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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생각하고 느낌! – 남아메리카 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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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생각하고 느낌! – 남아메리카 ⑨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04.27 16:21
  • 호수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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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션」의 폭포 - 이구아수
헬기에서 내려본 이구아수강과 폭포
헬기에서 내려본 이구아수강과 폭포

‘나이아가라는 이구아수의 오줌발 정도밖에 안 된다고?’ 어느 책에선가 읽지 않았다면, 어디선가 들었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큰 폭포 이구아수는, 빼곡한 나무 너머로부터 들리는 물소리에 먼저 압도당합니다. ‘우르릉 쾅쾅’ 사람들의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물소리 따라 나무 사이를 보면 흰 물줄기가 나타납니다. 길게 이어진 절벽에 형성된 폭포는 하얀 털 뭉치를 뭉게뭉게 게워내는 것 같습니다. 
  
우비를 입고 구불구불하게 설치한 간이다리를 걷습니다. 폭포를 향해, 폭포에 더 가깝게 설치된 전망대는 폭포의 경이로움을 흠뻑 느끼게 합니다. 폭포에서 나는 우렁찬 소리와 튕겨 오는 물 부스러기들이 몽환적 분위기를 만듭니다. 좀 더, 조금 더 가까이 폭포로 향하자 급기야 물방울들은 무지개를 만듭니다. 우리는 모두 무지개 속에서 걷고 바라보고 사진 찍고 찍힙니다. 뭉게뭉게 흘러나오는 하얀 물거품과 이미 한 몸이 되었습니다. 

‘이구아수’는 그곳 과라니 원주민 언어로 ‘큰 물’ 또는 ‘거대한 물’이란 뜻입니다. 말로만 들을 때 보다 실제 폭포 앞에 서니 더 대단합니다. 폭포의 면적은 청양군의 약 4.7배, 높이는 평균 60미터 정도지만 90미터에 달하는 곳도 있습니다. 물소리가 큰 건 당연하였습니다. 270여 개의 크고 작은 폭포가 있으며, 모양도 2단 폭포, 3단 폭포, 커튼 폭포, 곱슬머리 같은 폭포 등 다양합니다. 폭이 4킬로미터가 넘는 폭포도 있다니, 규모 또한 놀랍습니다.  
이구아수 폭포 대부분이 본래는 파라과이의 땅이었지만, 전쟁으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폭포의 2/3가 아르헨티나 소유이고 1/3이 브라질의 소유지만, 폭포의 모습은 브라질 쪽이 훨씬 장관입니다.

모든 물의 종착지 – 장엄한 폭포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이구아수의 각각 다른 변화무쌍한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온몸으로 폭포를 느끼기 위해, 지붕이 없는 버스를 타고 국립공원을 구경하며 갑니다. 짙은 숲을 지나자, 나무 사이로 붉은색의 보트 몇 개가 떠 있는 강이 보입니다. 

노랑나비가 많은 나무계단을 내려가니, 중간쯤에서 주황색 구명조끼와 비닐 가방을 나눠줍니다. 보트에 올라 비닐 가방에 겉옷과 운동화를 넣었습니다. 잔잔한 강물 위를 보트는 무서운 속도로 달립니다. 강바람이 엄청 빠릅니다. 그러다 갑작스레 주춤주춤 멈춰 섭니다. 크고 작은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폭포가 턱 하니 가로막았습니다. 이쪽저쪽의 폭포 밑에는 먼저 출발한 보트들이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며 폭포 밑에서 맴돕니다. 

보트가 서서히 폭포 옆으로 다가갑니다. 수십 미터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에 배가 뒤집힐 것 같습니다. 굵은 물줄기가 거칠게 보트를 끌어당깁니다. 드디어 보트가 폭포 속으로 끌려 들어갑니다. 으~악! 물방울들이 온몸에 내리꽂습니다. 압사라도 시킬 듯이 온몸을 때립니다. 환호와 비명과 물소리가 엉깁니다. 보트가 폭포를 빠져나오자 ‘한 번 더’를 외칩니다. 다시 보트는 폭포 밑으로 끌려갔다 나옵니다. 이구아수의 기운을 흠뻑 받은, 물에 젖은 생쥐 꼴이지만 완전한 대박! 입니다.     

코아티
코아티

물소리에 취해서, 물거품에 반해서, 이구아수 국립공원의 희귀동식물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큰 나뭇가지에 걸쳐 앉아 소리 지르는 ‘큰 부리 앵무새’의 빨간 부리를 봐도, 남미에서만 사는 몸이 작은 ‘카이만악어’가 숲 바닥을 기어 다녀도 그냥 그러니라 합니다. 색 고운 나비가 손등에 앉습니다. 손을 흔들어도 날아가지 않습니다. 미네랄이나 전분을 사람의 몸에서 섭취하기 때문입니다. 공원 곳곳에서, 철길에서, 기념품 상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너구리 일종의 ‘코아티’는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친근하게 굽니다. 도토리를 주로 먹는데, 개체 수가 늘다 보니 먹을 것을 찾느라 쓰레기통에 머리를 박고 있습니다. 전망대에 있는 식당 종업원이 하는 일은 ‘코아티’를 쫓아내는 일이랍니다. 

당신의 목소리로 묘사하려 애쓰지 마시오!
공원 안의 협궤열차를 타고 내려, 강 위에 놓인 구불구불한 산책로를 걷습니다. 맑은 강물에 파란 하늘과 구름이 떠 있습니다. 폭포로부터 거슬러온 것인가, 물고기들도 많이 보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습니다. 물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옵니다. 

말발굽 모양으로 오목합니다. ‘악마의 목구멍’입니다. 연둣빛과 회색빛과 흰빛과 파란빛이 어우러진 물탱크, 으르렁대는 물소리와 그 모습에 멈칫합니다.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물안개에 몸이 축축합니다. 
마냥 바라봅니다. 찬란한 악마가 부릅니다. 그냥 가볍게,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이 풍성한 거품 속으로 뛰어들라고, 달콤한 유혹을 합니다.      
  
3000 피트 상공에서의 비행입니다. 헬기에 오르고 내리기까지 7분이 걸립니다. 이구아수강은 브라질 동쪽 ‘쿠리티바’시 근처의 산에서부터 서쪽으로 흘러 내려옵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접경지에서 휘어져 흐르며 절벽으로 떨어집니다. 정지된 듯 고요했던 강물이 절벽에 닿기 무섭게 산산이 부서집니다. 전혀 예기치 못하고 있다 만나게 된 황망함에 강물은 방울방울 허공으로 튀어 오릅니다. 사방에 흩날립니다. 
쉼도 없이 물거품을 일으키는 폭포는 대지의 모든 물을 끌어들이는 형태입니다. 과연 악마의 목구멍답데, 매끈하게 입속으로 빨아들입니다. 헬기도 딸려들 듯합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원시림 사이로, 대서사시 같던 폭포들이 보입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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