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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생각하고 느낌! – 남아메리카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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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생각하고 느낌! – 남아메리카 ⑦
  • 청양신문 기자
  • 승인 2020.04.13 10:56
  • 호수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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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마테차, 탱고, 소, 와인 – 아르헨티나

빙하와 푸른 얼음밭, 빙산 트레킹은 빙산 조각을 넣은 위스키로 쫑파티를 하며 막을 내렸습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버스기사와 안내원은 꾸준히 ‘마테차’를 번갈아 마십니다. 오늘 저녁은 우리 대장이 ‘엘칼라파테’의 명품요리인 ‘아사도’를 산다고 하십니다. 양고기와 소 안심과 돼지고기와 순대, 내장과 소시지가 구워나옵니다. 노을에 물든 밤 11시, ‘엘칼라파테’ 시가지에 하나둘 불이 들어오는 것을 보며 ‘아사도’를 먹습니다. 맛있습니다. 
 

바릴로체 나우엘우아피 호수.
바릴로체 나우엘우아피 호수.

자유일정이라 우리 몇은 말을 타러 갑니다. 바람은 여전히 세차고 햇살은 눈부십니다. 말을 타고 1시간 반 정도 칼라파테의 남쪽 초원을 둘러보며 먼지를 흠뻑 썼습니다. 말들이 서로 앞으로 나가려다 부딪치는 바람에 종아리가 으스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말의 긴 혀가 카메라와 허리를 핥는 바람에 몇 번 놀라기도 했지만, 붉은 풀밭과 새와 강을 보며 환호하기도 하였습니다. 
말에서 내리니 사무실로 안내하며 튀김과자를 먹어보라고 자꾸 권하여 한 개 집어먹었더니 과자값을 요구합니다. 공짜가 아니었어? ‘마테차’도 권하길래 싫다 하였더니 차값은 또 안 받는다네요. 

마테차통과 가방.
마테차통과 가방.

아르헨티나의 국민차인 ‘마테차’는, 마테잎에 설탕과 따뜻한 물을 부어 만듭니다. 차통에 잎과 설탕과 물을 계속 부어가며, 마테차 한 잔에 빨대 하나를 꽂아 서로 돌려가며 마십니다. 우정을 나누는 의미이며 거절하면 친해지기 싫다는 뜻이랍니다. 에구 친해질 일도 없지만 거절하기도 힘듭니다. 하나의 빨대만 사용하니 더더욱이요. 
말 타는 동안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더니, 주문하면 메일로 보내준다하여 3컷을 신청하였습니다. 한 컷당 8달러를 지불했으나, 지금까지도 사진 소식은 없습니다. 

새와 말과 붉은 초원과 호수가 많은 ‘엘칼라파테’는, 바람이 먼저인지 잎이 먼저인지 바람까지도 아름답습니다. 날릴듯한 호숫가를 걸으며, 한 해의 끝을 남미의 땅끝에서 걷고 생각하고 느낍니다. 
좋은 분위기만큼이나 친절한 ‘린다 아파트’의 한국인 여주인과 작별인사를 합니다. 3월 중에 텔레비전 프로에 본인이 나올 거라며, 강하늘 등의 탤런트들이 다녀갔으니 꼭 보라고 살짝 홍보도 합니다.

한 폭의 수채화 - 바릴로체
남미에서의 여섯 번째 비행 이동으로 ‘바릴로체’에 갈 준비를 합니다. 특히 짐가방의 무게가 15킬로그램까지만 허용돼, 짐을 나누느라 부산합니다. 
신이 지구를 만들 때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는 땅 아르헨티나 중에서도 ‘산카를로스데바릴로체’는, 19세기 후반의 많은 스위스 이민자들과 아름다운 자연환경의 조화로 ‘남미의 스위스’라 불리며 최고의 휴양도시로 발달하였습니다. 안데스산맥 동쪽에 있어서인지, 지역어로 ‘산 뒤에서 온 사람들’이란 의미의 ‘뿌릴로체’에서 이름이 지어졌답니다. 
   

사진부탁을 하였더니, 이렇게 멋지게 찍어줬네요.
사진부탁을 하였더니, 이렇게 멋지게 찍어줬네요.

거리의 아기자기한 목조주택과 담벼락의 그림, 푸르디푸른 호수는 남미의 대표적인 관광지답게 아름답습니다. 초콜릿으로 유명한 도시답게 여기저기가 온통 초콜릿 상점입니다. 조용하고 아담한 도시도 밤이 되니 골목을 꽉 메운 사람들로 술과 웃음과 노래가 범벅입니다. 
호수를 내려보며 아침을 먹고, 나무의 기운을 받으며 숲길을 걷고, 호수와 숲과 호수와 숲, 쪽빛 호수와 맑은 숲길로 몸속 여행노폐물을 완전하게 해소하였습니다.  

외로운 사내들의 춤 – 탱고, 탱고, 탱고!
‘부에노스아이레스’행 비행기창으로 보이는 아르헨티나는, 만년설이 덮인 웅장한 안데스가 사라지고 초록색 넓은 평원이 계속됩니다. 온대초원 ‘팜파스’는 안데스로부터 흘러나온 비옥한 흙으로 덮여 있습니다. 인디오 말로 ‘평원’을 뜻하며, 해발고도가 낮은 구릉입니다. 풍요로운 팜파스를 맘대로 뛰어다니며 자라는 소 떼들, 아르헨티나의 소고기가 맛좋은 이유랍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비가 내립니다. 
탱고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탕게리아’에 가기 위해 준비해 간 빤짝이 치마를 입습니다(혹시나 탱고바에 갈 때는 분위기 있는 복장이 필요하다는 사전지시가 있었습니다). 보름 전부터 최총무님이 우리에게 선물하려고 준비해 놓은 이벤트입니다. 사실 2019년의 마지막 날을 탱고바에서 즐기려(?) 했던 것이 하루 전날로 예약이 잡혔습니다. 

탱고는 스텝, 몸으로 추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먼저랍니다. 가사를 이해하면 좋은데, 가슴 아픈 ‘시’라는 것이죠. 다리는 넷이지만 심장은 하나인 춤, 가슴과 심장이 추는 춤이랍니다. 무대에 불이 비치자 탱고의 역사가 흐릅니다. 
19세기 말, 구대륙에서 신대륙으로 넘어오는 이민자가 많았습니다. 대부분의 유럽 이민자는 남자였지요. 가진 것 없는 이들은 부두 근처에 자릴 잡고 일을 했습니다. 밤이면 값싼 술을 마시며, 고향과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합니다. 남자들은 악사가 켜는 음악을 들으며, 서로 부둥켜안고 춤을 춥니다. 춤을 추며 슬픔을 이겨냅니다. 남녀가 추던 춤이 아니라 남남이 추던 춤, 탱고입니다. 그 후 이민 온 창녀들과 추는 춤으로 인식돼 퇴폐문화로 낙인찍히며 침체기에 빠지기도 했답니다. 그러다 유럽으로 건너가 상류층의 기대에 부응,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역수입되며,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춤이 되었습니다.    

<김현락 지면평가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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