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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덕분에 행복합니다 – 수진미용실 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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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덕분에 행복합니다 – 수진미용실 김원장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07.31 22:02
  • 호수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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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장마에도 빛나는 꽃이 있습니다. 연녹색의 꽃잎이 흰색으로, 점점 밝은 청색으로 변합니다. 다시 붉은 자색으로 바뀝니다. 희고 푸르고 붉은 꽃송이를 한 그루에서 다 볼 수 있습니다. 산속 절 마당에서 수국나무가 비를 맞고 있습니다. 네 장의 꽃 같은 꽃받침 위로 색색의 빗방울이 굴러떨어집니다. 

“아름답고 풍성해서 수국꽃을 좋아해요. 지난달에는 수국꽃 축제도 다녀왔어요.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분홍, 노랑, 청색과 흰색, 생각만 해도 정말 예뻐요.”
소담스럽게 핀 꽃 가운데서 꽃처럼 웃고 있는 사진 속의 김 원장을 봅니다. 가족과 함께 여행하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김 원장입니다.  

‘칼단발’, 도마 위에 머리카락을 올려놓고 식당주방용 칼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영상을 보았는데, 혹시 원장님도 ‘칼단발’을 하는지 궁금하였지만 미용실 어디에서도 도마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언니 권유로 미용학원을 다녔어요. 학교 졸업 후 외삼촌 가게에서 일을 도와드리고 있을 때, 언니가 돈을 대줄테니 양장이던 미용이던 배우라고 권했죠. 외삼촌댁에 가기 전에 미장원에서 보조로 일한 때도 있었고, 본래 어릴 때부터 미용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카시아 줄기로 친구들 머리를 말아주곤 하며 놀았거든요.” 
 청양읍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원장은 본인만의 특별한 손으로 손상된 머리를 회복시키는 능력이 있습니다. 염색과 올림머리(예식이나 행사에서 한복 입은 여인들의 머리 모양)를 잘하고, 화장 특히 외출화장을 자신 있게 합니다.
   
-미용실도 비수기가 있나요?
“그럼요. 농번기나 휴가철이 비수기죠. 오시는 손님 중 약 80%가 고정고객이라서 크게 차이는 없지만요. 손님 대부분이 어릴 때부터 고객이라서 이젠 다 식구 같아요. 머리 손질 아니라도 오다가다 들리고…. 남성 고객은 다 합해서 한 20명 정도? 거의 여성 손님이죠. 4~50대가 가장 많고, 젊은이부터 연세 많으신 분들까지 거의 비슷비슷해요.”

-그렇게 오랜 기간 고정고객이 많은 비결이 있다면요?
“비결이랄 게 뭐가 있겠어요. 저랑 고객들이랑 인연이 닿아서겠죠. 마무리된 머리를 보고 행복해하는 고객들 덕분으로 지금까지 이 일을 하네요. 제 재산이고 고맙죠. 손님들이 만족해하며 ‘그만두면 집으로 머리 만지러 갈 수 없잖느냐 그러니 오래오래 해야 한다, 자신 있게 다닐 수 있다, 예쁘다고 한다, 세련돼 보인다고 한다’는 그런 말을 들으면 행복하죠.”
 43년 동안 종일 서서 가위를 손가락에 끼고, 파마약을 묻히면서도 한 번도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은 이유였습니다. 

“어릴 적 꿈요? 생각 안 나요. 뭘 배우고 싶다거나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은 적이 없어요. 그냥 이 일이 좋아요. 제가 단순해서 그런가 봐요.”
단순도 긍정도 아니었습니다. 몸에 밴 편안함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꿈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 여기, 그대로의 현재를 만족하기 때문이겠지요. 
“별 굴곡 없이 그냥 보통으로 살아왔어요. 감사하죠. 미용실 운영하면서 애들 다 키우고, 시간 나면 남편이랑 친구들이랑 여행 다니고, 그러고 살아요.”
고객이 부르면 쉬는 날도 가리지 않고 고대기를 잡고, 머리카락을 말았습니다. 말이 사십 년이지, 그 긴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의 머리카락이 김원장의 손길로 변신했을까 생각합니다.
“다시 태어나면, 미장원을 크게 하고 싶어요. 기업으로요. 돈을 많이 벌면 좋은 약을 살 수 있잖아요. 그래서 손님들에게는 싸게 공급하고요.”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김원장의 따뜻한 마음입니다.  

중국에서는 머리 자르는 날이 있습니다. 민간전통명절인 용두절로 음력 2월2일입니다. 이날은 한 해의 농사가 시작되는 날로 그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날입니다. 헌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머리카락을 자르면 한 해의 운이 좋아진다는 풍습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날 중국의 미용실은 대만원이랍니다. 
“우리나라는 머리카락 자르는 날은 없지만, 명절을 앞두고 머리 손질은 많이들 하시죠. 몸을 정갈하게 하고 조상을 모시는 그런 풍습의 일종 같은 거요. 파마나 커트는 한 달에서 달포 정도 지나 손질을 하면 좋아요. 예전에는 머리에 변화를 주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뭔 일이 있냐는 둥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어요. 긴 머리를 싹둑 자르면, 실연당했냐고 놀리기도 하고요.” 
정기적인 머리 손질뿐만 아니라 마음이 싱숭생숭할 때나 무엇으로든 스스로에게 변화가 필요할 때, 많은 이들은 아직도 미용실을 찾고 있었습니다. 

미용사는 만능 재능보유자
고객의 용모와 머릿결에 따라 어울리는 머리 모양을 권하고, 고객의 욕구에 따라 머리 모양을 결정해야 하는 미용사는, 예술과 디자인과 정교한 손놀림과 시력과 기억력을 갖추고 고객의 마음을 읽고 서비스를 합니다. 
‘뷰티살롱’, ‘미용실’, 1920년 우리나라 최초의 미용사 오엽주가 서울 종로 화신백화점에 미장원을 개업했습니다. 당시 파마 값은 금가락지 한 개 값이었지만, 자기보호와 아름다움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와 신여성들로 인해 미장원은 여기저기서 생겼습니다. 긴 머리를 자른 단발머리가 등장하고, 1930년대 후반에는 파마머리가 유행하자 미장원이 크게 늘었습니다. 광복 후 여성들의 머리 모양은 유행에 따라 많은 변화를 하였고, 미장원 또한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졌습니다. 2018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는 약 15만 개의 미장원이 등록되었습니다. 
 
“청양에는 43개 정도는 될 것 같아요. 남편은 앞으로 3년만 더 하라고 하는데, 생각해 보니 6년은 더 해야겠어요. 그리고는 건강이 허락될 때까지 요양원에 가서 봉사할 생각이에요.” 
“여행을 좋아해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친구들과 국내 여행을 하는데, 올해는 못 갔죠. 남편하고 자주 가니 둘이서 무슨 재미냐고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둘이면 둘 또 여럿이면 여럿 다 나름대로 재미가 있어요. 배를 타고 들어갔던 남이섬이 기억에 오래 남네요.”
영탁이의 노래 ‘막걸리’를 좋아하고, 소나무 향을 좋아합니다. 빨강이나 노랑 등 고운 색깔이 요즘은 좋습니다. 살기는 좋은 세상이지만 불안한 세상이라고 말하는 김 원장은 친구들과 기분 맞출 정도의 술은 마십니다. 코로나백신이 빨리 개발됐으면 좋겠습니다. 친구들과 노래방에도 가고, 남해 여행도 해야 합니다. 
“제가 직접 자르죠. 처음에는 거울을 보긴 했지만, 그냥 감각으로 자르고 파마를 말고 그러죠. 가끔은 다른 미장원에 가기도 하지만 거의 직접 잘라요.”
미장원에 안 다니셨으니, 원장님은 미용비용을 많이 모으셨겠습니다. ‘호호’.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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