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3:35 (목)
우리의 이웃…화성면 농암리 권효순·최정자 부부
상태바
우리의 이웃…화성면 농암리 권효순·최정자 부부
  • 이순금 기자
  • 승인 2020.05.11 10:37
  • 호수 1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행복하게 살고 싶은 평범한 촌부입니다

오늘은 동갑내기인 권효순·최정자(61·화성면 농암리) 씨 부부를 만나본다. 이들은 5년 전 청양으로 이사 와 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경치 좋은 곳에서 제2의 인생을 꾸려가고 있다. 

청양과 인연 맺어준 것은 낚시
권효순 씨는 인천이 고향으로 도시에서 삼성건설 협력업체를 오랫동안 운영했다. 그러던 중 관련 일이 어려워지면서 회사를 접고 잠시 쉬다 청양으로 이사왔다. 전업주부로 생활하다 남편의 사업이 힘들어지자 두 팔을 걷어붙이고 식당 운영 등으로 힘을 실어줬던 부인 최정자 씨와 함께였다. 2015년 7월이었고, 청양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었다. 
“제가 낚시를 좋아해서 전국을 다녔고, 청양도 그 중 한 곳이었죠. 35년 전 낚시를 왔었는데 그때 좋은 인상을 받았고, 10여 년 전 시골로 가자 마음먹으면서 그럼 청양으로 가자했죠.”

권효순 씨가 구기자 시설 하우스를 소개하며 활짝 웃고 있다.

시골로 가자고 마음을 굳힌 부부는 3년 정도 청양으로 오가면서 살 곳을 찾아다녔다. 그런 과정에서 뼈아픈 경험도 했다. 마음에 든다싶으면 갑자기 가격을 올리고, 결정을 앞둔 곳을 부동산 소개업자가 선수 쳐 구입하기도 했다. 그러다 현재 살고 있는 곳을 소개받고, 정착한 것이다.
사실 권씨는 먼저 내려와 집도 짓고 준비를 하려고 했다. 그런 중에 남매가 연이어 결혼을 했고, 자녀를 돌봐줘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지자 부부가 함께 내려오게 됐다. 강원도 출신인 부인 최씨는 남편보다 시골을 더 좋아했고, 도시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단다.  

“아내와 함께 오면서 집, 창고 등이 지어진 곳을 구입하게 됐어요. 와서 하우스 330제곱미터짜리 4동만 지었고, 그곳에 구기자 농사부터 시작했죠. 전체는 약 4300여 제곱미터정도 되고, 텃밭도 있어서 고추 등 갖가지 농사도 짓고 있어요.”

유유자적하고 싶었는데 더 바쁘다
도시에서의 바쁜 생활에 지친 부부. 청양에 내려오면서는 좀 쉬면서 편하게 생활하고 싶었단다. 하지만 부부 의지와 상관없이 하루하루 너무 바쁜 일상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농사를 지으려면 기술센터 등을 다니며 교육도 받아야하고 그러면서 사람들을 알게 되니 일거리가 많이 생기더군요. 움직이는 만큼 가계에 보탬이 되는 것은 아니었고 오히려 예금을 까먹으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내 생활이 너무 없는 것이 가장 힘든 것 같아요.”

권씨는 4년째 화성면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화성면 농암리 운영위원이면서 1반 반장도 맡고 있다. 청양군미생물연구회장과 청양군친환경구기자영농법인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귀농귀촌화성면지회장을 맡아 예비 귀농귀촌인들에게 마을 소개와 정착을 돕고 있고, 햇살영농조합법인 이사도 맡아 친환경학교급식에도 참여하고 있다. 농사도 지어야 한다. 그의 말처럼 하루하루 동분서주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특히 햇살영농조합법인은 올해 출범했어요. 학교급식센터에 친환경채소 납품과 또 센터에서 다른 급식재료 등과 취합해 각 학교별로 배분 할 때 저희가 4개 학교 것을 받아서 학교로 배달해주고 있습니다. 저도 참여하고 있고요.” 

반대로 부인 최씨는 3년 여 동안 청양군보건의료원 내 직원 식당을 운영하다 지난 3월부터는 남편과 함께 청양성당 성가대원과 레지오(평신도 모임) 활동만 하고 있다.   
“10년 전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아직도 후유증으로 쭈그려 앉는 것은 못하고요. 그래도 농사 짓는 것이 재밌어요. 조금만 더 건강하면 열심히 일 할 텐데 아쉽죠.” 최씨의 말이다.  

친환경 약제 개발 보급 노력 
권씨가 회장을 맡고 있는 청양군미생물연구회에서는 지난해 충남도 공모사업에 응모·선정을 받아 친환경약제 개발에도 적극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충국 방아풀 등을 이용한 친환경약제를 개발해 보급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청양읍 벽천리에 시범포를 만들고 있다.  
“친환경 농가의 가장 큰 어려움은 약재 값 부담이 큰 것이에요. 그러니 당연히 생산비가 높죠. 그래서 친환경약제 재료를 만들어 보자 했고, 공모사업에 응모했습니다. 직접 만들어 보급하면 농가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보급할 수 있고 생산비가 조금은 줄 것 같아요.” 

한 여름처럼 무더웠던 날. 코끝을 스치는 바람이 좋았던 마을정자 은골정에서 부부가 함께했다.

이들은 청양으로 오면서 농사짓고 소일거리를 하면 한 달에 200만 원은 벌 수 있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어림없는 생각이었다. 친환경을 고집하다보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제가 경험을 해보니까 다른 귀농인들도 정말 자리 잡기 어려웠겠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그런 농민들을 돕기 위해 친환경 관련 영농법인을 만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권씨는 청양성당에서 귀농인을 대상으로 만든 모임을 모태로 친환경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모여 결성한 청양 흙사랑협동조합 대표도 맡고 있다. 5년째 운영 중이다.
“친환경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아요. 그렇다보니 함께 모여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청양하면 청정, 저도 깨끗한 이미지에 반해 왔으니까 앞으로 관련 일들을 계속하고 싶어요.” 

봉사하면서 즐겁게 생활하고 싶다 
낚시광인 권씨는 청양으로 오면서 집 뒤편에 작은 연못을 만들고 이런저런 물고기를 넣어 놨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이곳에서라도 낚시를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할 시간이 없다.  
“앞으로는 외부활동을 좀 줄이고 함께 낚시하면서 여유롭게 지내고 싶네요. 또 이곳은 저희가 마지막까지 살 곳이니까 지금처럼 주민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부부는 이사를 결정하고 아랫집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러 갔던 때가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저희 이사와요”라는 말을 들은 할머니가 반가움에 펑펑 눈물을 흘렸기 때문. 
“사람이 그리우셨던 거죠. 올해 97세 되셨는데, 요즘은 아내와 애인사이처럼 잘 지내십니다. 천주교에서도 푸드뱅크를 운영해요. 제가 할머니를 포함 8가구에게 전달해 드리고 있어요. 앞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면서 청양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그는 마을 주민들이 각각 계절별로 농사짓는 모습을 촬영해 연말 쯤 모두 모여 발표하는 자리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소통의 일환이다. 
“평범한 촌부”라며 첫 인사를 건넨 권씨는 “다섯 명의 손자를 위해 과일나무를 많이 심었다. 오다가다 들리라”며 끝인사를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