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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백두옹 그리고 살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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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백두옹 그리고 살충제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04.27 16:34
  • 호수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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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제 제통의원 원장/ 인터넷 식물도감 ‘풀베개’ 운영자

봄이면 무덤가에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피어있는 할미꽃은 손녀들을 힘들게 키워 시집보낸 할머니의 가슴 아픈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큰손녀는 많은 지참금과 함께 부잣집에 시집을 보내고 작은 손녀는 돈이 없어서 가난한 집에 시집을 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이 먹고 허리가 굽어 생활이 어려웠던 할머니는 큰손녀의 부잣집에서 구박을 받다가 작은 손녀집을 찾아가는 산마루에서 숨을 거뒀다고 한다.

작은 손녀는 양지바른 곳에 할머니를 묻어주었고 그다음해 무덤에서 할머니처럼 허리가 굽은 할미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할미꽃의 학명은 풀사틸라 코리아나(Pulsatilla koreana)로 학명뒤에 코리아(koreana)가 붙어있어서 쉽게 알 수 있는 한반도 특산식물이다. 다시 말해서 한국 땅에서만 저절로 자생하는 식물이다.
이른 봄 아름다운 꽃이 지고 꽃잎이 떨어지고 나면 암술대가 길게 늘어져서 흰머리를 풀어헤친 모습으로 변한다해서 한방에서는 머리가 하얀 노인네에 비유해서 백두옹(白頭翁)이라고 부른다.

이 백두옹은 항균, 항염 작용이 뛰어나서 냉대하 등은 물론 관절염, 신경통 등에 이용되었다.
민간에서는 꽃 자체를 식용으로 이용하기도 했고 이가 아플때 뿌리를 찌어서 물고 있으면 통증이 없어진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전국적으로 할미꽃이 가장 많이 이용되는 곳은 재래식 화장실이었다.  할미꽃을 삶어서 뿌리거나 뿌리를 찧어서 화장실에 넣으면 구더기가 없어진다고 한다. 이런 살충효과는 여러 최신의 논문을 통해서 이미 확인되었다.

3년생 이상의 할미꽃 뿌리를 주정에 3개월 이상 담가 성분을 추출하거나 약탕기에 한약 달이듯 10시간 이상 삶아서 성분을 추출해서 뿌리면 진딧물, 나방애벌레, 노린재 등에 효과가 좋다.
유기농이 기본적인 개념은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법이라는 것은 다들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유기농이라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천연물질, 특히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살충제가 화학농약으로 대체되고 있다.
결국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천연살충제의 원료이기도하다. 그러다보니 할미꽃 뿌리인 백두옹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폭등하고 중국산 할미꽃 뿌리까지 품귀 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산소 주변의 할미꽃뿌리를 채취하는 것도 쉽지 않다보니 이제는 할미꽃을 밭에 심어서 인삼 재배하듯 키워야하는 세상이 돌아왔다.

손녀들을 힘들게 키워 시집보낸 할머니의 가슴 아픈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할미꽃’
손녀들을 힘들게 키워 시집보낸 할머니의 가슴 아픈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 ‘할미꽃’

할미꽃 모종이 인터넷에서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결국 할미꽃도 재배하는 작물의 하나가 된 것이다.
할미꽃은 5월쯤에 종자를 채취하면 바로 파종해야한다. 다른 종자처럼 이듬해 봄까지 놔두면 발아율이 떨어지고 생육도 1년이 늦어진다. 
파종한 지 한달이내에 발아가 되고 발아율도 좋은 편이다.
10월쯤에 밭이 정식하고 기본적인 관리를 해주면 이듬해 봄이면 꽃을 볼 수 있다.
할미꽃은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한 해마다 싹이 올라오고 꽃이 피는 다년초이다. 해마다 포기가 늘어나면 봄에 올라오는 꽃대도 많아져서 해가 갈수록 풍성한 꽃을 보여준다.
지인의 마당가에서 10년 이상 가꾸어서 한 포기에서 100여 개의 꽃이 피는 장관을 본적이 있다.
자투리땅에 할미꽃을 심어서 꽃도 감상하고 캐서 유기농 살충제로도 이용하는 방법을 검토해보는 것은 어떨까?

*‘풀베개’ 는 청양읍내에 위치한 서울제통의원 김순제 원장이 운영하는 인터넷 식물도감 사이트(www.wildgreen.co.kr)로, 이곳에는 4970여종 4만8000여 장에 달하는 한반도 자생식물과 외래 특산식물의 사진 및 설명 자료가 정리돼 있다. 
이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식물관련 정보 및 자연의 소중한 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식물정보제공’의 장이 되고 있으며, 특히 잘 알지 못하는 식물의 경우 질의응답을 통해 각각의 국명과 학명을 확인할 수도 있다.  김순제 원장의 글은 5회에 걸쳐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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