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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젊은농군- 꽃뫼떡집 김남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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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젊은농군- 꽃뫼떡집 김남호 씨
  • 김홍영 기자
  • 승인 2021.03.22 14:48
  • 호수 13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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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 농사꾼이 만든 구기자 삼색떡 인기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 활용…부가가치 증가 

김남호(42) 씨는 문민영(43) 씨를 만나 2009년 결혼, 딸과 아들을 낳고 고향을 지키며 사는 젊은농군이다. 부모님이 일구던 땅에서 농사를 짓고, 가업인 떡 빚는 일을 하며 미래를 가꿔나가는 장평면 화산리 꽃뫼떡집 김남호 씨의 영농 이야기를 소개한다. 

벼농사와 구기자 맥문동 농사
집 앞 마늘밭이 파릇파릇해지고 그 옆으로 서 있는 매화나무 꽃망울이 터질 때 쯤 부터 남호 씨 부부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밤나무 전지 작업을 시작으로 4월 맥문동 수확, 5월 모내기 등등 농사꾼의 일 년이 시작된 것이다. 벼농사, 밤나무, 구기자·맥문동 농사, 그리고 떡 만드는 일이 두 사람의 일년 살림 규모다. 
“부모님이 하시던 일을 도와드리다가 본격적으로 맡아서 한 것은 5~6년 됐어요. 이제 손에 익어서 할 만 합니다.”

스물다섯 살부터 농사를 지었다. 어느새 20여 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갔다. 이제는 농사꾼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의 경험이 쌓였지만 그도 스무 살 청년이었을 때는 도시 생활을 꿈꿨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갔는데 어머니가 떡집을 차리셨어요. 떡 만드는 일은 어머님이 하시고, 배달 업무를 작은 형님이 맡아서 하셨는데 형님이 다른 일이 생겨서 어머님을 도와드릴 수 없는 상황이 됐어요. 그 일을 할 누군가가 있어야 했고 제가 그 일을 하게 됐지요.”
남호 씨는 이렇게 고향에서 20대를 출발했다. 어머니 황영숙(71) 씨는 1998년 장평 화산리에 꽃뫼떡집을 창업, 삼색 가래떡을 개발해 소비자로부터 호응을 얻은 장본인이다. 아버지는 김기덕(78)씨로 남호 씨는 3형제 중 막내다. 어머니는 당신이 운영하는 떡집 일을 막내아들과 할 수 있어 좋아하셨다. 자연스럽게 어머니 곁에서 떡 만드는 일을 배우게 됐으며 이제 어머님이 연세가 드셔서 남호 씨 부부가 운영하기에 이른다. 
 
꽃뫼떡집 10여 가지 떡 선보여 
남호 씨가 생산한 농산물과 떡 판매는 모두 직거래로 소비자를 찾아간다. 서울 과천과 자매결연지에서 열리는 농특산물 직거래장에서 남호 씨는 농사지은 밤과 떡을 내놓는데 단골손님이 많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제가 직접 농사지은 쌀과 구기자를 넣어서 떡을 만들어요. 그래서인지 떡 맛이 좋다고 이야기 하시죠.”

좋은 재료가 맛을 결정한다, 직접 농사를 지은 농부가 만들어서 믿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떡을 사가는 이들도 금방 알아봤다. 흰쌀로 흰색을, 구기자로 겨자색을, 구기자 잎으로는 녹색을 낸 삼색떡은 청양 농사꾼이 아니라면 만들 수 없다는 것이 특이하다 여기고 사 갔다. 그리고 먹어 본 이들은 다시 찾았다. 좋은 재료가 들어가니 일반 떡보다는 가격에 비해 조금 비싸다. 하지만 안전하고 품질 좋은 재료값이라 여긴 소비자들은 장바구니에 흔쾌히 담아갔다. 그래서 남호 씨는 더욱 신경을 쓴다. 꽃뫼떡집의 맛을 인정해주고 있는 소비자와의 신뢰를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이렇게 맛으로 소문 난 삼색 떡은 설날이면 전국에서 택배 주문이 들어온다. 농한기인 설날에도 여전히 바쁘다. 

현재 꽃뫼떡집에서 만드는 떡은 인절미, 시루떡, 쑥개떡 등 찹쌀떡과 메떡 등 10여 가지 종류다. 모두 5kg 이상 기준으로 주문 제작 판매한다. 찹쌀떡은 택배도 가능하다. 식사 대용으로도 좋아 고정 주문자가 있다. 

“떡집을 하면 좋은 점이 있어요. 농사지은 농산물의 판매 부담이 줄어들지요. 그리고 소비자들에게는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믿음이 생겨 판매에도 도움이 돼요. 이런 점들이 합해져서 떡집을 운영하는 기반이 된 것이라 여겨요.”
김남호 씨 농가는 생산 농산물을 판매하는 1차 산업에 머물지 않고, 이를 활용한 가공 제품으로 개발 부가가치를 올리는 체계를 자연스럽게 만들었다. 

“좋은 재료로 만든 맛있는 떡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낱개 판매를 원하는 이들의 문의도 많아요. 하지만 지금은 주문제로만 판매하고 있어요. 농사지으면서 집 사람과 둘이 할 수 있는 정도로만요.”
남호 씨는 농사지으면서 주문이 들어오면 틈틈이 떡 만드는 일까지 하니 어머님이 손을 보태도 1인 다역을 하며 바쁜 일년을 보내고 있다. 

한낮이면 제법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봄날, 밤나무를 돌보는 손길이 있어 올해 가을에도 밤알이 영글 것이다. 고향에서 땅을 일구며 세대를 이어가는 젊은농군 부부의 꿈도 잘 익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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