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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몰러 나간다!’ – 날쌘돌이, 물 찬 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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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몰러 나간다!’ – 날쌘돌이, 물 찬 제비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07.06 11:32
  • 호수 13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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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엄마 이번에는 제 차례예요! 엄마! 엄마!” 머리통보다 크게 입을 벌리며, 짹짹 소릴 지릅니다. 한 마리의 아기제비 입에 잠자리를 물려주고는 잽싸게 날아갑니다. 엄마 제비가 다녀가고 나니, 새끼제비들은 외부침입자를 방어라도 하는냥 하얀 야광을 두른 듯한 입을 다부지게 닫고 있습니다. 반짝이며 호기심 가득했던 눈도 실눈으로 변하여 근엄한 표정으로 엄마를 기다립니다. 귀엽기 짝이 없습니다. 잠시 후 먼발치의 먹이를 물어 오는 엄마제비를 보고 가는 목을 쭉쭉 빼니, 노란 꽃이 활짝활짝 피는 듯합니다. 

남극과 북극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서식하며 80여 종류가 되는 제비는, 중양절(9월9일)에 따뜻한 강남으로 가 겨울을 보내고 삼짇날(3월3일)에 돌아옵니다. 한 해 두 차례에 걸쳐 종족 번식을 하는 제비는, 숫자가 겹치는 날에 갔다가 돌아온다하여 감각과 신경이 예민하고 총명한 영물이라 합니다. 작물이나 수목의 해충을 잡아먹으니 사람에게도 유익하지요. 
옛 어르신들은 집안에 제비집을 지으면 좋은 일이 생길 조짐으로 여겼습니다. 처마 밑이나 마루 벽에 제비집이 있으면 여름내 제비똥을 밟고 맞고 묻히곤 하였지만, 시멘트 바닥에 떨어진 분비물은 마르면 물로도 잘 닦이지 않아 하얀 자국을 오래 남기기도 하였지만, 늘 제비를 기다리고 쫓아내지 않았습니다. 새끼를 많이 치면 풍년이 든다고도 믿었습니다. 
   
귀소성이 강한 제비는 자신이 살던 옛 둥지를 기억하고 찾아옵니다. 수컷이 암컷보다 먼저 와 둥지를 지을 재료는 많은지, 먹이는 풍부한지를 살펴보고 암컷을 부릅니다. 밥그릇 모양의 둥지는 지푸라기와 진흙에, 벽에 잘 붙도록 그들의 침을 섞어 만듭니다. 옛 둥지를 보수해 사용하기도 하지만, 빈집에는 제비도 집을 짓지 않는답니다.
  
암수가 함께 집을 짓고 새끼를 기르지만, 보름 정도의 알 품기는 주로 암컷이 합니다. 부화한 새끼제비를 키우기 위해 부모제비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모기 파리 나비 등 날것을 잡아 새끼들 먹이로 물어 나르느라 하루가 어찌 가는지도 모릅니다. 부모제비는 찢어질 듯 입을 벌린 새끼 중에서 부리의 색이 가장 붉은 새끼에게 먹이를 줍니다. 건강한 새끼부터 우선적으로 길러내기 때문입니다. 건강이나 체질이 약해질수록 부리는 노랗게 변한답니다.
 

 

그렇게 자란 새끼들은 3주 정도면 둥지를 떠납니다. 둥지를 떠났어도 덩치만 컸지 홀로 먹이 사냥은 무리라서, 아직은 부모제비가 먹이를 챙겨 줘야 합니다. 둥지 안팎에서 먹이를 달라 아우성입니다. 
번식이 끝나면 부모와 둥지를 떠난 어린 제비는 강남으로 갈 때까지 갈대밭이나 배밭에 서식지를 마련합니다. 해가 질 무렵 떼 지어 움직이며 전선에 앉아 지지배배 우는 소리는 매우 크며, 날아다니면서도 제비는 웁니다.

제비는 둥지 재료를 만들기 위해 내려앉는 것 외에는 땅에는 거의 내려오지 않습니다.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아먹으며, 땅 위의 먹이도 날면서 잡습니다. 둥지 안의 새끼에게 먹이를 줄 때도 정지비행하며 먹이를 줍니다. 비행 속도는 시속 50~250킬로미터로 새 중에서도 상당히 빨라 ‘날쌘돌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마치 서커스라도 하는 듯 공중에서 빠른 속도로 급히 방향을 바꾸거나 돌 수 있는 것은 V자 모양의 꼬리 깃털 때문입니다. 광택이 나는 흑청색 날개로 하늘 높이 날다가 땅표면에 곤두박질하듯 내려와 땅 위를 스치듯이 날고, 물 한 모금 마신 뒤 발로 힘껏 차며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멋진 모습도 보여줍니다.  

날개와 꼬리가 긴 미끈한 제비는 우리나라에서는 흔한 여름 철새였으나, 한동안은 보기 어렵다가 최근에는 여기저기서 자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장평면 미당에는 제비집이 많습니다. 한 처마 밑에 둥지가 3개 이상 있는 집이 대부분입니다. 골목 상점 처마 밑의 백열전구에도 둥지가 있습니다. 제비가 편하게 집을 지을 수 있도록 전선 위에 나무젓가락을 놓아 주신 사장님의 배려가 돋보입니다. 제비가 많이 사는 곳은, 그만큼 주변 습지 생태가 건강해 사람에게도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겠지요.         
청양시외버스터미널 뒤편의 카페 처마에 제비집이 있습니다. 새끼가 두 마리입니다. 카페 사장님은 제비가 집을 짓고부터 손님들이 많이 오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제비는 길조가 맞았습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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