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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 가파마을 농원 이홍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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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 가파마을 농원 이홍식 대표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1.02.22 14:05
  • 호수 138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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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취하고 자연에게 돌려준다!

‘늦게 잤다. 늦게 일어나게 되었고, 으레 창밖을 보게 되는데, 아침이다. 아침이란 징조는 산이 밝고 들은 조금 어두운, 산이 또렷하게 보이고 풀이 제 자태를 제대로 드러나게 되는 그런 시간이다./~/나는 농부가 되었지만, 누가 봐도 난 그게 아니다’-이홍식, <조금 늦게 일어나서> 부분 
15주년을 맞는 이홍식 가파마을 농원 대표의 네이버 블로그 첫 화면은 안개 속 짙푸른 나무 사진이다. 왼쪽 상단에 ‘잠잠이의 시와 사진 이야기’라고 적혀있다. 곱게 물든 느티나무가 정자 옆에서 노란색을 환하게 내뿜는 사진도 있다. ‘가파마을 농원’으로 들어오는 입구 풍경이다. ‘청양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사진마당(청사진)’에 회원을 모집한다는 광고도 있다. 
“잠잠이는 동화책 주인공입니다. 게으른 베짱이처럼 여름부터 가을까지 놀며 즐기다가, 겨울에 사람들을 불러모아 봄부터 가을까지 어떻게 살았는지, 풍경은 어땠는지를 듣지요. 돈 버는 일, 생계를 넘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이유지요. 나대지 말고 조용히 살자는 마음가짐입니다.”
        
천연농법으로 기르는 먹거리 농원 
2020년 6월에 대치면 상갑길 35번지, 처가댁 땅을 임대해 이동식주택을 설치하며 완전한 귀농인이 됐다. 문을 열면 넓은 상갑리의 들판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막힘없는 아침 햇살을 고스란히 받는다. 좋다.
30년 전부터 발 딛기 시작한 청양이 이젠 삶의 터가 되었다. 이 대표의 집에서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상갑제2소류지가 보인다. 그리고 그 밑에 처가댁이 있다.

이홍식 가파마을 농원 대표.
이홍식 가파마을 농원 대표.

이 대표는 지난해 2월, 25년간의 교사생활을 마치고 농사를 짓는다. 구기자와 고추, 쌈채소를 비롯한 다양한 채소류다. 자연에서 얻지만, 그 일부는 다시 자연으로 돌려주는 천연농법, 친환경(무농약) 농법으로 먹거리를 키운다. 몸이 약해 화학제품이 맞지도 않지만, 링거주사액 넣듯 특정영양분만 주입하며 짓는 농사는 하지 않을 것, 화학적 농사를 배제한 자연 그대로의 농사를 지어볼 것을 다짐한 농사기 때문이다. 
퇴직하고 서울을 벗어나겠다는 생각에 앞서 시작된 귀농이며 농사지만, 책과 카메라만 잡았던 손이 지난해는 쉴 틈 없이 바빴다. 대신 생산기반 시설은 다 갖췄다. 고추 3동, 구기자 1동, 로컬푸드 학교급식 등 귀농 1년 차로는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한 것이다. 올해부터는 당뇨 치료에 효과가 있는 당뇨초를 비롯하여 온갖 식물을 자연농법으로 기르기만 하면 된다. 

“건강검진을 하였는데 당뇨 수치가 높게 나왔어요. 언젠가 친구가 준 말린 당뇨초가 있어 차로 마셔봤더니 효과가 있었죠. 그래서 대량 꺾꽂이를 했더니 잘 자라더라구요. 올해는 당뇨초를 더 키워 보려구요. 어린잎은 생으로 먹어도 맛이 좋아 여름과 가을엔 나물로 먹고, 겨울엔 잎과 줄기를 말려 차로 마시죠. 티백으로 만들 예정이에요.” 
당뇨초는 삼붕초라고도 부르며 중국에서는 명월초라 부른다. 동남아시아 아열대 지방에서 서식하며 고지대에서 잘 자라는 풀이다. 당뇨와 고혈압, 암을 치료하고 피부질환의 치료에 효과를 인정받아 최근 많은 관심을 받는 식재료다. 삼겹살 기름을 흡수해 맛을 좋게 하는 쌈채로 인기가 좋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의 시작은 사진이다
18살에 처음 카메라를 만졌다. 뭔지 모르고 시작하고 원서를 읽으며 혼자 배운 것이 40년이 넘었다. 대학 졸업하던 1985년에 첫 개인전, 2019년에 4번째 개인전을 하였으며, 사이사이 동인전도 하였다. 여행을 다니며 풍경 사진을 많이 찍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말을 하고 싶어 하잖아요? 자기 말을 하려면 자기만의 언어가 필요하죠. 글을 쓰거나 뭐를 하든 간에 나는 내가 말하고 싶은 언어를 사진으로 잡았다 그런 얘기죠. 풍경이나 사람 속에 스며있는 기운 같은 것을 끄집어내고 싶어 사진을 찍어요.” 

골목 풍경을 사진 찍은 프랑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유젠느 아트제’를 좋아한다. 아무렇지도 않은 가려진 뒷골목에서 사람들의 체취와 흔적을 찾아내는 눈이 있어서다. 
“평범한 일상에서 그런 것을 찾아내고 싶어요. 청양사진은 기록중심과 살아가는 사람들 모습을 찍으려 하고 있어요. ‘청사진’은 사람 중심입니다. 사람이 좋으면 회원으로 들어오면 돼요.”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탐구, 분석, 비판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문제를 찾는 것이 중요한데, 문제를 찾으려 하지 않고 피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목적의식이 없으므로 못 찾는 것이지요.”  

마을 사람들, 원주민과 갈등 만들 이유가 전혀 없다는 이 대표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아파트처럼 갇혀있는 것이 싫어서 넓은 영역을 좋아한다. 마당이 있다는 것이 이 집에서 가장 좋다.     
“이것저것 들을 수 있는 곳에 다 들었죠.” 구기자·고추·산야초 연구회와 대치면귀농귀촌협의회에 회원 가입도 했다. 농사일 사이사이 글을 쓸 것이고, 사진도 찍을 것이다. 사진 강의도 하고, 사진과 관련된 봉사활동도 할 계획이다. 그래서 하우스 앞에 스튜디오도 만들 예정이다.     

레오리오니의 동화책 ‘잠잠이’의 주인공 쥐 잠잠이는 겨울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쥐들 사이에서 홀로 햇볕과 색깔을 모은다. 혹독한 겨울날, 시인이 된 잠잠이는 머릿속에 아름다운 세상을 그리며 쥐들에게 햇빛과 색깔을 느끼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부인과 두 아들이 있는 잠잠이 이 대표는, 이곳 상갑리뿐만 아니라 모든 주민에게 본인이 가꾸는 자연스런 세상을 자연스레 나누고 싶은 것은 아닌가 상갑길을 나오며 생각한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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