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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 젊은농군-칠갑산목장 명경훈 · 신수향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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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 젊은농군-칠갑산목장 명경훈 · 신수향 부부
  • 김홍영 기자
  • 승인 2020.04.27 16:03
  • 호수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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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은 나의 길, 안정적 농장 기반 마련

서천공주고속도로가 지나가는 너른 들판의 청양의 남쪽 끝 장평면 분향리에 명경훈(42)·신수향(37) 부부가 소를 키우는 칠갑산목장이 자리하고 있다. 경훈 씨는 2012년 한우 20마리로 시작해 지금은 300여 마리를 사육한다. 젊은 축산인 경훈 씨를 만나 현재 규모를 갖추기까지의 성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소를 키우는 명경훈·신수향 부부

농한기 없는 축산업 선택
명경훈 씨는 대학에서 축산을 전공했다. 축산과를 선택한 것은 미래 축산인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일찌감치 부터 있어서다. 2대 후계농도 아닌 경훈 씨가 축산에 뜻을 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아버지는 하우스 농사를 하셨어요. 일 년 농사가 끝나고 겨우내내 고정 수입 없이 그냥 보내는 것이 싫었어요. 농사를 지으면서도 고정 수입이 있는 분야를 생각해봤지요.”
농한기가 없는 분야가 바로 축산업. 일반 농사를 짓는 것에 비해 농번기나 농한기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관리하기에 따라서 자신이 원하는 일정에 맞게 규칙적인 생활도 가능하다고 여겼다. 소득적인 측면에서도 직장 생활하는 것보다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학교를 졸업한 경훈 씨가 축산인으로 첫발을 내디딘 곳은 외당숙의 돼지 농가. 청양과 이웃한 곳에서 10여 년 가까이 경험을 쌓아갔다. 타 지역이다 보니 내심 고향에서 자신만의 농장을 운영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고향인 분향리에 축사를 지을 계획을 세우면서 방향을 바꾸어 한우를 키우기로 결정했다. 
“축산은 초기 자본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2세 축산인과 달리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축사 신축과 소 입식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섣불리 시작할 수가 없는 분야에요. 저도 마찬가지로 초기 비용 마련이 힘들었어요.”

자가배합사료로 소를 키우는 경훈 씨 부부가 먹이를 주고 있다.
자가배합사료로 소를 키우는 경훈 씨 부부가 먹이를 주고 있다.

 

경훈 씨는 우선 돼지를 키우면서 벌어놓은 돈으로 소 20마리를 사고, 농장을 임대해서 키우기 시작했다. 소가 없으면 대출을 받을 수 없으니 먼저 소를 키우기 시작한 것. 이후 소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으며 축사를 짓고 100두로 늘렸다. 자기 자본도 아니고 사육두수를 늘려나가는 일이 무모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걱정보다는 잘 키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경훈 씨네 농장은 현재 300두 규모. 그 중 송아지가 100여 마리 정도 되고, 번식우는 보통 120~150마리를 유지하고 있다. 비육우 숫소는 1년에 50여 두, 암소의 경우 3배 생산 후 출하하는데 약 30여 마리 정도다. 

안정적인 축산 농가 기반 마련 
경훈 씨는 그동안 외부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도 안정적인 축산 농가로 키워가기 위해 나름의 방식으로 소를 키우고 있다. 생산비를 절감하고, 소값의 영향을 주는 부분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소를 키우면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이 사료값이지요. 수입 의존도가 높아서 축산 농가의 부담이 커요. 사료값을 절감하는 일이 저에게도 숙제였습니다.”
이러한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완전혼합발효사료(TMF, Total Mixed Fermentation)를 먹인다. 자체 배합기 시설을 갖추고 조사료, 원료 사료, 미생물을 투여해 일정기간 발효 숙성 시킨 사료다. 자체 배합사료는 완성된 배합사료 구입 대비 20~30% 정도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

또 맞춤형으로 사료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이점. 번식우는 건강한 소 생산을 위해 영양이 골고루 들어간 사료를, 비육우는 근육 형성을 위해 단백질을 더 첨가하는 방식이다. 발효 배합 사료는 일정기간 발효 숙성돼 소에게도 좋다. 소화 흡수도 잘되니 면역이 강화되고 소도 건강해진다. 경훈 씨는 분뇨 냄새도 감소돼 우사 환경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경훈 씨네 농장은 조사료도 자가 생산하고 있다. 규모는 3ha로 자체 소비는 물론 일부 축산 농가에 공급까지 하고 있다. 
배합기 시설 등에 과감히 투자해 경훈 씨는 축산 농가가 안고 있는 사료값 문제를 해결해면서 건강한 소를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칠갑산목장은 일관사육(자가수정을 통한 번식에서 출하까지의 전 과정) 방식으로 소를 키운다. 이 또한 외부 영향 없이 소를 키우기 위한 경훈 씨의 노력에서 비롯됐다.  
“일관사육을 하면 송아지가 태어나도 우시장에 내놓지 않고 비육우로 키워 출하해요. 송아지를 입식하지 않아도 되니 송아지 시세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요. 코로나 19로 우시장이 폐쇄됐지만 저희 농장 같은 경우는 영향을 받지 않았지요.” 

자가수정을 통해 태어난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는 모습.
자가수정을 통해 태어난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는 모습.

일관사육은 소 1마리당 생산 비용이 절감된다. 외부에서의 입식이 없으니 질병에도 안정적인 점도 있다.  
경훈 씨의 신념과 노력으로 소값의 변동에도 영향 받지 않는 안정적인 체제를 갖춘 농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배합사료를 직접 생산하고 일관사육을 하면 농장에서 해야할 일이 늘어나기 마련, 몸은 고되지만 좋은 점이 더 많다고 말한다. 

소 300두를 키우니 소득을 궁금해 하는 이들이 있다. 그는 사육두수를 늘리는 일이 목표였다면 그것은 어쩌면 쉬운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보다는 축산농가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물론 앞으로의 계획서에는 사육 두수를 늘리는 것도 포함돼 있다. 더불어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으로서의 농장을 운영하는 것이다. 퇴비 발효를 공급하는 등 주변 농가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지속 가능한 축산 기반 구축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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