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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을 드립니다! – 옻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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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을 드립니다! – 옻나무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05.18 15:19
  • 호수 13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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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소박한 사물과 사람들

“얘기만 들어도 가려운 것 같애. 신혼 때 남편이 먹구 들어와 얼마나 고생 많이 했는지 몰라. 지금도 근처에는 안 가.”
붉은빛을 띤 녹색, 감색을 띤 진초록, 한 뼘도 안 되는 어린 순, 기름과 깨소금을 넣어 만든 고추장을 살짝 찍어 날것으로 먹거나, 삶아 무쳐 먹거나, 샤브샤브를 해 양념 소스에 찍어 먹는 옻나무, 옻나무새순입니다.
 
고소하고 달콤한 옻순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봄이면, 4월 말에서 5월 초면, 연례행사로 옻순을 먹습니다. 높은 산기슭이나 강기슭, 밭둑에서 잘 자라는 옻나무에서 막 피어나 세상 물정도 모르는 어린순을 똑똑 잘라 먹는 것이지요. 그 어린순이나 순이 잘려나간 옻나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기 전에, 맛있다, 봄나물 중 제일 맛있다는 칭찬만 들려줄 뿐입니다.

옻나무의 원산지는 중국이지만, 세계적으로 옻을 음식으로 활용하는 지역은 우리나라뿐이랍니다. 옻순을 언제부터 사람들은 즐겨 먹었을까 궁금합니다. 
한동안 귀했던 옻나무가 어느 사이 흔해졌습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귀한 옻나무를 신대리 골짜기에 사는 이모네로부터 얻어왔습니다. 이모가 무릎 위에 올려놓고 실을 만들던 모시 밧줄에 묶여 온 옻나무다발을 신줏단지 모시듯 귀하게 다뤘습니다. 함부로 만졌다가는 옻이 오를까 걱정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옻나무 달인 물을 넣고 엿을 고거나, 장을 담글 때 작은 윷가락 크기의 옻가락을 커다란 항아리에 숯과 잘 마른 고추와 함께 넣었습니다. 어머니는 옻나무의 단맛이 장을 달고 맛있게 한다고는 믿었지만, 새순을 먹는다는 것은 몰랐던 것 같습니다. 

옻나무는 발아시키기가 어렵습니다. 잘 익은 열매에 붙은 납을 제거하여, 절구에 넣고 가볍게 찧은 다음, 다시 정미기에서 씨껍질을 얇게 갈아 노천매장하였다가 이듬해 파종합니다. 씨앗의 수명은 5년까지 가지만, 싹이 잘 나와 자란 어린나무는 밝은 회색빛을 내며 줄기를 키웁니다. 그러다가 잔털이 있는 햇가지를 뻗습니다.
녹색빛 도는 갈색의 새순과 꽃봉오리가 동시에 나옵니다. 5월이면 연한 녹황색 꽃이 핍니다. 꽃은 보일 듯 말 듯한 녹색의 꽃받침 위로 암꽃과 수꽃이 한 나무에 피거나, 한꽃에 수술과 암술이 함께 있는 자웅잡가로 핍니다. 성글게 꽃이 달리며, 10월이면 작은 공 모양의 열매가 여묾니다.
  

옻나무에는 유독물질이며 옻산인 ‘우루시올’이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 가려움증이나 피부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입니다. 곰의 쓸개 성분인 ‘타우로우루소데 옥시콜산’과 99%일치하는 요인입니다. 이 성분이 한국의 옻나무 수액에 60%가 함유돼 있답니다. 락크효소의 작용으로 공기 중의 산소를 흡수하여 검은 나뭇진 모양이 됩니다. 몸의 체온을 올려 면역성을 높이는 성분이면서, 칠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성분입니다. 옻순을 먹고 나면 입술 주변과 손바닥이 거뭇거뭇해지는 원인이기도 합니다. 
 
천연칠감 옻칠은 4년생 이상의 옻나무에서 줄기에 가로로 상처를 내 수액을 채취하여 사용합니다. 8~9월에 채취하는 수액이 칠감의 재료로 아주 훌륭합니다. 옻칠을 사용한 지는 아주 오래되었답니다. 한반도에서 발견된 칠의 흔적으로 보아 청동기시대 말기인 기원전 3세기경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흑칠이라 불리기도 하는 옻칠은 외부습기를 흡수하거나 방출하여 항상 일정한 수분을 유지합니다. 
옻칠은 주로 목재에 발라 목재를 보호하고 광택을 내는 데 쓰이지만, 나무로 만든 생활 용구나 금속류 등에도 옻칠을 합니다. 건조하면 표면에 견고한 막이 생겨 다른 것과 섞이지 않고 방부가 잘되며, 오랫동안 보존하거나 사용하여도 변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자연상태에서 존재하는 여러 칠감 중 가장 안정된 특성이 있어, 뛰어난 천연칠감으로 인정받고 넓게 사용합니다. 옻칠은 깊이와 무게가 있어 예술적 작품에서도 좋은 효과를 보인답니다.

참옻나무인 옻나무와 비슷한 개옻나무도 있습니다. 옻나무는 맛이 달고 열매에 털이 없으며, 잎이 13장 이하로 열립니다. 껍질이 두껍고 길며 점박이가 있습니다. 개옻나무는 맛이 텁텁하고 신맛이 나며, 껍질은 얇고 실타래처럼 감겨있습니다. 새순과 잎줄기가 매우 붉습니다. 열매에 잔털이 많고 수북하게 열립니다. 잎 역시 15장 이상 많이 달립니다. 주로 산에서 자라는 개옻나무는 단지 옻나무보다 맛이 없어서 개옻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잎과 꽃송이는 옻나무보다 월등히 소담스럽습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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