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1-02-25 15:49 (목)
주방의 작은 터줏대감 - 소금
상태바
주방의 작은 터줏대감 - 소금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1.02.22 15:38
  • 호수 138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흰크림 속에 숨겨진 소금이 커피맛을 좋게 합니다. 달고 짜고 달고 짠 커피는 중독성이 있습니다. 소금이 커피맛을 깊고 달달하게 합니다. 짜고 단 맛에 혀가 푹 절었습니다.

남미 페루 쿠스코 살리네라스염전으로, 해발 3천 미터의 언덕비탈에 다락논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남미 페루 쿠스코 살리네라스염전으로, 해발 3천 미터의 언덕비탈에 다락논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소금, 백색의 결정체로 짠맛을 내는 대표적인 조미료입니다. 아무리 값비싼 재료로 온갖 솜씨를 다 내어 만든 요리라 해도 간이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간으로 맛을 내는, 보잘것없는 양념으로 생각되지만 없어서는 절대 안 될 식품입니다. 
소금은 모든 식품이 가진 저마다의 맛을 돋우는 역할도 합니다. 종이와 섬유를 표백하고 물 소독도 합니다. 센물을 단물로 만들기도 합니다. 비누, 유리, 도자기와 가죽을 만드는데도 쓰입니다. 겨울철 도로의 눈이나 얼음을 녹이기도 하며, 몸속을 정화합니다. 소화를 돕고, 장에서 좋은 미생물을 키워주며 음식을 분해합니다. 동양의 문헌에는 의약 중의 하나인 약물중독의 해독제로 소개됩니다. 

인류가 소금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6천 년경으로 추정됩니다. 우리가 이용해 온 조미료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지요. 인간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소금을 얻기 위한 노력은 오래전부터 이루어졌습니다. 우리나라도 언제부터 소금을 사용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려 시대에는 소금을 독점하여 제조·판매하는 ‘도염원’을 두어 재정수입원으로 삼았습니다. 일부 권세가들이나 사찰에서 개인 염전으로 그 이익을 독점하였기 때문이지요. 조선 시대에도 연안 지방에 염장을 만들어 관에서 직접 소금을 만들었습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소금이 부와 권력의 상징일 때도 있었습니다. 고대 로마에서는 소금이 귀해 화폐 대신 사용하며, 군인이나 관리의 월급을 소금으로 주기도 했습니다. 소금으로 노예를 샀으며, 가난한 사람은 소금을 얻기 위해 딸을 팔던 시절도 있었답니다. 
 선사시대부터 소금이 나는 해안이나 호수, 돌소금이 있는 장소는 교역의 중심지였습니다. 수렵민이나 농경민이 짐승이나 농산물을 소금과 바꾸기 위해 모여들었기 때문이지요. 또한 소금이 많이 나는 지역이 부유하고 유명한 곳이 많습니다. 음악의 도시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도 소금 광산으로 유명한 곳이었으며, 작은 어촌이었던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도 소금을 유럽에 팔아 풍족한 해항도시가 되었답니다. 소금을 파는 것이 경제의 원동력이었던 것이죠. 우리나라 역시 ‘평양감사보다 소금장수’, ‘소금장수 사위 보았다’는 속담이 있는 것을 보면 소금이 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금은 사람이 살기 위해 중요한 물질이다 보니, 초자연적인 힘을 가졌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옛 어르신들은 소금에 마귀를 쫓는 힘이 있다고 믿어, 나쁜 기운을 물리칠 때 소금을 뿌렸습니다. 힌두교도 사이에서는 상중에 소금을 먹어서는 안 되며, 이집트의 사제들은 평생 소금을 먹지 못하였다는 금기 대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인도의 민족지도자 간디는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소금 행진을 하였습니다. 인도 앞바다의 광활한 소금밭이 있음에도, 영국은 인도사람들에게 영국산 소금만 먹도록 하고 소금을 살 때마다 ‘소금세’를 붙였습니다. 생명 유지를 위한 생필품인 소금에까지 세금을 매긴 소금법에 대한 저항으로, 간디는 소금밭이 있는 바닷가까지 걸었습니다. 60살이 넘은 나이로 370킬로미터를 26일간 쉬지 않고 계속 걸으며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되기를 기도하였습니다. 가장 더운 계절에, 지열로 달아오른 땅을 걸어 해안가에 도착한 간디가 침묵 속에서 소금을 집어 맛을 보는 모습은 인도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답니다. 

예나 지금이나 소금은 중요합니다. 냉장고가 없던 옛날에는 소금에 절이는 ‘염장법’으로 생선과 채소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땅 위의 여러 물질이 빗물에 씻겨 바다로 흘러가면, 그중에서 나트륨과 염소에 미네랄이 더해진 물질이 바닷물에 녹아 결합하면서 짠맛을 내는 염화나트륨이 됩니다. 이 바닷물을 햇볕에 증발시킨 것이 소금이지요. 
생물이 썩는 것을 예방하고 음식의 맛을 내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소금이다 보니, 사회 도덕적으로 타인의 모범이 되는 사람을 비유하기도 합니다. ‘소금 같은 사람’, 들어본 지 오래되었습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