요. 그렇게 씨앗이 놓이다 보니 듬성듬성 꽃대가 나오고 꽃무더기를 만들며 피는 것이랍니다. 

라넌큘러스
라넌큘러스

야외정원을 이곳저곳 다니다 보면 식물원인지, 숲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한국 특산종 히어리의 종 모양 꽃을 보며, ‘하늘갓길’을 따라 오르면 잔디광장이 있습니다. 잔디광장 윗길은 오봉산자락과 연결돼 있어 마치 등산 온 기분도 납니다. 솔가리와 낙엽을 밟으며, 소리를 들으며, 폭신한 발바닥의 감촉을 느낍니다. 떨어진 진달래꽃을 피해 가며 사뿐사뿐 걷습니다. 진달래와 개나리가 범벅을 이루고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길에서 가을과 봄을 오르락내리락 만납니다. 

밀짚꽃
밀짚꽃

초를 칠한 파라핀종이처럼 반짝이는 밀짚꽃, 개나리자스민, 앵초와 장미조팝도 봄바람을 맞습니다. 나빌레라, 자색 목련꽃도 활짝 폈습니다. 갈래갈래 나풀대는 꽃 사이로 강아지 꼬리 모양의 꽃봉오리도 많이 맺혔습니다.   
식물원은 금방, 지금보다 더 많은 꽃으로 덮일 것입니다. 빛나는 꿈의 계절, 눈물 어린 무지개 계절의 목련이 지고 나면 모란원에서, 철쭉원과 튤립원에서, 장미원에서 활짝 활짝 꽃을 내밀 것입니다. 
 

무스카리
무스카리

꽃은 절박한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를 큰 폭으로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식물학자들은 말합니다. 십여 년 전, 미국의 뉴저지 주립대학교에서는 꽃과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꽃과 그 이외의 것을 선물로 받을 때의 표정을 실험한 것이었습니다. 비교실험에서는 꽃 선물을 받은 사람은 진정한 미소를 지었으며, 다른 선물을 받았을 때보다 좋은 기분이 훨씬 오래 갔다는 결과였지요. 

아프리카채송화
아프리카채송화

19세기의 프랑스 심리학자 기욤뒤센은, 꽃은 ‘뒤센 미소’를 짓게 한다고 밝혔습니다. 꽃이 주는 미소인 뒤센 미소는, 행복함으로 자연스럽게 얼굴 전체를 밝히며 진정한 기쁨을 나타내는 웃음입니다. 입술 근육만 사용하는 인위적 웃음과는 달리, 눈가 근육과 광대근도 함께 움직이는, 어린아이들의 웃음이지요.
한 정신과 의사는 30년간 정원을 관리하면서 식물과 꽃을 가꾸는 일이 어떤 치료와 약보다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뇌의 미적 현상, 신경미학자들도 아름다움을 느끼는 인간의 뇌에서는 공포감과 스트레스 반응이 줄어든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히어리
히어리

연세 지긋하신 남자 몇 분이 꽃 나들이를 오셨습니다.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보라색 무스카리를 자세히 보려면 땅바닥에 바싹 엎드리셔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영화 속에서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가 쓴 시를 생각하며 꽃, 꽃, 바람맞는 꽃을 봅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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