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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생각하고 느낌! – 남아메리카 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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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생각하고 느낌! – 남아메리카 ⑧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04.20 11:00
  • 호수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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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 부에노스아이레스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 아르헨티나. 나는 그대를 떠나지 않아요~’-뮤지컬「에비타」 삽입곡 부분.

원색으로 칠해진 건물들로 꽉 찬 마을 입구는 눈이 환하고 상큼합니다. 
가르델·마돈나·마라도나 인형이 노란색으로 칠한 예쁜 건물 2층 난간에서 손을 흔듭니다. 이민자들로 북적거렸던 곳, 라보카 항구의 ‘카미니토’거리입니다. 낮 동안 열심히 일한 이민노동자들은 저녁이면 축구를 하고 술을 마시고 손풍금 반주에 맞춰 노래를 하고 춤을 추었습니다. 낯선 땅에서의 애환과 향수를 달래기 위해서였습니다. 항구에 있는 조선소에서 배에 칠하다 남은 빨강·노랑·파랑 페인트로 집과 건물을 칠했습니다. 
지금은 조선소와 항구 대신 탱고의 발생지로, 축구클럽 ‘보카 주니어스’의 연고지로, 이민자 대신 여행객들로 북적거립니다. 

에바페론
에바페론

국민의 성녀 – 에바 페론
대통령궁 ‘카사 로사다’ 의 테라스, 5개의 갈색 아치형 창을 통해 파격적인 복지정책을 연설했을 퍼스트레이디 ‘에바 페론’을 상상합니다. 대통령궁 앞 ‘5월의 광장’은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공원입니다. 광장 중앙의 국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팜파스 농촌에서 빈민층의 사생아로 태어나 온갖 역경을 다 겪은 후 국민의 사랑을 받은 여인 ‘에바 페론’은, 아르헨티나의 국민적 영웅과 몰락의 시초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장 비싼 땅과 집이 있는 지역에 ‘레 콜레타’묘지가 있습니다. 각기 다른 모양의 대리석으로 줄을 맞춰 지은 묘지는, 마치 박물관에 온 것 같습니다. 안을 들여다보면 관이 보이고, 화장이 아닌 시체 그대로 안장했다는데 신기하게도 냄새가 전혀 나지 않습니다.
레 콜레타공원의 묘지 중에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곳이 있습니다. ‘에바 페론’의 묘지입니다. 여전히 노동자나 서민들과 아녀자들이 한 송이 꽃을 꽂아놓고 싶어서입니다. 1년 내내 생화로 묘지문을 장식하는 곳, 이곳뿐입니다. 
   

엘 아테네오 서점
엘 아테네오 서점

‘엘 아테네오’, 탱고의 대부 ‘까를로스 가르텔’이 공연을 했던 1천석 규모의 오페라극장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붉은 커텐이 열리며 배우들이 공연했던 무대는 멋진 카페가 되었습니다. 천장의 그림과 각 층 난간의 장식과 조명, 곳곳에 남아있는 극장의 아름다움이 35만 권의 책과 함께 더욱 빛을 발합니다. 책 속의 주인공들이 밤마다 나와 무대의 붉은 커튼을 열고 공연할 것 같은 공연장, 황금으로 장식된 난간에 기대 무대를 보고 있을 다른 책의 인물들….  

우리나라와 대척점- 우루과이
1680년 포르투갈이 점령한 뒤 스페인과 번갈아 점령 당했던 땅,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전쟁이 끝난 후 독립국이 된 나라, 대마초가 합법인 나라, 30년 된 폭스바겐을 타고 다닌 대통령(무히카)이 있던 나라, 무상교육·무상의료의 나라 우루과이입니다. 

군함 같은 배에서 내다 보는 플라타 강물은 황톳빛입니다. 우루과이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국경도시, 식민지라는 뜻의 ‘콜로라도(콜로니아 델 사크라멘토)’항구에 내립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건축양식을 겸비한 구시가지는, 17세기에 만들어졌다는 돌길과 굵은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어우러져 중세유럽에 온 듯합니다. 더구나 곳곳마다 보이는 골동품 차로 인해 더욱 그러합니다. 
고풍스러운 집과 교회, 자갈길의 골목을 기웃거리다 강변에 닿았습니다. 여전히 붉은 강물에 구름과 바람까지 곁들였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넓은 플라타강가의 나무들 사이로 먹구름이 막 밀려옵니다. 

우루과이의 커피숍부부

 

백사장과 다를 바 없는 강변입니다. 크고 잘 자란 나무들 사이에 텐트를 치고 고기도 구워 먹고 휴식도 취합니다. 가족 단위의 야영장 같습니다. 아기자기한 찻집, 나무로 잘 지은 레스토랑을 구경하며 걷다 셔틀버스 타는 곳을 놓쳤습니다. 급한 마음에 지나가는 승용차를 붙잡고, 지도를 보여주며 손짓과 눈짓으로 횡설수설하였더니, 태워줍니다. 미국에서 온 노부부도 초행길이라며 내비게이션을 찍고 온 동네를 두어 바퀴 돌았더니 선착장이 보입니다. 우리보다 노부부가 더 진땀을 뺐습니다. 

‘치안이 불안하고, 불량배가 많고, 소매치기와 강도 사건이 비일비재’라는 남미여행안내서가 무색합니다. 세상엔 이처럼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콜로라도에서 톡톡히 배웁니다. 
당연히 하라에게 미운털이 박혔습니다. 아니, 배 시간에 충분히 맞춰서 왔으면 된 것 아녀? 선착장엔 우리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고~.

라보카항 카미니토 거리
라보카항 카미니토 거리

 

직업에 귀천이 없는 우루과이.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든, 고기를 굽든, 의사든, 판사든, 모든 직업을 똑같이 여기는 나라의 전직 대통령은 말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삶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다.” 가장 짧게 머문 곳이지만 배울 것은 많은 나라였습니다.

아르헨티나 국경도시 ‘푸에르토이구아수’는 폭포로 인해 세계적 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역시 복고풍의 도시로 거리가 온통 조약돌(?)입니다. 드문드문 길옆에 상품은 진열돼 있는데,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없습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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