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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 젊은 농군 - 대치면 탄정리 복선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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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 젊은 농군 - 대치면 탄정리 복선한 씨
  • 김홍영 기자
  • 승인 2020.04.13 10:47
  • 호수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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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가 재밌다는 ‘일만하는 젊은이’

대치면 탄정리 복선한 씨는 아버지의 대를 이어 농사 짓는 청년농부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일만 하는 젊은이’라고 말한다. 올해 서른 네 살의 선한 씨에게는 농사가 힘들고 어려운 직업이 아니다. 열심히 일한만큼 땅은 그에게 수확의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농사가 재미있다는 젊은 농군, 선한 씨를 만나본다. 

그의 스무 살, 농사로 시작

소를 키우면서 벼농사도 짓는 젊은농군 복선한 씨.
소를 키우면서 벼농사도 짓는 젊은농군 복선한 씨.

“오늘 송아지가 태어나려고 해요.”
선한 씨의 마음이 분주하다. 새벽부터 기미가 보였고, 동네 아저씨도 분만을 도와주려고 벌써 축사에 와 있다는 전화가 왔다. 
선한 씨네는 50여 마리 정도의 한우를 키운다. 벼농사도 짓지만 가을 수확까지 현금을 만질 수 없어 소를 키워 송아지로, 육우로 내니 살림에 보탬이 되는 농촌의 전형적인 농가다. 

선한 씨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스무 살 때부터다. 정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던 것이 농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라면 계기다. 
“농사짓는 것을 보고 자랐지만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은 안했었어요. 고향을 떠나지 않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아버지가 일구시던 땅에서 농사를 짓게 됐습니다.”
선한 씨는 대치면 탄정리 복종학(61)·이춘문(54) 부부의 장남으로, 아버지는 아들이 농사를 짓겠다고 했을 때 무척 좋아했단다. 하지만 본인은 정작 시큰둥했다. 농사의 비전이나 미래에 대해 그리 긍정적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일이 힘들어요. 손을 거치지 않으면 되는 일이 없으니 육체적으로 더 힘들죠. 그래도 땀을 흘린 만큼 결실이 있어 지금은 농사짓는 것이 좋습니다.”
벼가 누렇게 익은 들판을 바라보는 기쁨을 알기 시작하면서 그에게 농사는 재미있는 직업이 됐다. 그런 가을을 맞이한 지 어느새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선한 씨네 농사 규모도 두 배 이상 커졌다. 젊은농부 한사람 손이 더해진 결과다. 선한 씨와 아버지, 둘의 땀방울이 더해져 그 나이 도시의 웬만한 월급쟁이보다 2배 가까운 결실을 맺는 변화가 있었다. 

기계화로 이룬 대농의 꿈
1세대 아버지와 2세대 선한 씨가 함께 농사짓는 것이 쉬웠던 건 아니다. 각자 나름의 방식과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농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랐다.
“아버지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부지런히 일만 하셨어요. 기계화를 하면 인력 부담도 줄고 농사 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은 제 생각이었고요. 그러니 의견 충돌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지요. 겁도 없이 목돈을 들여 기계화를 한다는 제가 불안해 보이셨을 거예요. 그렇다보니 당시는 아버지와 의견이 다르다는 것이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점점 제 의견에 귀 기울여주시고, 믿어 주셨어요.”

그 때를 떠올리며 미소 짓는 선한 씨의 얼굴에 아버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있다. 기계화로 인해 10년 전 대비 농사 규모가 2배 이상 증가했다. 아버지 혼자 농사지을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규모이고, 또 청년 선한 씨의 손이 있어도 기계화가 안됐으면 어려웠을 것이다. 5년 전 대형 건조장을 짓고 수십 명의 인건비도 절감했다. 농사 환경을 변화시키려는 선한 씨의 노력이 있어 지금의 농사규모가 가능해진 것이다. 

선한 씨는 이제 청양의 환경도 파악하고, 벼농사에 대한 지식도 많이 쌓였다. 아버지가 평생 농사지으며 얻은 경험을 나눠주기도 하고 아버지가 닦아놓은 기반도 있어 그의 생각대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됐다. 더 큰 목표를 세울 수 있고, 하기에 따라서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농촌 젊은이들이 도시로 많이 떠납니다. 그런데 저는 농촌에 더 희망이 있다고 봐요. 아버지 대가 평생 닦아놓으신 터가 있으니 새롭게 시작하는 것보다 출발부터 유리한 점이 많지요. 제 경우도 아버지와 함께 지금 일하고 있어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그는 젊은 귀농인 중 기반을 닦기까지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역귀농을 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 그래서 고향에서 아버지의 대를 이어 농사를 시작한 것에 감사하고, 미래 더 큰 꿈을 계획하며 살고 있단다. 올 해 그는 밀묘재배 시범포 운영 등 생산량 증대를 위한 도전을 새롭게 시작한다.

4-H연합회장, 지역 위한 활동
선한 씨는 39세 이하 청년농업인으로 구성된 학습단체인 4-H연합회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회장도 맡았다. 농사짓기도 바쁘지만 활동을 하며 선한 씨와 비슷한 나이의 선·후배 회원들을 만난다. 

“젊은 단체이다 보니 제 생각과 비슷한 이들을 만나면서 친교도 하고, 농사 정보 교류도 할 수 있어 좋아요. 지역을 위해 무슨 일을 할 것인가 고민도 하게 됐지요. 책임감도 생기고, 제 역할이 있으면 열심히 해야지요.”
선한 씨는 4-H활동을 통해 환경정화활동 등 지역 봉사도 펼치고, 영농기술 보급 등 농업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청양 지역의 다음 세대를 이어갈 30대 청년농부에게 바쁜 농사철이 왔다. 벚꽃이 피기 시작한 산 아래 자리한 선한 씨네 축사에서 그날 송아지 한 마리가 무사히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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