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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 청남면 지곡리 신문식 서양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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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웃 - 청남면 지곡리 신문식 서양화 작가
  • 이동연 기자
  • 승인 2020.07.20 14:23
  • 호수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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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작가와 협업 활동 거점 만들고 싶다

2014년 가을 청남면 지곡리에 서양화가 한 분이 귀촌했다. 신문식(56) 작가다. 
신 작가는 공주시 유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서울로 상경했다. 계봉초등학교 우신중·고등학교를 졸업, 홍익대학교·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이후 영남대·홍익대학교 강사로 2007년까지 일했다. 한지로 만든 작품으로 서울에서 개인전(9회), 단체전도 다수 참여하는 등 이름을 알렸다. 이후 조용히 작업할 공간이 필요해 귀촌을 결심했다. 
마을회관 앞에 터를 잡고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신 작가를 만나 그 만의 청양 살이와 작품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가 활동 최적지, 청양
처음 이사 왔을 때 집이 마을회관 앞이다 보니 주민들이 궁금해 하기도, 반가워하기도, 불쑥 찾아와 집 구경도 하고 안부도 물었다. 친절한 이장님과 주민들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시골생활에 적응했다고 이야기했다. 
“청양을 선택한 이유요? 번화가를 벗어나 조용하고 살기 좋은 곳을 찾다가 이곳을 발견했어요. 마을이 아기자기하고 작업실로 활용할 수 있는 창고가 자리 잡고 있어 3년 정도 발품을 팔다가 정착했습니다. 작가들에게 최적지인 것 같습니다. 지곡리가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거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신문식 작가는 청양 살이를 ‘작가 활동의 최적지’라 표현했다. 살다보니 점점 더 좋아진다는 청양군에 대한 장점도 소개했다. 가까운 거리에 볼거리도 많고 자연환경이 좋으며, 1시간 내 인근 시군을 다닐 수 있고 사는데 불편함 없는 곳이란다.
“지인들도 처음엔 멀게 느껴진다고 했는데 왕래하다 보니 가깝다고 자주 들러요. 손님맞이하기 바쁘죠. 청양이 좋다고 홍보도 하구요. 내년엔 손님들이 더 늘어날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작업실 2층도 손님방으로 꾸밀 예정이예요.”
그는 자신의 집을 찾는 손님과 작가들이 청양에 대해 궁금해 하고 터를 마련해달라는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귀촌을 알아보는 중인 지인을 위해 집을 알아봐주기도 한다. 안정적인 귀촌을 돕기 위해서다. 
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와서 함께 작업을 하다보면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작품 활동에 매진할 수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가 형성된다고 한다. 

어머니 재능 이어받아, 작가 입문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에 흥미가 있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에 들어가 특별활동을 통해 본격적으로 재미를 붙였죠. 어머니가 손재주가 좋으셔서 자수, 바느질로 상품을 만들어 판매해 저희를 키우셨어요. 그 재능을 물려받았나 봅니다. 여동생 정옥이도 저를 따라 같은 길을 걷고 있어요. 이곳에 내려오기 전까지 같이 작품 활동도 하고 전시회도 함께 했어요.”
신 작가는 어머니와 함께 귀촌했다. 그의 어머니는 함께 내려온 지 1년 만에 작고하셨다.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크다며 작업실 한 켠에 전시돼있는 어머니 자화상을 잠시 바라봤다. 
차분하고 조용하고 느긋한 성격도 어머니를 쏙 빼닮았다는 그는 어머니와 늘 함께 하고 있다.

종이의 변신은 무한대
신 작가는 한지를 주 재료로 작품을 만든다. ‘한 우물을 파는 성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대학교 때부터 종이에 관심이 많아 종이를 직접 만들기도 하고 종이죽도 만들고 염색도 해보면서 연구를 거듭했다. 종이 영역에는 제한이 없는 것 같다는 그는 회화 쪽으로 접목시켜 영역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종이의 특성을 잘 활용한 부조판화로 자화상을 만들고 있다. 현재 15점이 완성됐고 20개가 완성되면 내년이나 내후년 쯤 전시회도 계획 중이다.

“주제는 자화상이예요. 보통 자화상이면 나의 모습을 표현하는 게 일반적인데 저는 저에게 영향력을 준 주변 인물이나 사물들을 통해 ‘나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어요. 채색도 도전하고 싶어 공부 중입니다.”
그의 작품은 점토보다 부드러운 기름이 섞인 흙인 유토 작업으로 시작된다. 널따란 작업판에 유토로 얼굴 형상의 음각을 표현해 밑그림을 만들다. 그 위에 실리콘, 석고를 부어 틀을 떠낸 후 젖은 종이를 스폰지로 눌러 형상화 한다. 보통 작품 한 개당 한 달의 작업 기간을 거친다고 한다.
“성격이 조용하고 느긋해서인지 작품하나를 만드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예요. 그만큼 꼼꼼하게 작업하기도 하구요. 만드는 것을 좋아해 기본 부자재를 사서 쓰기보다는 만들어서 씁니다. 공구를 사용할 줄 알게 되면서 제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쓸 수 있게 돼 재료비도 많이 아끼게 됐죠.”

뭐든 뚝딱, 내 손으로 
그는 목공작업도 겸하고 있다. 처음 지곡리에 터를 잡고 6년 동안 직접 집을 수리하고 꾸몄다. 문과 손잡이, 싱크대, 가구 등 설계부터 제작, 설치까지 집안 곳곳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나무하나를 골라도 직접 인천까지 가서 나무재의 건조, 휨 상태를 확인하고 구입한다는 그의 꼼꼼함을 엿볼 수 있었다.
목공에 관심 있는 지인들도 자주 찾아와 배우기도 한다. 그는 직접 만들어주는 것보다 디자인과 설계,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있다. 
“목공이 전문은 아니지만 10년 정도 배웠어요. 지금은 지인들에게 공구 사용법이나 목공예품을 만드는 조언을 해주고 있죠. 디자인만 그려내면 만드는 건 어렵지 않아요. 관심이 있는 주민들에게 교육도 해주려고 해요”
작업실에는 그가 만든 싱크대, 평상, 문, 다도상 등 갖갖이 가구들과 소품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귀촌 후 6년 동안 계속 집을 고치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어요. 여유가 생기면 사람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일을 하면서 나 자신을 성장시키고 삶의 변화를 주며 살고 싶어요.”
뭐든지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신문식 작가, 작품이 늘어나 있을 작업실 다음 방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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