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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마음으로 축하축하! – 포인세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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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마음으로 축하축하! – 포인세티아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12.21 16:55
  • 호수 13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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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크리스마스트리가 쓸쓸합니다. 해마다 세워 놓던 그 자리인데도 외딴 섬 같습니다. 텅 빈 거리 탓입니다. 문만 밀고 들어가면 금방 몸이 녹을 듯, 먼발치에서도 따스하게 보였던 찻집의 노르스름한 전등도 쓸쓸합니다. 

크리스마스 꽃, 포인세티아가 여느 해와 다름없이 붉은 잎을 반짝입니다. 창가에서, 큰 나무 밑의 화분 위에서, 주방에서 더 화사하게 빛을 발합니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꽃을 피우는 포인세티아는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에서는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장식꽃으로 사용합니다. 잎사귀의 모양이나 빛깔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기기 위해 키우는 관엽식물이며, 키가 크지 않는 작은 나무입니다. 조건이 좋으면 1미터까지는 자랄 수 있습니다. 
포인세티아는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의 습기 많고 나무가 울창한 계곡과 바위투성이 구릉에서, 겨울이면 잎을 빨갛게 물들였던 야생화였습니다. 처음 이 나무를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포인세티아라고 불렀습니다. 

포인세티아는 겨울철에 흔하게 볼 수 있어 추위에 강한 식물인 줄 알지만, 사실 추위에 엄청 약하답니다. 고향이 따스한 지역이다 보니 찬바람을 맞으면 잎을 툭툭 떨어뜨립니다. 평균온도가 13도 이상이어야 하며, 20~22도에서 가장 잘 자랍니다. 낮의 길이가 짧아지고 밤의 길이가 길어져야 꽃을 피우는 포인세티아는 단일식물입니다. 밤의 길이가 특정한 시간보다 길어야 하는데, 밤 동안 짧은 시간이라도 빛에 노출되면 꽃을 피우지 않습니다. 빛을 보는 낮시간 보다 어두운 밤의 길이가 꽃을 피우는데 더 영향을 준다는 것이지요. 

포인세티아는 붉은 꽃턱잎이 특징입니다. 꽃을 둘러싼 꽃턱잎은 진짜꽃을 보호하고 곤충을 불러들입니다. 어긋나기의 꽃턱잎 중앙에 있는 둥그렇고 노란 열매처럼 생긴 작은 꽃이 진짜꽃입니다. 꽃이 워낙 작다 보니 가짜꽃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꽃턱잎을 꽃처럼 위장하기 위해서는 밤의 길이가 길어져야 합니다. 낮에는 햇볕을 많이 받게 하고, 저녁이면 확실하게 빛을 차단해야 곱고 강렬한 붉은색의 꽃턱잎을 만듭니다. 실내에서는 어두운 방에서 키우거나, 상자나 검은 비닐로 불빛을 가려주면 더 곱고 환한 주홍색의 꽃턱잎을 만듭니다.

봄부터 10월까지 초록색이던 잎은 낮의 길이가 12시간 15분 이하가 되면 붉은잎으로 물들며 꽃눈을 만듭니다. 녹색의 작은 꽃송이 10여 개가 모여 꽃 뭉치를 만들었습니다. 빨간 꽃잎을 뚫고 노란 수술이 다닥다닥 나왔습니다. 활짝 핀 꽃송이에 붙은 노란 꿀샘은 뻐끔거리는 붕어 입을 닮았습니다. 

포인세티아는 물을 좋아하지만 물 조절을 잘해야 합니다. 부족하면 잘 마르고, 이미 마른 상태면 물을 줘도 쉽게 살아나기 힘듭니다. 봄부터 여름과 가을까지 물을 충분히 줘야 하지만, 잎에 물이 닿는 것을 아주 싫어합니다. 자칫 물이 닿으면 잎을 떨구기 때문입니다. 시든 잎을 살짝만 건드려도 잎이 떨어지는 것은 물을 많이 주어서이며, 시들었는데도 잎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물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뿌리 역시 예민해서 분갈이 충격으로 죽을 수도 있으며, 꽃이 피는 시기에는 분갈이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어릴 때는 초록이나 붉은색이던 줄기도 자라면서 갈색으로 변하며 나무의 모습을 갖춥니다. 
 

포인세티아의 고향 멕시코에서는 성스러운 밤의 꽃으로 불리며, 베들레헴의 별을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옛날 멕시코의 한마을에는 크리스마스이브에 교회에서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연극을 하였지요. 연극무대 앞에는 마을주민들이 선물을 갖다 놓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너무 가난해서 아무것도 선물할 수 없는 소년의 간절한 기도로 태어난 나무, 포인세티아의 전설이 전해집니다.

곱고 강렬한 붉은 색은 겨울 실내를 화사하게 합니다. 워낙 색이 예뻐서 집안에 한두 그루만 있어도 크리스마스트리 못지않은 분위기를 줍니다. 
붉어도 어찌 이리 붉을까, 붉은 잎에서는 풋풋한 냄새가 납니다. 꽃송이들이 풍기는 미미한 향기도 달달합니다. 뜨거운 마음으로 축하한다는 꽃말, 누군가를 뜨겁게 온 마음을 다해 축하해 준 적이 있었나, 포인세티아 붉은잎에 푹 빠진 채 생각합니다. 
           
이상 기후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지친 세상 사람들을 위해, 포인세티아의 붉은 마음처럼 온 마음을 다해 눈부신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고대합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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