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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육식물 아닌 다육이 – 돌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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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육식물 아닌 다육이 – 돌나물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06.08 11:03
  • 호수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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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여름 같지만, 봄과 여름 사이입니다. 한낮은 30도에 가깝지만, 저녁은 기분 좋게 선선합니다. 찬란했을 봄을 코로나19에 빼앗겼습니다. 길기만 할 줄 알았던 봄, 잃어버린 봄날도 가기는 갔습니다. 그러는 사이에도 시간은 갔고, 계절은 바뀌었습니다. 자연도 따라 변해서 연두가 초록으로 짙어갑니다. 밤이면 개구리 우는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논 가득히 연둣빛 모가 심어졌습니다. 아파트 울타리마다 붉은 장미와 흰 찔레꽃이 활짝 폈습니다. 달짝지근한 찔레향과 장미향을 맡으려 꽃송이 가까이 코를 댑니다. 

자줏빛 목단이 활짝 핀 마당과 돌담에 연둣빛 도톰한 잎의 돌나물도 꽃을 피웁니다. 타원형인 세 장의 잎이 돌려나며 줄기를 밀어 올리면, 또 세 장의 잎이 줄기를 밀어 올립니다. 줄기 끝에 꽃이 피고 꽃송이가 맺혔습니다. 
꽃자루 밑으로 각각 새로운 한 쌍씩의 작은 꽃자루가 나오며 그 끝에 꽃이 한 송이씩 핍니다. 줄기가 벋듯 꽃도 그렇게 핍니다. 푸른 꽃받침 사이사이로 다섯 장의 노란 꽃잎을 쫙쫙 펼쳤습니다. 채 1센티미터도 안되는 꽃들은 한결같이 반듯합니다. 한 송이도 일그러짐 없어 만들어진 꽃을 보는 듯합니다. 마치 전통문양을 지키기라도 하는 듯이요. 수술 끝에 있는 갈색 꽃밥은 꽃잎에 점을 찍은 듯합니다. 눈이 아니라 꽃이 깜빡이는 것 같습니다. 넓적한 돌에 노란 별이 촘촘히 박힌 듯 예쁩니다. 

돌나물은 돗나물 또는 돈나물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싹싹한 여러해살이 초본식물 돌나물과에 속합니다. 수근초, 석상채, 불갑초라고도 부릅니다. 전국의 어느 곳에서나 잘 자랍니다. 돌 사이에서 잘 자라며 번진다 하여 돌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돌 사이뿐만 아니라, 산이나 들 심지어는 시멘트 바닥에서도 자라며 잘 벋습니다. 잎의 마디마디에서 뿌리가 내리며 번식력이 강합니다. 특히 산기슭의 약간 습한 곳을 가장 좋아합니다. 돌나물은 몸속에 물기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가뭄을 잘 견디며 뜨거운 햇빛에도 잘 견딥니다. 어린잎이 도톰한 이유입니다. 

봄에서 여름, 꽃이 피기 전의 어린잎과 줄기를 나물로 먹습니다. 요즘에는 그럴 일이 없겠지만, 예전에는 돌나물을 민간요법으로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잎의 즙을 짜서 곪은 상처에 붙이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초등학교 시절 옆 짝꿍이 볼거리(열풍으로 인해 볼 밑에 생기는 종기)가 생겨 돌나물즙을 붙이고 다닌 기억이 납니다. 풀을 베고 나면 금방 나는 풀 냄새, 비릿한 풋내가 나기도 했습니다.  

돌나물은 오래전부터 새 움을 따서 김치를 만든 산나물입니다. 열을 내리고 독을 풀어 주며, 새콤한 신맛으로 식욕을 촉진하는 건강식품이었던 것입니다. 
어디 김치뿐인가요? 어린 순에 초장을 뿌려 무쳐 먹거나, 겉절이 나물로도 이용합니다. 잎에 많은 물기를 지니고 있는 특징으로, 아삭거리며 씹히는 느낌은 기분을 좋게 합니다. 풋내하고는 다른 풋풋한 향내의 상큼함은 입안에 오래 남습니다. 좋은 식감과 풍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김치나 샐러드용으로 식탁을 산뜻하게 합니다.   

돌나물에는 일반적으로 식욕을 돋우고 피를 맑게 하는 효능이 있어 몸 안의 피 순환을 좋게 합니다. 차고 서늘한 성질로 해독의 효능이 있으며 편도선과 황달에도 좋습니다. 섬유질은 적지만, 칼슘과 비타민C, 인산이 풍부합니다. 돌나물은 최근에는 항암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간암의 치료제로 이용되고 있답니다. 또한 갱년기 여성에게도 좋은 효과를 보여준답니다. 
 
돌나물은 별처럼 생긴 예쁜 꽃은 피지만, 종자를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대신 잘 번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줄기를 나누거나 꺾꽂이로 번식을 합니다. 얼마나 번식력이 강한지, 뿌리를 내린 2년 차부터는 온 땅에 돌나물이 번지면서 잡초의 발생이 억제됩니다. 병충해 역시 심하지 않은 편이며, 여름철 잠깐 달팽이의 피해가 있을 수 있답니다. 

울타리 철망 사이로 내민 장미나, 울타리를 넘어온 찔레꽃에서 꽃향을 맡기 힘듭니다. 대신, 아직은 보기만 해도 싱그러운 돌나물의 풋풋하고 도톰한 연두의 향기를 입안 가득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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